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은 있지만 누구도 그걸 실감하며 살지는 않는다. 돌이켜 보면 평범한 장사치로 살아갈 옥구열을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라는 말을 상기하며 살아가게 한 것은 그가 처한 환경이었다. 보련에 가입한 부친이 죽은 뒤 그는 기일도 정확하게 모르는 제사를 숨어 지내야 하는 유족으로 10년을 보냈다. 유족들이 유해를 수습해 매장하고 누가 왜 죽였는지를 물어보고자 할 수 있었던 것은 4•19로 정치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5•16쿠데타는 죽은 자들을 다시 한 번 땅 속 깊이 묻고는 유족회 임원들을 반국가 사범으로 처벌했다. 그 굴레를 벗어나는 길은 단 하나, 정권이 바뀌는 것뿐이었다. 5•16으로 집권한 지금의 정권이 계속되는 한 유족들의 원망은 풀릴 길이 없기에 옥구열은 오늘 투표가 절망스럽고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