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도토스의 <역사>에 이어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까지 고대 그리스 전쟁사에 관한 책 두 권을 마침내 다 읽었다.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는 동시대를 살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두 사람의 역사 서술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헤로도토스가 먼저 저술한 <역사>엔 신과 영웅, 그리고 각종 신화와 당시 떠도는 풍문들이 가감없이 등장하지만,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엔 그가 서문에서 밝혔 듯 사실, 혹은 사실로 추정되는 내용 위주로 담겨있다.
쉽게 말해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실화를 바탕으로한 판타지라면,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현실에 가까운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그리스 내전은 스파르타가 맹주로 있는 펠로폰네소스 동맹의 승리로 끝나지만, 투키디데스는 이 전쟁에 대한 기록을 끝내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럼에도 20년 넘게 이어진 전쟁을 생생히 기록해놓은 덕에 나는 이번 기회에 변치 않는 인간의 본성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었다.
특히 탐욕으로 인한 무지와 배신, 중상모략, 상대를 기만하기 위한 다양한 술책 등 인간의 저열한 모습들이 지금도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마냥 선하기만 한 존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도 많다.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했는 지를 보고 놀라서 입이 떡 벌어진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전쟁을 막기위해 서건, 동맹을 설득하기 위해 서건 다른 나라에 파견된 사신들의 언변은 정말 기가막힌다.
A국 사신의 주장을 들으면 전부 맞는 말같고, 적대국인 B국 사신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아 당혹스러웠던 적이 많았다.
또 전투 시작 전 아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외치는 장군의 한 마디 한 마디는 2,500년이 지난 내 가슴에 와 닿을 정도로 매우 감동적이었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말의 힘은 참 놀라운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수많은 현자들의 생생한 언변을 담고 있는 이 더 책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전쟁이 스파르타 동맹군의 승리로 끝난 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지만, 나는 책 읽는 내내 아테네를 응원했다.
아무래도 군주정인 스파르타보다 민주정인 아테네에 마음이 더 끌렸서 그랬던 것같다.
그러나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정치체계가 아니라 바로 사람이었다.
훌륭한 인물을 보유한 국가는 반드시 승리했고, 그러지 못 한 나라는 패배했다.
이것 역시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한 영원히 변치 않는 진실일 거라 나는 믿는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투퀴디데스 지음
도서출판 숲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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