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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일기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솔출판사 펴냄

버지니아 울프가 1918년 36세부터 1941년 59세 죽기 나흘 전까지 썼던 일기 26권 중 사후 남편이 책과 관련된 부분만 모아서 출간한 <A Writer's Diary>를 번역한 책이다. 무려 611페이지의 책이라 한꺼번에 읽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가 어떤 내용을 구상하고 그 구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 소설이나 에세이로 씌여지고, 출간되고 그 이후 자신의 책에 대한 평단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하고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한권 한권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면서 동시에 <울프 일기>를 구석구석 함께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울프의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울프 일기>를 읽으면 버지니아 울프는 정말 천재였구나...싶다. 때때로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샘솟고 그것들을 그렇게 그냥 써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새로운 방향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하지만 여성이 비하받던 시절이고 너무나 뛰어난 이 여성을 그대로 둘 수 없었던 남성들에 의해 헐뜯어지고 그 반응에 요동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울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글이다.

조금 여유로울 수는 없었을까 싶다가도 너무나 뛰어난 인물이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버티고 살았을까 싶어 너무나 안타깝다. 특히 마지막 유서...를 읽고 나면 그 안타까움에 정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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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일기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솔출판사 펴냄

읽었어요
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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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라는 소제목처럼 이 여행 에세이는 정말 발칙하다. 평소 빌 브라이슨의 똑똑하고 경쾌한 문체를 좋아해서 고른 책이었는데, 여행 에세이는 처음이라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일단 이 책은 2008년 출간된 책이라 오래 됐다. 아무 생각 없이 중고책으로 구매했더니 이렇게나 오래된 책이라니! 그래서 여행 에세이로서는 사실 적당하지 않은 책이었다. 지금의 유럽과는 너무나 큰 간극이 있을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책은 유럽 여행을 빌미로 한 빌 브라이슨의 아무말 대잔치 책이었으니 빌 브라이슨을 좋아한다면 그냥 기념삼아 읽을 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읽는 내내 그 유쾌함과 불쾌함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너무나 발칙해서 서슴없이 이 나라 저 나라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이러다 전 세계적으로 몰매 맞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또한 빌 브라이슨은 자신의 확고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나처럼 좋은 게 좋은 거지~ 하지 않고 마구마구 쏟아낸다는 것. 아마 그것 또한 빌 브라이슨 만의 것이겠지 싶지만.

결국 여행 계획이나 그곳의 자세한 묘사보다는 문화나 자신이 겪은 일 등을 담은 책이기에 시대적 차이를 많이 느끼진 않았지만 이때 작가가 겪었던 많은 것들은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두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하면 역시 아날로그 시대의 많은 것들이 그립긴 하다.

"나는 흐르는 물을 보면서 변기에 앉아 여행이란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생각했다. 집의 안락함을 기꺼이 버리고 낯선 땅으로 날아와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잃지 않았을 안락함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쓰면서 덧없는 노력을 하는 게 여행이 아닌가." ...383p

"동시에, 나는 계속 여행을 하고 싶다는 비이성적인 충동을 강하게 느끼기도 했다. 여행에는 계속 나아가고 싶게 만드는, 멈추고 싶지 않게 하는 타성이 있다. "...385p

나도, 여행가고 싶다. ...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빌 브라이슨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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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자 미션과 별도로 써보는 기록.



아마 고독자 1기가 아니었다면 평생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를 읽을 수 있었을까 싶다. 버지니아 울프에 빠졌더라도 앞의 몇 페이지를 잠깐 들여다보고 아마 포기했을 듯. 그래서 이 고독자 미션이 정말 고마울 지경이다. 어떻게든 읽어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들 뿐 아니라 점점 좋아지기 때문이다. 왜 울프의 최고봉 작품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는 듯.



<파도>는 기존의 책을 읽듯 읽을 수가 없다. 특히 내 경우 어떤 책을 읽든 기록을 남길 마음으로 읽기 때문에 보통 전략적으로 읽는 편인데 <파도>는 불가능하다. 일단, 줄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다. 사실 잘 살펴보면 줄거리가 있기는 있다. 상징과 비유가 많아 그 줄거리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을 뿐. 또, 그 줄거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잘 모르겠는 줄거리를 파악하려고 읽다가는 멘붕에 빠지게 되고 결국 포기하기 직전까지 갈 수 있다는 것.



그러니 <파도>는 그냥 읽는다. 사실 원서로 읽을 수 있으면 훨씬 더 아름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울프가 시희곡이라고 불렀을 만큼 <파도>는 시적인 표현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그래서 이번에 책을 읽을 땐 줄거리보다는 그냥 문장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곳들을 필사해 나갔다. 보통 어려운 책들을 읽을 때는 마음에 드는 문장은 포스트잇으로, 전체적 줄거리나 중요 사항들은 마은드맵 식으로 적으면서 읽는다. <파도>는 그저 적어나갔다. 그리고 그 적은 것들을 모두 읽은 후, 다시 읽으면서 떠올려보니 전체적 윤곽을 잡을 수 있었고 그 문장들이 바로 마음에 들어온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이 책을 통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사실에 조금은 이해했다고 위안을 삼는다.



몇 년에 한 번씩 읽어야 하는 책 리스트에 <파도>도 추가해 본다.

파도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솔출판사 펴냄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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