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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810
우선.. 내 취향의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와, 너무 잘 썼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런데 유쾌하진 않다.
첫 번째 소설을 읽으면서부터 심장이 벌렁거렸다.
하나를 다 읽고 나면 멍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감정이 요동치는데,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는 혼란스럽고 불편한 느낌만이 계속 남아 있었다.
4번째 단편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까지는 매번 끝날 때마다 ‘와…’ 하고 숨을 고르며 읽었다.
눈은 이미 다음 장을 향하는데, 마음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중간중간 멈춰가며 읽었다.
‘하.. 도대체 이런 걸 어떻게 쓰지!?’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읽고 난 후의 기분은.. 솔직히 별로였다.
책이 나쁘다는 별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내 기분이 별로였다는 뜻이다.
불쾌한 것도 아니고, 찜찜한 것도 아니고.. 그냥 유쾌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애매한 기분 때문인지 다시 읽고 싶어졌다.
다시 읽고 싶지 않은데, 또 읽고 싶은 책.
나조차도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런 책이었다.
인상 깊었던 소설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
『나 역시 김곤을 순수하게 믿고 싶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었다.
대중의 규탄을 외면하고 싶었다. 스멀스멀 밀려오는 의심의 목소리도 무시하고 싶었다.
그의 작품에 대한 애정을 떳떳하게 공유하고 싶었고, 내 순수한 사랑을 죄의식 없이 드러내고 싶었다.
방금 전의 일들이 다 허구 같았다. 펑, 무언가 터지던 순간도, 그 순간의 감정도 이상하리만치 현실감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정말 허구 아닐까 하는, 내가 실패한 영화를 한편 본 게 아닐까 하는.
어쩐지 죄를 저지르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흥분되었다.
그건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이었다. 죄의식을 동반한 저릿한 쾌감.
그 기시감의 정체를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죄의식을 외면하면서까지 끝까지 믿고 싶었던 것을 부정당하는 순간..
그 마음이 낯설지 않았기에 더 강하게 다가왔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스스로를 정당화했던 순간들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과연 주인공은 김곤을 정말 순수하게 좋아했을까?
나는 오히려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길 바랐던 것,
그래야만 주인공이 믿어온 시간도 무너지지 않으니까,
그 진실을 끝까지 외면하려 했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감독의 짧은 사과 한마디에 몇 년 동안 믿어왔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장면은 충격적이면서도 허무했다.
여러 생각들이 겹치면서 나도 모르게 벙쪄 있었던 것 같다.
우선 기분 전환을 위해 다른 책 읽고 다른 소설들은 읽는 대로 더 추가할 예정..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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