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보다는 장편소설의 긴 호흡을 선호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에는 장편소설 같은 깊음과 여운이 있다. 신기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은 독자의 마음을 출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이를테면 누구한테도 말한 적이 없이 은밀한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나조차 잘 꺼내지 않는 농축된 짙은 감정과 기억을 슬며시 솟아오르게 하는 힘.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잠든 밤에 지독한 꿈을 꾸었다. 너무나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행복하고 따뜻했는데 깨어나니 숨이 막히는 꿈을.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에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