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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지은이), 김병욱 (옮긴이) 지음
여름언덕 펴냄

내게 독서는 밤하늘에 별을 쏘아 올리는 일이다. 어느 독서는 북극성이고 남십자성이 되어 삶의 지표이며 길잡이가 된다. 물론 존재하는 모든 건 사멸하게 마련이고, 그 빛조차 마침내는 흐려질 것을 안다. 그렇다 해서 어디 쓸모없는 돌덩이를 내 귀한 별들에 댈 수 있을까.

독서가 필연적으로 비독서로 귀결된다는 주장은 맞는 얘길지도 모르겠다. 태어난 모든 것의 귀착은 죽음이니까.

그러나 적어도 빛을 내고 있는 동안에는 말이다. 독서는 독서로 남는다. 그 동안엔 좋은 독서와 겉만 핥는 독서, 독서를 참칭하는 이 책 속 무수한 흉내내기가 결코 같을 수 없다.

고의적 어그로든 아니든 간에 궤변으로 가득한 책이다. 읽지 않는 것도, 대충 훑어보거나 다른 이의 이야기를 전해듣는 것도 독서와 매 한가지란 주장엔 퉤퉤퉤, 홀리한 아밀라이스를 뿌려줄 일.

되도 않는 일로 통빡 굴리지 말자. 안 읽은 책은 읽지 않았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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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발전의 종착은 어디여야 하는가. 천선란의 답은 '인간성'이란 세 글자에 머문다.

소설은 집안 사정도 성격도 다른 두 친구, 언니와 동생, 엄마와 자식들, 사용주와 사용자, 말과 인간, 로봇과 생명 사이를 잇는 데 집중한다. 닿지 않을 것만 같던 다름이 마침내는 닿아 이어지는 순간을 초1 교과서며 애들 보는 동화책스런 당위적이고 감상적 태도로써 그린다.

갈수록 빨리만 달리려는 인간의 독주가 연골이 모조리 닳아버린 경주마처럼 무너짐에 이를 것은 순리처럼 보인다. 그 질주에 대한 경고로써 소외된 것을 돌아보길 청하는 소설이 틀렸다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겠다. 너무나 외로워서 외로운 줄도 모르는 인간이 공존을 위하여 연대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란 얼마나 당위적인가.

그러나 난 추구미가 다정한 사람이므로, '착한 책이었고 내게는 맞지 않았음'이라고만 적어두기로 한다. 내게는 감동란보다 퍽퍽한 천선란이지만 영양가는 있겠거니.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은이) 지음
허블 펴냄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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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으로 살며 이따금은 '아, 이런 책을 써야 하는데' 싶은 책을 만나고는 한다. 이번이 꼭 그러했다. 흥미와 감탄, 질시와 납득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이 책 한 권으로 경험했달까.

사람이란 타인의 인정을 통해 비로소 획득되는 사회적 개념이다. 생물학적 인간과 달리 사람은 그를 사회적 성원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구성원이 있는 공간에서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 제가 터 잡은 장소에서 환대에의 의무를 다할 때 비로소 사람의 자격을 갖는단 것, 그것이 책의 중추를 이룬다.

보기 드문 통찰로 사회를 사회답게 하는 제 요소를 점검한다. 한국 사회 안에 실재하는 잘못을, 허물어져 가는 공동체의 건강을 살피게끔 한다. 철학과 사상이 부재한 세상에선 법과 제도만이 인간을 규율한다. 그 질서가 공정하지 못할 때 가장자리부터 무너진다. 누군가의 붕괴는 우리 모두의 약화다. 사회는 그렇게 부서진다.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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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잊고 싶지 않은 것을, 그러나 잊어 가야 하는 삶을 생각한다. 그 불행 또한 사랑이 가져온 결과라면 사랑이란 과연 좋은 것일까. 하지만 제롬이라면 다시 돌아간대도, 엇갈리고 괴로운 사랑일지라도 사랑을 고르고야 말 테다. 나라고 다를까.

사랑은 관계의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소설에서처럼 서로를 더욱 불행케 하기도 한다. 어떤 사랑은 상대가 아닌 감정을 향하고, 또 어느 사랑은 상대도 감정도 아닌 관계 그 자체만 위하는 때문이겠다. 그리하여 사랑이 참으로 좋은 것을 이루는 역사는 좁은 문으로 들어서는 일과도 다르지 않다.

엇갈리는 마음들의 이야기가 <나는 솔로>의 시대엔 영 시시하게 보이지만, 거기 출연할 용기따위 없는 나로서는 겸손하게 읽을 밖에. 세상에 짝을 두는 일이란 얼마나 소중한가를 실감하며, 좁은 문이고 넓은 문이고 일단 지나가보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좁은 문

앙드레 지드 지음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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