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은 지성의 부산물이다.
내가 페미니즘을 읽는 이유.

소위 말해 '교양있는 남자들'은 어떤 식으로 여성을 차별하고, 혐오해 왔는가? 에 대한 이야기다. 실망할 수 밖에 없는 쇼펜하우어, 다윈, 러스킨 등 명사들의 발언.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지만 교리로 삼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페미니즘은 알아갈수록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학문인 듯하다. 무지를 벗고 세상의 부조리를 발견하는 것이 때론 버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느 페미니스트의 언어처럼 나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엄마가 생각나서 자꾸만 눈물을 훔치게 만든 소설. 내가 살아오면서 겪어온 불편한 감정들을 다시 조우하게 됐다. 왜 나는 그 순간 불쾌함을 숨길 수 없었을까, 왜 기분이 좋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만 남긴 채 살아가던 내 심리를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다. 책을 집필한 작가들의 힘, 감각에 감탄했다.
몇몇 단편은 마치 엄마와 딸의 비밀 일기장을 훔쳐본 기분이다. 딸의 입장도, 엄마의 입장도 둘 다 이해가 간다. 그들 모두 통념의 피해자였을 뿐.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딸들이 세상에 많을 것이다. 많은 딸들이 스스로 자책했겠지. 이전에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씨보다도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내겐 너무 아픈 페미니즘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