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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강화길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은행나무 펴냄

28. "너한테는 항상 일이 전부지. 일 이외에 의미 있는 게 있기 나 해?"

✔️있었다. 왜 없었겠는가.

그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래. 일은 내게 무척 의미가 있었다. 경력을 향한 목 표. 성취감과 쾌감. 숨 막힐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끝에 누리는 강렬한 자극. 나는 그게 좋았다. 🌱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기분. 스스로 몸을 묶어, 깊고 어두운 동굴 속으로 밀어넣은 뒤 한계를 시험할 때의 희열. 그런데 추석을 앞둔 그날, 느닷없이 몸이 축 늘어졌던 것이다. 대체 왜? 하필이면 지금?

나는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 중차대한 시기였다. 전에 없던 규모의 기업체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했다. 매 순간 온 힘을 다해 집중했다. 어떻게 해야 아름다워 보일까. 무엇으로 매혹시킬 수 있지? 그런데 갑자기 그 모든 의욕이 훅 빠져나갔다. 먹을 수도 없었고, 잘 수도 없었고,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이 아팠고, 머릿속은 멍했다. 동굴?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몸을 묶을 기운조차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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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69. 사람들은 왜 동경하는 만큼 사랑하고, 사랑하는 만큼 질투하고 증오할까. 그래서 갖고 싶어 하고,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고 싶어 하고. 불쌍해하다가 미워하고, 안타까워하다가 꺾어버리고 싶어 할까.

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은행나무 펴냄

15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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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64. "곧 크리스마스인데 너희들 뭘 할 거니?"

조숙한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 앞에서 눈치 빠르게 입을 다문다. 이야기를 떠벌려봤자 소문만 이상하게 날 뿐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목소리를 높이는 쪽은 뭘 모르는 아이들이다. 자신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일단 손을 드는 아이들. 어디서 들어본 단어를 줄줄 읊는 아이들.

🌱관심을 위한 허세. 무지로 다듬은 해맑은 말투.

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은행나무 펴냄

17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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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ju4k

55. 거실로 나왔다. 조용했다. 하긴 시끄러울 일이 뭐가 있겠는가. 새벽 3시가 넘었다. 온 세상이 조용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 시간에 언제나 잠들어 있다. 지친 마음을 달래고 다음날 을 기약하며 온몸의 힘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을 지치게 만드는 것들. 기억들. 가슴을 쿡쿡 찌르는 단어들. 그런 것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무의식이라는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을 둘둘 말고 있다. 부러워. 그렇게 쉴 수 있는 사람들. 마음 편히 잠들고 개운하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은행나무 펴냄

19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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