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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이뤄야 할 자신과의 약속)의 표지 이미지

버킷리스트

유영만 외 1명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누구나 바램은 있다. 여행작가가 되고 싶을 수도 있고, 미련없이 하던 일을 내려 놓고 인도로 떠나 싶을 때도 있다. 일기를 쓰는 사림이라면 언젠가 일기장에 써 놓았을 테고, 힘든 일을 하다 쉬는 짬에 종이에다 낙서처럼 써보기도 했을 것이다. 부끄러움이 많은 이는 혹여 들킬까 속으로만 되뇌기도 할 것이다.

내게도 버킷리스트가 있다. 아내와 아이들의 미래, 지금하고 있는 일들의 성패, 1년후 7년후, 10년후 내 모습, 뭐 이런 것들이 한데 섞여 있다. 구글 'Keep'에 써놓고 하루 한 번 휴대폰 화면에 나타나도록 설정을 해두었다. 때마다 버킷리스트에 항목을 보태거나 내용을 고치기도 한다. 이뤄진 것은 뿌듯한 마음으로 지운다.

차제에 버킷리스트를 천천히 들여다보니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다. 왜 그럴까 곰곰히 따져 보니 그 속엔 쉼이 없었다. 잘 했다고 수고했다고 내가 나에게 주는 상도 없었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어 가는 것도 행복일 테고, 버킷리스트를 쓰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일 테지만 가쁜 삶에 은근슬쩍 쉼표하나를 찍어둔다고 나쁠 건 없겠지 싶다. 하루 한번 커피를 내려놓고 멍하니 바라보기'는 어떨까? 영화 버킷리스트에 나왔다던 '나날의 작은 일에서 삶의 큰 기쁨 찾기'도 좋겠다.

그러다 35세 무직인 남자가 썼다는 버킷리스가 떠올랐다.
- 유급휴가 보내기
-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기
- 정기적으로 부모님에게 용돈드리기

첫 번째와 두 번째를 항목을 읽고 마음 짠하고 미안했다. 감사함도 없이 매일 매일하는 일이 누군가의 버킷리스트라는 놀람에 또 놀랐다. 평생 직장이란 옛 말이고, 해마다 사장님 신년사에서 간절하게 찾는 말이 '어렵지만 정리해고는 하지 않겠습니다'이고 보면 나 역시 다르지 않은데 말이다. 지난해 연말 버킷리스트에 썼던 '팀원들 모두 지키기'를 올해엔 다시 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세번째 항목은 부러웠다. 당신에게는 그래도 기회가 있구나.

오늘 아침 사무실로 가는데 내 앞을 지나가 가려고 바쁘게달려오는 청설모가 보였다. 먼저 가라고 발걸음을 멈추니 녀석도 덩달아 멈춰섰다. 일미터 지척에서 동그랗고 제 털 빛깔 보다 까만 청설모의 눈과 마주쳤다. 잠시 얼음, 그리고 녀석은 시크하게 나무 위로 뛰어 올랐다. 녀석의 버킷리스트에는 '아침에 만났던 인간 다시 안보기'가 추가됬을까?

모든 바램은 소중하다. 트럼프의 것이든 나의 것이든 당신의 것이든 같은 무게다. 그러나 존중 받아야 할 바램들이 서로 얽히는 순간이 있다. 내 버킷리스트에 담긴 바램을 이루는 것이 누군가에게 아픔과 슬픔을 남기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2018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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