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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
도미니크 로로 지음
문학테라피 펴냄
물건을 버릴 때 공간이 비워지는 것에 대해서만 집중했다. 빈 공간이 나에게 주는 기분을 기대하는 것이다. 물건이 주는 불쾌감을 없애고 나면 삶은 한결 더 상쾌하고 명료해진다. 이것이 분명한 진실이라는 것은 실천을 통해 몸소 깨달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버림’이라는 행위 자체의 가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버리기 위해서는 물건을 들여다 봐야 한다. 물건에는 내가 물건을 발견하고, 고민하고, 구매하는 데까지 나의 역사가, 나의 가치관이 그리고 나의 책임이 담겨 있다. 따라서 물건을 바라보는 것은 ‘나’를 직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버릴지 말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무선별적인 감성을 정리하여 더 중심이 뚜렷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버림’이라는 눈에 보이고, 설명가능한 특정 행위가 내면을 들여다 보는 창구가 되는 것이다.
김애란 작가의 단편집 ‘달려라 아비’에 있는 ‘영원한 화자’라는 글을 읽고 공감했던 적이 있다. 문제가 있음을 인지는 하지만 명료한 말로 표현할 순 없어서, 그저 무기력에 빠져 있는 모습이 내 심리와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문제인지 몰랐던 게 아닐 것이다. 무섭기때문에 ‘그래도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라는 끝맺음 없는 영원한 변명들로 회피했던 것이지.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버림’을 추천하고 싶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하는 것을 무서워서 피하고만 싶다면, 도저히 해낼 수 없다면, ‘버림’이라는 행위로 우회적으로나마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현재 나는 약하고 부끄러운 존재이지만 내면과 대화로 '나'를 정립하여 강하고 떳떳해질 수 있다.
미니멀리즘은 수단이다.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 또한 어떤 형태로든지 내 곁에 있다.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여 들고 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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