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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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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1943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초판본)의 표지 이미지

어린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더스토리 펴냄

‘어른들은 누구나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소설에 나오는 어린 소년은 어느날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 그림을 여러 어른들에게 보여주지만 어른들은 모두 그것을 모자라고 생각한다. 어린 소년은 그것에 실망했다. 후에 커서 파일럿이 된 소년은 어느 사막에 불시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어린 왕자에게 그림을 보여주게 되는데 어린 왕자는, 그 그림을 보여 준 이례 처음으로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그림이잖아' 라고 답한다. 파일럿은 '동심 그 자체'인 어린 왕자와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와 헤어졌을 때 파일럿 역시 동심으로 돌아가 있었다.



소설에는 그림이 하나 나온다. 어린 시절의 파일럿이 그린 모자 모양의 그림인데, 사람들은 이를 모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모자를 그린 것이 아니었다. '보아뱀이 삼킨 코끼리' 이것이 그가 그려 낸 그림이었다.

모자를 알고 있는 어른이라면 아무도 이 그림의 진짜 의미가 그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때묻지 않은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그 그림을 '보아뱀이 삼킨 코끼리'라고 생각한다. 파일럿은 딱히 그림에 이중성을 부여 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보아뱀을 잡아 먹는 코끼리를 그렸을 뿐이었다. 다만 그 그림을 보는 어른들이 그 그림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과 끼워 맞춰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어른들과 아이들의 차이를 깨달았다.

어린 왕자는 소설 속에서 '동심' 그 자체이다. 이런 ‘아이’ 즉 동심을 대표하는 그가 본 그림에는 본질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 본질 위에 겹겹이 색을 입히고 존재를 가려 버린 것은 ‘어른’이다.

나 역시 모든 것을 본질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어린이가 아니다. 무엇을 보든 그것에 나만의 해석을 끼얹고 새롭게 받아들인다. 그게 옳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소설을 보며 '본질'이란 무엇인지, 그 존재의 진짜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되새겨 보게 되었다. 때로는 동심으로 돌아가 사물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일깨워 주는 소설이었다.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2018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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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

@qtzxhbcjn03n

단순한 장르 소설에 그치겠지, 라는 내 편견을 완벽히 깨 버린 소설.

처음에는 그저그런 양산형의 장르 소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내 생각은 책의 첫 페이지, 첫 문단의 첫 문장부터 완벽히 깨지게 됐다.

‘심경아는 어릴 때부터 손이 운에 짝짝 붙었다.’

소설의 첫 문장이다. 난 아직도 하우스 블랙 조이의 표지를 보면, 반사적으로 책의 첫 문장이 생각이 난다. 그만큼 내겐 강렬하기도 하고, 소설에 빠져들 수 있게 해준 매개체. 그를 넘어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문장이었던 것이다.

줄거리는 크게 획기적이지 않다. 심경아라는 주인공은 도박꾼이었던 제 아비를 닮아 천운을 타고 태어났고, 빚을 지고 죽을 위기에 놓인 아비를 구하기 위해 원인인 도박장에 무턱대고 처들어간다. 심경아는 제 운에 자만하며, 아비를 둔 도박을 시작하지만, 장렬히 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만난 또다른 도박장의 사장과 연이 닿게 되고, 도망자의 위치에 놓인 심경아를 그가 도와주면서 새로운 이야기는 시작된다.

내가 보는 소설의 키는 크게 세 가지다.

‘도박’ ‘복수’ ‘티끌만 한 로맨스’

이 연관성 없는 일련의 주제들이 작가가 그려낸 등장인물의 치열하고, 섬세한 심리묘사와 한 데 얽혀 큰 시너지를 일으킨다.

나는 내가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도박이란 장르에 작가가 만든 심경아란 인물에 매료 돼 몰입하게 됐고, 책의 막장이 올랐을 땐 도박을 배워보고 싶단 생각까지 하게 됐다.

하고 싶은 말은, 도박과 아무 관련 없는 일개 독자인 내가 그렇게까지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서 말한 세 가지의 키가 그다지 특색 있지 않은 줄거리를 상쇄할만큼 서로 단단히 뭉쳐 작가의 기량 아래 나를 끌어나갔기 때문이라는 거다.

‘복수’라는 키. 만일 내가 작중의 심경아라면, 혹은 내가 아니라 그 누구더라도 작중의 상황이었다면, 한 번쯤 복수를 꿈꿔봤을만 하다. 작가는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복수를 행할 도구인 ‘도박’이란 키. 우리는 어떻게든 도박의 룰을 필사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름 아닌, ‘복수’의 성공을 위하여.

이래저래 흔들리는 주인공 심경아를 단단하게 잡아줄 보조 장치인 ‘티끌만 한 로맨스’

이 모두가 화려한 심리묘사 속에 얽혀 완벽한 소설을 만들어냈다.

주인공인 심경아가 흔들리면, 나 역시 흔들린다. 주인공인 심경아가 자만하면, 나 역시 자만하게 된다. 주인공인 심경아가 울분에 차면, 나 역시 울분에 차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인 심경아가 고난을 딛고 서 아비에 대한 복수에 성공했을 때, 나는 만족, 행복, 크나큰 성취감 거기에 더불어 이야기의 끝이라는 데에 대한 공허함과 허탈감마저 들었다.

이 소설을 분류하자면, 로맨스 카테고리의 장르 소설일 뿐이지만, 책의 내용은 결코 그렇게 단순화 돼 있지 않다.

기회가 닿는다면,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

하우스 블랙조이 완결

이믹 지음
로크미디어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18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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