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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블랙조이 완결
이믹 지음
로크미디어 펴냄
단순한 장르 소설에 그치겠지, 라는 내 편견을 완벽히 깨 버린 소설.
처음에는 그저그런 양산형의 장르 소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내 생각은 책의 첫 페이지, 첫 문단의 첫 문장부터 완벽히 깨지게 됐다.
‘심경아는 어릴 때부터 손이 운에 짝짝 붙었다.’
소설의 첫 문장이다. 난 아직도 하우스 블랙 조이의 표지를 보면, 반사적으로 책의 첫 문장이 생각이 난다. 그만큼 내겐 강렬하기도 하고, 소설에 빠져들 수 있게 해준 매개체. 그를 넘어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문장이었던 것이다.
줄거리는 크게 획기적이지 않다. 심경아라는 주인공은 도박꾼이었던 제 아비를 닮아 천운을 타고 태어났고, 빚을 지고 죽을 위기에 놓인 아비를 구하기 위해 원인인 도박장에 무턱대고 처들어간다. 심경아는 제 운에 자만하며, 아비를 둔 도박을 시작하지만, 장렬히 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만난 또다른 도박장의 사장과 연이 닿게 되고, 도망자의 위치에 놓인 심경아를 그가 도와주면서 새로운 이야기는 시작된다.
내가 보는 소설의 키는 크게 세 가지다.
‘도박’ ‘복수’ ‘티끌만 한 로맨스’
이 연관성 없는 일련의 주제들이 작가가 그려낸 등장인물의 치열하고, 섬세한 심리묘사와 한 데 얽혀 큰 시너지를 일으킨다.
나는 내가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도박이란 장르에 작가가 만든 심경아란 인물에 매료 돼 몰입하게 됐고, 책의 막장이 올랐을 땐 도박을 배워보고 싶단 생각까지 하게 됐다.
하고 싶은 말은, 도박과 아무 관련 없는 일개 독자인 내가 그렇게까지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서 말한 세 가지의 키가 그다지 특색 있지 않은 줄거리를 상쇄할만큼 서로 단단히 뭉쳐 작가의 기량 아래 나를 끌어나갔기 때문이라는 거다.
‘복수’라는 키. 만일 내가 작중의 심경아라면, 혹은 내가 아니라 그 누구더라도 작중의 상황이었다면, 한 번쯤 복수를 꿈꿔봤을만 하다. 작가는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복수를 행할 도구인 ‘도박’이란 키. 우리는 어떻게든 도박의 룰을 필사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름 아닌, ‘복수’의 성공을 위하여.
이래저래 흔들리는 주인공 심경아를 단단하게 잡아줄 보조 장치인 ‘티끌만 한 로맨스’
이 모두가 화려한 심리묘사 속에 얽혀 완벽한 소설을 만들어냈다.
주인공인 심경아가 흔들리면, 나 역시 흔들린다. 주인공인 심경아가 자만하면, 나 역시 자만하게 된다. 주인공인 심경아가 울분에 차면, 나 역시 울분에 차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인 심경아가 고난을 딛고 서 아비에 대한 복수에 성공했을 때, 나는 만족, 행복, 크나큰 성취감 거기에 더불어 이야기의 끝이라는 데에 대한 공허함과 허탈감마저 들었다.
이 소설을 분류하자면, 로맨스 카테고리의 장르 소설일 뿐이지만, 책의 내용은 결코 그렇게 단순화 돼 있지 않다.
기회가 닿는다면,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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