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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사랑으로의 전환. 희옥에게 한 사람에 불과했던 주호평이 이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그것은 고통스러우면서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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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은 주로 ‘애’의 모습만을 드러냈지만 그의 사랑은 ‘증’도 포함한 애증의 것이었다. 2011년 이전, 그의 사랑을 머저리의 쓸데없는 짓 정도로 치부해버린 희옥은 2011년 이후, 그것이 ‘증’을 기꺼이 누르며 자기를 희생하는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희옥이 그의 증오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매우 낯설고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그것이 실로 아름다운 것은 비탄, 원망, 분노, 슬픔, 상실 속에도 수평을 이룬 사랑때문일 것이다. 일흔 살에 이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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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 소설은 세밀한 감정묘사와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장면전환으로 사랑에 대해 말한다. 책은 독자들을 단지 방관자로 남겨두지 않는다. 고통과 아름다움에 독자들을 참여시키며 오늘도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누구의 사랑을 머저리의 쓸데없는 짓 정도로 치부하고 있는가.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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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7 가슴이 마구 무너진다. 당신, 이란 말이 왜 이리 슬플까. 함께 견뎌온 삶의 물집들이 세월과 함께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눈물겨운 낱말이다. 그늘과 양지, 한숨과 정염, 미움과 감미가 더께로 얹혀 곰삭으면 그렇다, 그것이 당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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