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발견」을 읽은 후 솔직히 베를린은 제일 독일스럽지 않은 도시라고, 세계에서 가장 그 국가를 제대로 담지 못한 수도라고 생각했다. 이래서 책을 아예 안읽은 사람보다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베를린 다이어리를 보고 생각이 확 바뀌었다. 하긴, 여행자들의 취향만 해도 도시들에 대한 감상이 각자 다 다른데, 베를린에 푹 빠진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분명 무언가 있겠지!
솔직하게 적힌 힘들었던 사건들에 대해 읽으니 잊고만 있던 지난 괴로웠던 일들도 떠올라 조금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제아무리 사람은 좋은 기억만 남겨둔다고 한들 그래도 귀국이 싫고 다시 튀어나가고 싶은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은 떨쳐낼 수가 없다. 오히려 솔직한 이야기들이 내게 더 와닿았고,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는데? 라는 질문을 하기엔 너무 현재진행형인 책내용이었지만 읽기 잘했다는, 비슷한 '일기'를 또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사진들이 너무 뿌얘.. 너무 아날로그파리 느낌이 나서 아쉬웠다. 더 푸르른, 혹은 잿빛의 베를린을 있는 그대로 담아주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