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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박범신 지음
문학동네 펴냄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사랑으로의 전환. 희옥에게 한 사람에 불과했던 주호평이 이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그것은 고통스러우면서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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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은 주로 ‘애’의 모습만을 드러냈지만 그의 사랑은 ‘증’도 포함한 애증의 것이었다. 2011년 이전, 그의 사랑을 머저리의 쓸데없는 짓 정도로 치부해버린 희옥은 2011년 이후, 그것이 ‘증’을 기꺼이 누르며 자기를 희생하는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희옥이 그의 증오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매우 낯설고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그것이 실로 아름다운 것은 비탄, 원망, 분노, 슬픔, 상실 속에도 수평을 이룬 사랑때문일 것이다. 일흔 살에 이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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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 소설은 세밀한 감정묘사와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장면전환으로 사랑에 대해 말한다. 책은 독자들을 단지 방관자로 남겨두지 않는다. 고통과 아름다움에 독자들을 참여시키며 오늘도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누구의 사랑을 머저리의 쓸데없는 짓 정도로 치부하고 있는가.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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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7 가슴이 마구 무너진다. 당신, 이란 말이 왜 이리 슬플까. 함께 견뎌온 삶의 물집들이 세월과 함께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눈물겨운 낱말이다. 그늘과 양지, 한숨과 정염, 미움과 감미가 더께로 얹혀 곰삭으면 그렇다, 그것이 당신일 것이다.
2018년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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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se’가 있는 작품이 좋다. 일순간 문장에 몰입하게 만들어 그 곳에 잠시 멈춰있게 하는 글. 그런 글에선 한동안의 ‘쉼표’ 이후에 독자의 사고와 글, 새로운 책으로의 탐구가 끝없이 펼쳐진다. 그것이 ‘느낌의 공동체’다.

느낌의 공동체

신형철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9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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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하게 읽어 내려가다 이내 눈가가 촉촉해졌다. 단순히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길래 고른 책이었는데 그것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마음 속을 계속 울린다. 그들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하고 나와 우리의 상처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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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과 악수를 하기에 앞서 그들의 전력을 확인했다. 독일인을 받아들이려면 신중해야하는 법이다.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내 친구나 친척의 피를 손에 묻히지 않았다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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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지금도 여전히 그 언어를, 미국식 억양이 섞이기는 해도, 썩 잘 구사할 수 있지만 그러기를 싫어한다. 내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고 독일을 떠올리는 것은 상처에 소금을 문지르는 격이다.[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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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듥하 절대적으로 아무런 관련도 없었는데. 나는 결코 그러지 않았는데.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내 삶에서 17년을 잘라 내어 버렸는데 이제 와서 그들이 내게 기부를 바라다니![p.148]

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열린책들 펴냄

2019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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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슬픈 이야기의 나열이나 극적인 사건들의 발생이 아니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서글픔이 이 소설 안에 있고 그것이야말로 진정 독자의 깊은 곳을 울린다.

네 이웃의 식탁

구병모 지음
민음사 펴냄

2019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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