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언가가 가장 간절해지는 순간은 언제나 그때. 사람이 가장 그리워지는 순간 또한 그때. 이제 다시는 그와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없으리라는 걸 알게 되는 바로 그 순간, 그때였으니까. P29
- 모두가 이렇게 살고 있는 세상이야. 지금의 이 세상을, 이미 또 하나의 당연한 시스템으로 생각하게 되버린 W. 그래서 나는 더 슬펐던 것 같다. P47
- E는 조금씩 말수가 줄어갔다. D가 들어가지 않은 문장을 좀처럼 완성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와 9년이란 시간을 가장 친밀한 관계로 공유한다는 것은 그런거다. 나의 삶이 곧 그의 삶이 되는 것. 나의 친구들이 곧 그의 친구들, 나의 가족들이 곧 그의 가족들, 나의 기억들이 곧 그의 기억들이 되는 것. P116
- 드라마완 달리 세상엔 악역이 그리 많지 않다. 각각의 상황에 맞는 주인공과 주인공이 아닌 사람만 있을 뿐. E와 그가 주인공이었던 드라마에서는 E는 하차했을 뿐이다. 하차하지 못하겠다거 버티면 지질한 조연으로 남게된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두 사람의 사랑을 가로막는 E가, 악역이 돼버릴지도 모른다. P123
- 나는 조금 더, 현재에 관대해지고 싶다. 과거의 나를 미화하고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의 내 삶에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부여하지 않기를. 그렇게 현재의 내 기쁨마저 내 스스로 망쳐놓지 않기를. P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