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엄마라는 존재는 내가 감히 도전할 수 없는 거대한 허들같이 느껴진 이유가 첫번째이고, 두번째 이유는 이기적인 유전자를 타고나 세상 누구보다 내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늘 하고 싶은 일들이 넘쳐났다. 유학을 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고, 전문직으로 빛나는 커리어를 쌓아 사회적으로 소위 ‘잘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의 욕망을 알아차린 여성 선배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너 계속 일하고 싶으면 결혼 같은 건 절대 하지 마.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는 낳으면 끝이야, 끝.” 이미 그 길을 걸어간 이들의 말들이 쌓여 임신과 출산 육아는 두려움을 넘어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다. 한 여성으로서 아이에 관한 선택은 예스와 네버를 반복하며 하루에도 몇번씩 요동친다.
실로 한 생명을 낳아 기르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우리는 잘 안다. 여성으로서 감당해야 할 수많은 일들은 ‘희생’이라는 단어외에는 다른 말로 대체되지 않는다. 강지혜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 몸도 아픈듯 아려오고 힘이 든다. 엄마로서, 딸로서, 또 한 여성으로서 온전히 한 몫을 해내며 살아간다는 것이 이 땅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생생히 표현한다. 그 과정을 미화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고 살아낼 뿐이다.
"우리의 고통은 이어져 있구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결연해졌다. 이 고통을 말해야 한다. 연결된 우리 모두를 위해"
나는 여전히 샘솟는 작은 욕망을 품고 살지만, 나이가 들며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 인생에서 반드시 쥐고 있어야 할 중요한 것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진리. 오래 행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사랑받고 사랑하기 위해 부던히도 애쓰며 관계맺고 살아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삶이니. 그러니 감히 거대한 사랑을 누리는 꿈을 꾸어보고, 사랑을 미루지 않기로 한다.
내가 감히 너를 사랑하고 있어
강지혜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5
어린시절 가족과 셋방살이를 할 때는 내 방을 갖는 게 소원이었고, 어른이 되어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꿈이었던 평범한 직장인 봉다미. 철썩 믿었던 이모에게 사기도 당하고 역경 끝에 마침내 ‘집주인’(이라고 쓰고 ‘하우스푸어’라고 읽는다)의 꿈을 이룬다. 그러나 현실은 세입자에게 시달리고, 직장에서도 눈칫밥을 먹으며, 집은 짐이 되어버렸다.
p. 160. 이 땅에서 집을 갖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자가, 그러니까 결혼 안 하고 마음까지 약한 데다 작은 호의에도 쉽게 감동하는 여자가 말이다.
p. 264. 전에는 집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제 집만 아니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제야 알았다. 어느 순간 내 집은 집이 아닌 짐이 되어 있었다는 걸. 집은 힘을 주는 절대반지가 아닌 인간답게 살기 위한 곳이라는 걸. 짐이 돼버린 집을 내려놓으면 아빠 말대로 인간 도리 하면 정말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집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우리 모두 공감한다. 집이라는 주제 외에도 어린시절, 가족, 직장에서의 고군분투 이야기 등 일상의 이야기를 간결한 언어로 담았다.
이 소설은 봉다미 같은 특별하지 않지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1
@^ㅡ^@
여행이 왜 좋아요? (진짜 궁금해서..)
2019년 7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