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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저자는 은퇴자들이 시골로 내려가는 것을 온몸으로 막는 듯 하다. 홀로설 준비가 되어있고 의지와 목표가 충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골로 가서는 안될 오만가지 이유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개인적으로 시골로 내려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대신 단독 주택을 지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있다. 하지만 은퇴시점에 충분한 자금이 없다면 어디라도 쉽지않은 선택이다.
그런데 시골이나 도시냐가 중요할까?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어디에 사느냐가 그리 중요할까? 오히려 어느쪽이든 잘못된 결정에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 인생 1막이든 2막이든 우리는 보다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 그것을 하기위해 이제부터라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런 후에야 삶을 영위할 장소는 의미를 지닌다.
의류(양말, 속옷 등) 도매업을 하시던 아버지께서는 대기업 직장인이 은퇴하는 시점에 맞추어 가게 문을 닫으셨다(어머니께서는 그 보다 좀 더 빨리 시장 소매 장사를 접으셨다). 아버지께서 원하셨던 것은 어머니께서 자라나셨던 집 바로 옆에 집과 유리온실을 짖고 어머니와 함께 화초를 돌보는 것이꿈이셨다(부모님께서는 동향이셨다).
하지만 상황은 바라는대로 흐르지 않았다. 동네 어르신들께서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던 것이다. 모두들 농사일에 바쁜데 유리온실을 짓고 화초를 키운다는 것이 그 분들 입장에서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어르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셨다.
사실 목적이 그것 하나뿐이었다면 시골 생활을 포기하셨을 지도 모른다. 언제든 형제들이 즐겁게 모일 수 있는 장소를 고향에 마련하는 것과 각지에 흩어져 있는 조상님들을 한곳에 모실 수 있는 납골묘역을 만드는 것을 마음에 품고계셨다. 두 분이 함께 10년 이상을 공들여야 했을 만큼 쉽지 않은 사업이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아버지께서 장사를 시작하실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드릴 때 처럼, 어머니는 아버지의 인생 2막도 사력을 다해 지원해 주셨다.)
집안 어르신들을 모시고 납골묘역 조성 준공식을 하시던 날, 두분의 표정은 더 없이 밝았다. 수많은 반대와 오해를 무릅쓰고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 낸 두 분에게는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언젠가 고향에 다녀오던 날, 아버지께서 차를 멈추지 않고 집 주변을 빙빙 돌기만 하시던 기억이 있다. 옆자리에서 곤히 주무시던 어머니를 깨우고 싶지 않으셨던 것이다.)
나는 아직 내 인생 2막을 어디서 시작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기위해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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