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동기가 인상적이다. 삶에 의미를 준다고 여긴 문학을 사랑한 그는 한 소설책에서 그런한 의미가 결국 유기체적인 뇌의 작용에 의한 것임을 깨닫는다. 이것을 발단으로 그는 삶의 의미를 찾는 문학과 이를 가능케 하는 뇌, 즉 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도덕, 문학, 생물학 등이 교차하는 의학을 전공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는 우리나라 현실과 매우 다른 모습인데, 우리나라 최고 수재들은 주로 직업을 안정성, 수익성 그리고 사회적 위신을 기준으로 의사를 택하는 반면, 저자는 본인의 철학과 가치관에 맞는 직업으로서 의사를 선택했다. 이러한 진정성과 정신이 그로 하여금 죽음의 그림자를 담담히 마주할 수 있게 한 것 같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고 공부하던 그는 폐암을 선고 받아 그 의미를 직접 경험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도 처음에는 짧은 생을 두려워하고 방황했지만, 가족, 특히 아내 루시와 담당 의사인 에마의 동무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인의 의지와 용기 덕분에 정체성을 되찾고 남은 시간을 성실히 계획하고 이에 따라 치열하게 산다.
전에 읽었던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중립적인 것으로 보고 두려워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던져 감명깊었다. 그런 면에서 소크라테스는 죽음의 의미를 재평가하고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준다. 그는 죽음을 철학자의 고향이라 생각하며 범인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저자 폴은 보다 인간적이면서 오히려 더 대단해보이기까지 한다. 인간적인 두려움을 뒤로 한 채 본인의 환경과 상태를 인정하고 남은 시간을 더욱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그리고 삶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는 죽어가고 있었지만 다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았다.
한때 좌절하고 무기력했던 내 모습이 생각나다. 세상 끝난 것 마냥 아무것도 하지 않던 시간들. 과연 내가 가진 신념과철학이 환경과 상황이 변하더라도 굳건할 수 있을까? 죽음이라는 거대한 두려움도 아니라 입대나 망친 시험에서 마저도 무기력해지는데? 반성할 기회를 주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게 해준 폴에게 감사하다. 보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 먼 꿈과 미래만 좇을 것이 아니라 동시에 가까운 현재와 지금 이 순간에도 충실할 것을 다짐한다.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지음
흐름출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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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재미 없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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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랫동안 읽은 나머지 이야기의 감동과 생생함이 반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루의 감정과 다른 인물들의 시각에서 펼쳐진 스토리는 낭만적이었고 가슴에 사무쳤다. 루의 감정들이 세세히 느껴진 것이 정말 좋았다. 시선 하나하나, 시시콜콜한 감정 모두 그려져 머릿 속에 스크린이 펼쳐지는 것처럼 실감났다. 예상만큼은 로맨틱하지 않았지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 변하는 모습이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이외에도 인상적인 것은 바로 윌의 엄마인 트레이너 부인의 감정이다. 차갑고 냉정하게만 보였지만, 윌을 바라보는 그 눈빛과 속마음은 영락없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이성적 인물의 순수한 감성은 어색하지만 그 이질적 느낌 덕분에 더 깊게 느껴진다. 마지막 휴가지인 모리셔스제도가 실존하는 곳이지는 모르겠다. 실존한다면, 상상보다 못하다 할지라도 꼭 가보고 싶다. 신혼여행지로...? 더불어 안락사에 대한 기독교의 변증적 입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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