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구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삼켜버렸다. 주인공은 유일하게 흡수가 되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그것을 모르고 구가 자신을 계속 쫓아온다는 것에 공포를 느껴 도망만 다닌다. 그러는 동안 그는 공포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에 환멸과 절망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마트에서 한 청년과 만나 서로 접촉하게 되니 구가 흡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주의를 하지 않았을 때 구가 청년마저 삼키고 세상엔 자신만이 홀로 남게 된다. 그 때 구가 사라져버리고 흡수된 사람들이 돌아왔다. 그러나 돌아온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해져있었고 주인공은 자신이 흡수가 되지 않은 사람이란걸 사람들에게 알리면 죽게 될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는 은신하다 결국 붙잡히고 부모마저 그를 외면한다. 결국 같이 있었던 청년을 제물 삼아 살아남게 되어 그 길로 도주한다. 즉 그는 구 속으로 빨려들어가지 않는 대신 구가 사라져도 계속해서 절망을 느끼고 끝없이 도망쳐야 한다는 것이다. 참 무섭지 않은가. 만약 내가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은 절망과 공포, 그리고 끝없는 고독을 잘 묘사했다. 그래서 쉴 틈 없이 계속 읽었고 한 시간 만에 다 읽었다. 간만에 스릴 넘치는 책을 읽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참 좋은 책이다. 스토리나 묘사나 캐릭터 등등 흠 잡을 데가 없다. 일단 얘기해보자면, 구가 아주 천천히 미끄러져 오지만 그 동안 도망가는 사람들은 거기에도 공포를 느끼고 구에게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절망에 사로잡혀 미쳐버리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처음에는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러했지만 자신이 흡수 되지 않는다는 유일한 사람이란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공포와 절망을 느끼는 대상이 구에서 사람에게로 바뀐다. 자신이 세상에 홀로 남은 유일한 존재가 될 때 그는 끝없는 고독을 느끼게 된다. 그 후 사람들이 다시 돌아왔다. 사람은 죽을 수는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 존재다.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고 부모조차 그를 위협한다. 그래서 그는 결국 홀로 남게 되어 끝없이 도망 다녀야 한다. 한 마디로 구는 그를 목표로 삼은 것이다! 참 무섭다. 이는 대상 없는 공포에 대한 것을 소재로 삼아 쓴 것 같다. 저번 학기에 배운 인문학 중에서 공포에 대한 문학이 있었는데 그 내용과 비슷하기도 하다. 정확히 무슨 책인 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