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간호사의 말이 떠올랐다. "아이가 주인공이죠." 그 순간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묻던 게 무었이었는지 갑자기 깨달았다. 간호사의 말을 유심히 들은 할아버지는 나보다 먼저 그 말뜻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 세상에 남을 것인가. 살 것인가. 그건 내게 달린 문제였다.
할아버지는 눈물을 닦아내지도, 코를 풀지도 않았다. 그저 눈물이 아무 데나 떨어지게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슬픔의 우물이 잠시 말랐을 때, 할아버지는 다가와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할아버지는 떠날 듯 하더니 다시 내 곁으로 와서, 내 귀까지 몸을 낮추곤 속삭였다.
"괜찮아. 네가 떠나고 싶다고 해도. 다들 네가 남아주길 바라지만. 나는 살면서 이보다 더 간절하게 원한 것은 없었단다. 할아버지는 네가 남아주면 좋겠구나. 하지만 이건 내 바람이고. 네가 다른 걸 바란다 해도 난 이해할 거란다. 네가 떠나고 싶다고 해도, 이해한다고 그냥 말하고 싶었다. 네가 꼭 우릴 떠나야 한다면, 괜찮아. 이제 그만 싸우고 싶다 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