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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 게임 (Y의 비극 88)의 표지 이미지

월광 게임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시공사 펴냄

읽었어요
아리스가와 아리스라는 독특한 필명. 그리고 작품 속에 자신의 이름을 지닌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스타일. 무엇보다 Y의 비극 '88 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이 작가는 엘러리 퀸의 열렬한 신봉자다. 물론 이런 표면적인 유사성만으로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일본의 엘러리 퀸이라 불리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 작가의 데뷔작인 월광 게임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만들어 낸 인상적인 두 명의 탐정 중 하나인 에가미 지로와 화자인 학생 아리스가 등장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그리고 팬의 입장에선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고.

캠프장에서 화산 분화를 겪는 청년 무리의 혼란스러움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짧은 프롤로그가 끝난 후, 에가미와 아리스를 포함한 네 명의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 회원들이 캠핑을 떠나는 시기로 시점을 되돌린다. 그렇게 우연의 일치로 한 캠핑장에서 모이게 된 총 17명의 대학생들. 서로 만나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지만 청춘들답게 모두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거기에 더해 우리의 아리스는 간질간질한 연애 감정을 느끼기까지 한다. 하지만 급작스런 화산의 분화로 인해 일행은 캠핑장에 고립되고, 본격적인 사건의 무대, 클로즈드 서클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물론,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거지.

사실 이 작품이 엄청나게 인상적인, 콕 찝어서 말하자면 부제를 빌려온, 세계 3대 추리소설 중 하나로 일컬어질 정도인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같은 느낌이냐고 묻는다면 웃으면서 아니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하고. 흔히 그렇듯이 이 작품 속의 대학생들 역시, 만난지 하루 이틀 밖에 되지 않은 것 치고는 상당히 가까워지긴 했지만 사실은 표면적인 거리감이 줄었을 뿐이다. 같이 온 동료들을 제외하면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정말로 없다. 그러다보니 죽은 이들 간의 명확한 관계성도 보이지 않고, 살인범의 동기조차도 짐작하기 어렵다. 이렇게 순수하게 남은 것 혹은 남겨진 것만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범행이 가능한 사람의 범위를 좁혀나가, 단 한 명의 범인을 지목해야 하는 일명 '범인 찾기' 소설에선 충격적이거나 기발한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독자는 알 수 없는 증거나 트릭을 쓰는 건 반칙. 어디까지나 공정하게 제시된 것들만 가지고 작품 속의 탐정도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월광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뒷통수를 탁 치는 듯한 쾌감이나 깜짝 놀랄만한 트릭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그래도 제법 좋아하는 이야기다. 책표지가 접혔을 정도로 자주 읽기도 했고. 그냥 왠지 모르게 대학생들의 풋풋한 느낌도, 작가의 데뷔작스러운 설익은 느낌도 그냥 마음에 든다. 물론 그저 지독한 팬심일지도 모르겠지만.
2017년 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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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불로화 시술이 보편화된 근미래 일본. 제목인 백년법은 불로화 시술을 받은 후 백년이 지나면 자진해서 생존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존제한법을 말한다.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 한국, 중국 등 전세계에서 불로화 시술을 인정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불로화 시술 및 시술자에 대한 생존제한을 행하고 있는데, 일본은 불로화 시술을 받는 대상자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막연하게 통칭 백년법이라 불리는 생존제한법조차 실행하느냐 마냐의 상황에 놓이게 되어버린다. 그로 인한 정치, 사회, 개인적 갈등과 고민이 이야기의 주요 소재.

불로가 가능한 사회가 배경이니만큼 상, 하권에 걸친 시간의 흐름이 꽤 길고, 상-하권 사이의 여백도 꽤 길다. 뻔히 예상될 법한 내용은 과감히 제외하고 논쟁적인 부분 만을 다루기 위한 선택으로 보이는데 나쁘지 않더라. 사실 끝까지 끈기있게 이런 빤해 보이는 소재를 다뤄나가기 쉽지 않았을 듯. 그런 면에서도 읽을 만 했던 작품. 솔직히 결말 부분을 포함해 나름의 해결책이라 제시된 일련의 움직임들은 좀 아쉽기도 한데 어떻게 보면 최선이었을 것 같기도. 이상은 이상일 뿐이니까. 또 그런 것들을 정당화하려는 느낌은 크지 않았으니까.

백년법

야마다 무네키 지음
애플북스 펴냄

읽었어요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17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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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an

@paxe9yiguuzc

한동안 이 책의 저자와 더 가까운 나의 본성을 억누르고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들을 자주 보았는데 늘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포기했었다. 그건 내가 아니고 나일 수도 없어서였나보다. 이 책은 술술 잘도 읽어내려간 걸 보면.

오늘, 작은 발견

공혜진 지음
인디고(글담) 펴냄

읽었어요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2017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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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an

@paxe9yiguuzc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오사카로 워킹 홀리데이를 갔을 때 들고갔던 유일한 책이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곳을 가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시작한 워홀 생활은 당연히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나쁘지 않았다. 원없이 게으른 삶을 보냈고, 기대 이상으로 집에 콕 박혀있는 게 쉬웠고, 그러다 가끔 책을 넘겨보며 예산과 상황이 허락하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 일년 동안의 휴식에 이 책이 엄청난 도움이 되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 책을 보면 그 때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돈은 아니었어도 시간은 늘 여유가 있던 그 일 년이.

ENJOY오사카

세계여행정보센터 지음
넥서스BOOKS 펴냄

읽었어요
👍 떠나고 싶을 때 추천!
2017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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