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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지음
청미래 펴냄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01. 낭만적 운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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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영혼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잠자리를 함께하는 일을 되풀이하는 상황에서, 언젠가는 꿈에 그리던 남자나 여자와 만나게 될 운명이라고 믿는다면 용서받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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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을 두고 자신의 필생의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 살아보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따라서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클로이를 만난 직후, 그녀를 필생의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좋아하는 사람마다 운명적 느낌을 받곤 했다. 그런 내 느낌은 그저 분별력 없는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그런 착각마저 일으키게 하는 것이 사랑의 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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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실수는 사랑하게 될 운명을 어떤 주어진 사람을 사랑할 운명과 혼동한 것이다. 사랑이 아니라 클로이가 필연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였다.
- 사랑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왜 사랑하게 됐을까? 그녀가 예뻐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사랑했을까?
## 02.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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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을 꿰뚫어보는 것은 아주 쉽다. 하지만 그래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엘리아스 카네티의 말이다. 타인의 흠을 찾아내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그러나 그것이 또 얼마나 무익한지를 암시하는 말이다.
-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 어느 순간 그녀와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요소와 행동, 생각을 조금 찾게 된다. 너무 잘 찾는다. 덕도 안되고 득도 없다.
> 모든 갑작스러운 사랑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장점을 의도적으로 과장하는 면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과장 덕분에 우리는 습관이 된 비관주의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에겔면 결코 가능하지 ㅇ낳았을 믿음을 가지게 된 어떤 사람에게 우리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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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는 단점이라 생각했을수도 있는 것이, 사랑을 통해 사랑스럽게 그녀를 이루고 있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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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에게 완전히 감정을 이입하기 위하여 나 자신에게 몰두하는 것은 포기할 준비, 그녀의 모든 기억을 차곡차곡 분류 정리한 준비, 그녀의 유년의 역사가가 될 준비, 그녀의 모든 사랑과 공포를 배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마음과 몸 안에 흘러다녔을 모든 것이 곧 매혹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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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우리 내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함을 찾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합을 통하여 인간 종에 대한 불확실한 믿음(자기 인식에서 나온 모든 증거에 위배됨에도 불구하고)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 어떤 사람 - 그것이 누구라도 - 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는 환희를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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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아침을 함께 보낸 주제에 사랑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낭만적 미망과 의미론적 우둔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 나도 모르지만 널 좋아한다. 너를 알아가다가도 너를 좋아한다. 결국 사랑이, 사랑에 빠지게 했기에
## 03. 이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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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나를 바라는 것일까, 바라지 않는 것일까?
- 엄마는 계속 내 의중을 물었다. "네 마음은 어떠니?" 그 말 속에는 내가 아무리 복잡히 그녀의 말에 집중해도, 그녀의 생각을 온전히 알기 힘들거라는 지혜가 있다. 그렇다. 난 끊임없이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하지만, 일단 내 마음이 확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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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지금 우리 탁자 위에 놓인 문제가 사랑 그자체의 본질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이냐(그리고 무엇이 될 것이냐) 라는 것을 무시한 채 사랑에 관하여 추상적으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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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이와 나는 예의바르게도 솔직한 사랑 고백에 따르는 대가를 전액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서로에게서 덜어주고 있었다.
- 나는 그녀가 힘들어할 고백을 한 것일까? 나 스스로는 과연, 서로에게 온전히 Committed 된 관계를 할 준비가 됐을가? 솔직한 사랑 고백에 따른 댓가는 관계의 전환이다. 그 전환을, 나는,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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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그냥 슬픈 얘기일지도 모르죠. 두 사람은 똑같은 기대를 안고 사귀어야 해요. 서로 똑같이 줄 준비가 된 상태에서 말이에요.
- 그렇다. 연인은 같은 기대를 안고 가야 된다. 부모와 자식, 선생과 제자 같은 관계는 서로의 책임이 다르다. 서로 다른 책임을 온전히 이수할 때 아름다움이 생긴다. 연인은 다르다. 책의 후반기에서도 나오지만, 연인은 온전한 욕구를 가지고 서로를 원한다. 그게 연인이다. 책임감으로는 연인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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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말과 표정에 일희일비한다. 마음도 왔다갔다 한다. 상대방도 나를 원한다는 사실 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 04.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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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곧 나의 모든 개인적 특징들을 버리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나의 진짜 자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완벽성과 화해 불가능한 갈등관계에 있으며, 따라서 무가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이런 욕망에 종종 끌린다.
## 06. 마르크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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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할 만하다고 인정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취향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그런 문제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내가 바라던 대로 멋진 사람일 수 있을까?
- 그냥 사랑한다. 이유가 없다. 그냥 좋아한다. 예진이도 이렇게 생각 했을까? 그렇게 좌절했을까? 결국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자신이 원망스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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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어쩐 일인지 보답을 받을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다. 나는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데에 더 묵를 두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일에 집중했던 것은 아마도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사랑을 하는 것이 언제나 덜 복잡하기 때문일것이며, 큐피드의 화살을 맞기보다는 쏘는 것이,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쉽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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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은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안전하게 고통스럽다. 자신 외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초한 달곰씁쓸하고 사적인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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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약속시간보다 늦게 전화를 걸어야 하는 것에 내가 먼저 지쳤기 때문이다.
- "내가 너보다 나은 인간인채 하는데 질렸다." 라는 표현이 아니었을까? 그녀를 기다리게 해서, 그녀의 욕망을 계속해서 채워줘야 하는 일에 지쳤을거다. 진실되지 못한 행위에 부응하는 어려움.
## 07. 틀린 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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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숙한 사랑의 이야기에서는 자신의 상대를 진정으로 알 때에만 사랑이 자라날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왜곡된 사랑의 현실(우리가 알기 전에 태어나는 사랑)에서는 아는 것이 늘어날 경우, 그것은 유인이 아니라 장애가 될 수도 있다 - 유토피아가 현실과 위험한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77페이지
> 클로이가 어떤 여자인지에 대한 내 생각, 그녀의 정체성에 대한 나의 아리스토파네스적인 확신에는 이 구두에 대한 열광은 들어 있지 않았다. 우리 관계의 이런 예기치 않은 전환에 상처를 입고 혼란을 느낀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고, 그 사람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을 견딜 수 있을까? 그 순간에 어찌 대처해야 하나?
78-79페이지
> 가장 사랑하귀 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로맨스는 우리가 오랜 기차 여행을 하다가,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름다운 사람을 몰래 눈여겨보며 상상하는 것처럼 순수하지 않다.
- 이별과 실망의 아픔을 겪는 순간에 그리 생각할 수 있다. 아무런 기대치가 없는 사람은 작은 행동만으로도 달라보인다. 결국 상대를 향한 기대치가 관계의 깊이를 보여준다.
> 그러나 공상이 실제 연주되는 순간, 의식 속을 떠다니던 천사 같은 존재들은 지상으로 내려와 자기 나름의 정신적이고 육체적 역사를 가진 물질적 존재로서 자신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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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협적인 차이는 중요한 점(국적, 성, 계급, 직업)에서 쌓여가는 것이 아니라, 취향과 의견이라는 사소한 점에서 쌓여갔다.
## 08. 사랑이냐 자유주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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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유일한 변명은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 그녀는 내 이상형이라는 것 - 구두만 빼면 - 따라서 나는 이 작은 결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 사랑하는 이의 결함을, 굳이 고치겠다고 나서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근데 모두들 범하는 실수다. 그런 면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91페이지
> 그러나 우리는 친밀함을 일종의 소유권이나 허가장으로 여겼다.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했을지는 모르지만, 이제 예의는 차리지 않았다.
92-93페이지
> 놀랄 만큼 추한 모습이었으나, 정말 묘하게도 놀랄만큼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왜 나는 클로이의 구두를 보았을 때는 이런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을까? 왜 나는 나의 일용할 양식을 파는 신문 판매소 주인은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할까?
- 사랑하는 이에게는 어떤 기대치를 가져야 하는가? 사랑하는 이에게 가지는 기대감. 올바르게만 쓸 방법이 있을까? 구두같이 사소한 것은 서로가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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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다시 사랑과 자유주의 사이의 선택의 문제로 돌아온 것 같다. 신문 판매소 주인의 샌들은 내가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짜증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에게서 신문과 우유를 얻고 싶을 뿐이지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 나는 그에게 내 영혼을 드러내고 싶지도, 그의 어깨에 기대어 울고 싶지도 않다. 따라서 그의 신발은 나에게 거치적거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폴 씨를 사랑하게 된다면, 똑같은 평정한 마음으로 그의 샌들을 계속 마주볼 수 있을까? 헛기침을 한 다음에 다른 것을 신어보라고 권하는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점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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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을 수 없다는 것은 인간적인 것들의 상대성, 사회나 관계에 내재된 모순, 욕망의 다양성과 충돌을 인정할 수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짝이 평생 제대로 주차를 못 하거나, 욕조를 제대로 닦지 못하거나, 조니 미첼을 좋아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할 것임을 받아들일 필요성, 그럼에도 그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 10. 사랑을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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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너무 신중하여 그것을 낭만주의자의 닳아빠진 사회적 언어로 말할 수가 없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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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하려는 말은 언어 가운데 가장 모호한 것이었다. 그 말이 가리키는 것에는 안정된 의미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중략 - 그 생각을 하면 외로워졌다. 하나의 단어에서도, 언어에 현학적인 사람들 앞에서 펼치는 주장이 아니라 연인들이 서로를 이해시키려는 연인들에게 간절히 중요한 하나의 단어에서도 오류가 발견될 수 있다는 생각.
- 왜 이럴수 밖에 없을까? 하나의 일을 보며, 행복했던 나. 좋지만, 나빴던 기억을 떠올린 너. 우리는 어디 쯤에서 눈높이를 맞춰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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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클로이에 대해 느낀다고 생각하는 것 가운데 얼마나 많은 부분이 그런 노래에 영향을 받았을까? 사랑한다는 나의 느낌은 그저 특정한 문화적 시기를 살기 때문에 나온것이 아닐까?
- 영향을 받는 것이, 그것조차도 좋아서 그냥 그대로 즐겼다. 너는 어땠을까? 너는 그 느낌을 부정했을까? 끝내 아픔을 못 뛰어넘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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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언어가 독창적이고, 개인적이고, 완전히 사적이기를 바라는 순간에 나는 감정적 의사소통의 돌이킬 수 없이 공적인 성격과 마주치게 되었다.
## 11.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는가?
119-120페이지
> "그녀에게서 뭘 본 건데?"
> 클로이의 몸짓들은 빙산의 일각처럼 그 밑에 놓인 것을 가리켰다. 그것의 진정한 가치, 호기심이 덜한 사람이나 사랑이 덜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의미 없어 보일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 바로 연인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
> 내 사랑은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클로이에게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정작 그녀 자신은 자신의 진정한 자아에 비추어볼때 부수적이고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와 나의 예민하고 감정이 풍부한 연인 사이에 실제로 일치하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
- 네 눈빛, 배려와 몸짓 너머에 담긴, 너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들. 너를 이룬 곁가지가 예뻐서 좋아졌지만 네 속에 있는 것들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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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이야기를 해보고 나서야 나는 사랑이 외로운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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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은 신중하게도 클로이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지 않고, 더 정확하게 내가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느냐고 물었다.
- 나는 너에게서 뭘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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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 보이는 것은 몸뿐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홀린 연인은 영혼 역시 그 껍질과 똑같기를 바라게 된다.
## 12. 회의주의와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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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인들은 사랑 없이 의심을 하는 것보다는 틀려도 사랑을 하는 모험을 더 좋아한다.
- 틀리다는 확신이 들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틀렸을 때 겪었을 어두움, 고독과 아픔을 견디기 힘들면 결국 연인이 되는 모험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 그러나 클로이에게 구피가 정말로 존재하느냐고 물었다면, 클로이와 그 코끼리의 관계는 완전히 박살이 났을 것이다.
> 연인에게도 네 사랑으로 꽉 채워진 이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냐, 아니면 네가 상상한 것에 불과하냐 하는 질문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 사랑이라는 미망은 뭘까? 사랑이 실재하지 않을 때, 사랑이 실재한다고 착가하는 내게, 연인이라는 보완재를 통해 진짜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게 되는 걸까? 물론 연인의 경우, 상대방이 깨버리면 더 이상 보완재가 없다.
> 클로이와 내가 사랑의 노른자위를 말짱하게 보존할 수만 있다면, 진실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13. 친밀성
132-133페이지
> 그러니까 이것이 전체적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내 모습 가운데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해줘.
> 매일 아침 가방을 다시 쌌다. 마치 헤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귀걸이 하나라도 두고 가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해체의 위험에 빠지기라도 할 것 처럼.
> 그러나 그녀의 독립에 대한 크나큰 열망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떨어뜨리고 가는 일은 생기기 마련이었다. - 중략 - **이어서 우리 사이에 습관들이 새어나가기 시작했다.**
141페이지
> 그러한 일화들 자체가 흥미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클로이와 나만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일화들과 관련된 부수적인 연상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라이트모티프들은 중요했다. 그것이 우리에게 우리가 서로에게 남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었고, 일들을 함께 겪어가며 산다는 느낌을 주었으며, 함께 끌어낸 의미를 기억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 14. "나"의 확인
143페이지
>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오직 인간만이 연체동물이나 지렁이와는 달리 자신을 규정하고 자의식을 얻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144페이지
>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제대로 된 정체성을 소유할 능력을 상실한다. 사랑 안에서 자아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145페이지
> 그녀가 내 기분의 많은 부분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 그녀가 내 취향을 아는 것, 그녀가 나 자신에 대해서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것, 그녀가 나의 일상과 습관을 기억하는 것, 그녀가 나의 공포증을 인정하는 것에는 다양한 "나"의 확인이 수도 없이 포함되어 있었다.
> 중량
> 다른 사람들은 구태여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성격의 측면들을 지적하는 데에는 연인의 친밀성이 필요하다.
147페이지
> 클로이가 이해를 받으며 산다는 느낌이 드는 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위치에 이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48페이지
> 그녀는 절대로 남에게 책임을 지우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녀의 성격에서 이 실마리 한 가닥을 찾아내자, 다른 측면들이 그와 관련된 표현들로서 덩달아 이해되었다.
157페이지
> 규정될 수밖에 없듯이,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도 우리를 바비큐 꼬치에 꿰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다만 적합하게 꿰는 사람일 뿐이다.
## 15. 마음의 동요
160-161페이지
> 나는 클로이를 사랑했다 -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얼룩덜룩했다.
> 다른 사랑의 이야기의 가능성과 마주치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삶은 가능한 수많은 삶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 우리가 사는 현재의 인생은 다르게 살 수 있었을 수많은 인생 중 하나다. 그럼에도 이 인생이 특별한 건, 지금 이게 나의 인생이기에, 그 사랑도 내 사랑이기 때문이다.
164페이지
> 한동안 나는 클로이가 나를 사랑한다는 기적을 심드렁하게 여기게 되었다.
169페이지
> 성숙이란 모든 사람에게 그들이 받을 만한 것을 받을 만한 때에 주는 능력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또 자신에게 속하고 또 거기서 끝내야 할 감정과 나중에 나타난 죄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촉발시킨 사람에게 즉시 표현해야 할 감정을 구분하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171페이지
> 다른 사람들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의 동요는 완화되었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따라서 우리가 누구인지 불확실할 때, 우리는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 연속성만을 알고 있는 사람들, 우리의 플롯에 위반할 수 없는 것은 없음을 모르는 사람들의 분석 밑에 숨어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
> 우리는 미래를 계획하면서 위로를 찾기도 했다. 우리의 사랑은 갑자기 시작되었듯이 갑자기 끝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공동의 운명에 호소함으로써 현재를 강화하려고 했다.
172-173페이지
> 함께 늙어가며 바닷가의 방갈로에서 틀니를 기고 살아가는 삶이 어떤 것일지 함께 생각해보는 것은 불가결한 일이었다.
- 내가 왜 빨리 결혼하고 싶어할까? 20대부터 내 인생은 정착되지 못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어느 곳이 내 집인지 몰랐고, 언젠가 사역지로 나가야 하는, 그래서 정착하지 못하는 인생이었다. 그렇기에 결혼이 하고 싶었다. 그나마 결혼을 하면, 우리의 집이 있을 곳이 곧 나의 정착지 였을 것이기에. 근데 지금보면 결혼은 내 안정 너머의 문제다. 두 사람의 안정이 달렸다.
> 내가 전 애인들에 대해서 클로이와 이야기하기를 싫어한 것도 변심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왔다. 그녀들은 내가 과거 어느 시점에서 영원하리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그렇게 되지 않았음을 일깨워주었다.
## 16. 행복에 대한 두려움
178-179페이지
> 왜 우리는 그런 식으로 살았을까?
- 왜 미래에 더 행복할 것이라, 그 때에 더 행복할 것이라 생각할까? 나도 그런가?
- 현재에 겪는 어려움이, 내 잘못으로 인해 생긴 일이여도, 나중에는 괜찮아 질것이라는 착각으로 그냥 넘겨버린 실수가 있었을까? 조금 더 노력했더라면, 어떻게 할걸, 이렇게 할걸 하면서 후회할 시간이 없지 않았을까?
180-181페이지
>한해 내내 나를 위로해주었던 미래의 가능성 하나가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저했기 때문이었다.
>
> 대부분의 경우에는 현재불완료형(present imperfect, 불완전한 현재라고 이해할 수 있다/역주) 시제를 사는 병이 우리 내부에 있는 것이지 바깥 세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
> 현재를 살지 못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평생 갈망해온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깨달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기대나 기억이라는 보호를 받는 자리에서 벗어나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며, 이것이 내가 살 수 있는 단 한 번의 삶(천국의 개입은 논외로 하고)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다.
183페이지
>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말이지만, 우리는 그 정도로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싸운 것이다. 우리의 비난에는 복잡한 이면의 의미가 깔려 있었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싫어한다. 이것은 나는 이런 식으로 너를 사랑하는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싫다는 근본적인 주장과 통한다. 어떤 사람에게 의존하는 기쁨은 그런 의존에 수반되는, 몸이 마비될 듯한 두려움에 비교하면 빛이 바랜다.
>
> "너는 이런 식으로 미워할 수 있다는게 기분 좋아. 네가 이것을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놓여. 내가 너한테 거지라고 말하면 너는 나한테 뭘 집어던지기는 하지만 떠나지는 않거든. 그게 안심이 돼.
184페이지
> 통제할 수 있는 일들을 통하여 얻은 행복, 이성적으로 노력해서 어떤 일들을 성취한 뒤에 찾아노는 행복은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내가 클로이와 함께 얻은 행복은 깊은 철학적 숙고 뒤에 나온 것도 아니고 개인적 성취의 결과도 아니었다. 단지 신의 기적적 개입에 의하여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귀중한 사람을 찾아냈기 때문에 생긴 결과였다. 그런 행복은 위험했다. 자족적인 지속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몇 달 동안 꾸준히 연구한 끝에 원자생물학계를 뒤흔들 과학 공식을 발견했다면, 나는 그 발견에 뒤따르는 행복을 받아들이는 데에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클로이가 대표하는 행복을 받아들이는 어려움은 거기에 이르는 인과 과정이 없다는 것, 따라서 내 삶에서 그 행복을 빚어낸 요소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에서 온다. 클로이와 나의 관계는 마치 신들이 만들어놓은 것처럼 보이며, 따라서 신의 보복에 대한 원시적이 두려움이 따르는 것이다.
## 17. 수축
190-191페이지
> 상대방에게 무엇 때문에 나를 사랑하게 되었느냐고 묻지 않는 것은 예의에 속한다.
>
> 사랑에서건 돈에서건 오직 빈곤만이 체제에 의문을 품게 한다.
>
> 내 소망은 내가 모든 것을 잃고 "나"만 남았다고 해도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다. 이 신비한 "나"는 가장 약한, 가장 상처 받기 쉬운 시점에 자리잡은 자아로 간주된다. 내가 너한테 약해 보여도 될 만큼 나를 사랑하니?
-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인간. 언젠가 만나게 될 연인은, 나는 그를 온 마음과 힘을 다해 그 영혼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상대의 영혼 속에 자리잡은 질문인 "그는 왜 나를 사랑하는가?"를 꿰뚫고, 그 영혼 속에 자리잡을 수 있을까?
197페이지
> 나는 클로이가 멀어져가는 것을 느끼면서, 과거에 우리를 붙여놓았던 요소들을 맹목적으로 되풀이함으로써 그녀를 다시 끌어당기려고 했다. 나는 계속 키스를 했다. 그 이후 몇 주 동안 우리가 즐거운 저녁을 함께 보냈던 영화관이나 식당에 가자고 고집을 부렸다. 나는 우리가 함께 웃음을 터뜨렸던 농담을 다시 했고, 우리 몸들이 엉켜서 만들어냈던 자세를 다시 채택했다.
- 확정적 의심. 자신의 의심이 상대방의 신호조차 막아서서 오로지 자신의 생각대로만 관계를 끌고 간다. 상대방의 생각을 물어보면 나아질까 생각해서 대화가 아니라 허공에 또 다른 의심만 남기는 행동을 하는 주인공.
198페이지
> 나는 바뀐 것도 없는데 왜 갑자기 수많은 점에서 기분 나쁜 존재로 비난받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바뀌었다. 이미 오래전에 그녀에게 묻지 않고 의심했을 그때부터. 확인 없는 의심은 개선할수 없는 상처와 기억을 남긴다.
200페이지
> "그렇게 말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이거 걱정되네. 이런 식으로 날 자꾸 너의 에고 이상형으로 만들면 안 돼."
- 나의 이상형은 철저히 나의 습관, 말투와 언어에 맞춰져 있다. 내가 생각치 못한 지점에서 이상형은 무너진다. 내가 상관 없다고 생각했던 그 지점에서. 그에게 이상형이란 천사다. 언젠간 그렇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 18. 낭만적 테러리즘
201페이지
> 완전한 오만으로 기울거나, 다른 한편으로는 완전한 겸손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내가 무엇을 했기에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겸손한 연인은 자신이 무엇을 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묻는다. 내가 무엇을 했기에 사랑을 거부당하는가? 배반당한 연인은 그렇게 묻는다. 그러면서 오만하게도 절대 자신의 몫이 아닌 선물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203페이지
- 클로이는 부모와도 단절을 겪었다. 부모자식간의 관계는 현저히 다른 위치에서 시작해 눈높이가 서서히 맞춰진다. 부모가 관계회복의 키를 지녔다. 연인은 그렇지 않다. 남자도 잘못했지만, 클로이 역시 문제를 직면하지 않는다. 연인은 같은 눈높이를 가지고 나와야 한다.
204페이지
> 연인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짝에게 다시 구애를 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되고, 그 결과 낭만적 테러리즘에 의존하게 된다. 이것은 대책 없는 상황의 산물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에 대한 응답을 강요하려고 여러 가지 꾀(삐치기, 질투, 죄책감 자극)을 부리기도 하고, 그 앞에서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 19. 선악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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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나에게는 그것을 대체할 것이 없었다. 무시무시한 부재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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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나한테 무척 잘해주었어. 그것 때문에 나는 내내 울었어. 다른 남자 같았으면 나더러 지옥에나 가라고 욕을 했겠지만 너는 그러지 않았어. 그래서 너무나 어려웠어.
222-223페이지
>거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악하다는 닥지가 붙고, 거부를 당한 사람은 선의 화신이 되는 일이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
> 사랑의 거부가 아무리 불행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사랑을 이타성과 동일시하고 거부를 잔인성과 동일시할 수 있을가? 정말로 사랑을 선과 동일시하고 무관심을 악과 동일시 할 수 있을까?
- 내 마음을 거부하던 너도 비슷했다. 나는 낭만적 테러리즘과 비슷한 강요를 보냈다. 너는 그 마음을 받고, 나를 좋은 사람이라 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연인관계에서 의미가 없다. 연인들에게 그런 도덕적 짐이 없어야 그 관계가 이루어진다.
>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랑의 종말은 이타주의와 이기주의, 도덕성과
비도덕성 사이의 충돌이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두 충동 사이의 충돌로 나타난다.
>
> 칸트 이론의 핵심은 도덕성이란 어떤 해동을 수행하는 동기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연인의 사랑은 이기적인 서로의 욕구에 솔직하기에 이루어진다. 그저 서로의 욕구에 부응하고, 같은 눈높이로 나가야 된다. 마치 선생과 제자처럼 한 쪽이 빚을 진것처럼, 책임이 많은 쪽이 있으면 안된다.
224페이지
> 비록 내 사랑에 희생이 포함되었다고 해도,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행복했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을 뿐이다. 나는 순교를 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의무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내 경향에 완벽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다.
228페이지
> 사랑의 보답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사랑을 받고 싶다는 오만이 생겨났다. 나는 내 욕망만 가지고 홀로 남았다. 무방비 상태에, 아무런 권리도 없이, 도덕률도 초월해서, 충격적일 정도로 어설픈 요구만 손에 든 모습으로. 나를 사랑해다오! 무슨 이유 때문에? 나에게는 흔히 써먹는 지질하고 빈약한 이유밖에 없었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 21. 자살
240페이지
>나는 내 분노를 전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 자신의 죽음으로 그 분노를 상징하려고 했다. 나는 클로이에게 상처를 주느니 차라리 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쪽을 택했다. 나 자신을 죽여 그녀가 나한테 한일이 무엇인지 내 몸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 22. 예수 콤플렉스
243페이지
> 고뇌에 괜찮은 면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런 비참한 상황을 나 자신이 특별하다는 증거(아무리 부당한 증거라고 하더라도)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 24. 사랑의 교훈
259페이지
> 우리는 사랑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교훈들이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273페이지
> 사랑을 평가할 때에는 교조적 낙관주의나 비관주의로 달아나지 말아야 하고, 두려움의 철학이나 실망의 윤리학을 구축하지 말아야 했다. 사랑은 분석적 정신에게 겸손을 가르쳤다. 아무리 확고부동한 확실성에 이르려고 몸부림을 쳐도(그 결론에 번호를 붙여서 단정하게 배치해놓는 다고 해도) 분석에는 절대로 결함이 없을 수 없다는 교훈, 따라서 아이러니로부터 절대로 멀리 벗어날 수가 없다는 교훈을 가르쳐주었다.
>
> 그 교훈이 더욱더 타당해 보일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다. 레이철이 다음 주에 저녁 식사를 하자는 내 초대를 받아들였고, 그 후로 그녀를 생각만 해도 시인들이 마음이라고 부르는 영역이 떨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 떨림은 한가지를 의미할 수 밖에 없었다 - 내가 다시 한 번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
- 사랑은 빠지는 것이다. 계산해서 할 수 있는 사랑은 없다. 모두 계산해서 행복할 사랑은 그저 행복하게 보이는 거지, 모두가 행복하지 않다. 빠졌기에, 서로의 단점을 그저 용납하고 서로에게 외탁하는 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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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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