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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열린책들 펴냄
읽었어요
⠀그러나 혹시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이렇게 생각해 본다- (인생에서처럼) 책을 읽을 때에도 인생 항로의 변경이나 돌연한 변화가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일 수도 있다. 의식 깊이 빨려 들긴 하지만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용해되기 때문에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문학의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는 독서를 통해 변화하면서도, 독서하는 동안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두뇌의 비판 중추가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직접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이 병은 축복, 거의 필수적인 조건일 수 있다. 그것은 위대한 문학 작품이 꼼짝못하게 불어넣는 경외심 앞에서 그를 지켜주고, 표절의 문제도 복잡하지 않게 해준다. 그렇지 않다면 독창적인 것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궁지에 몰려 만들어 낸 나태하고 무가치한 위안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이것에서 벗어나려 애써 본다. 너는 이 무서운 건망증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나는 생각한다. 있는 힘을 다해 레테의 물살을 버티어 내야 한다. 허둥지둥 글 속에 빠져 들지 말고, 분명하고 비판적인 의식으로 그 위에서 군림해서 발췌하고 메모하고 기억력 훈련을 쌓아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 너는- 여기에서 순간 저자와 표제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 마지막 행은 불변의 도덕적인 명령으로서 결코 잊을 수 없이 기억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는 유명한 시를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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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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