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북에서 보내준 두 번째 책 '날마다 그냥 쓰면 된다'이다. 이 책은 글쓰기 안내서라고 짧게 소개되어 있었다. 글쓰기 책은 대개 유명한 소설가가 쓰기 마련이라 읽다 보면 문법 지식이나 팁을 얻는 게 아니라 '어쩜 글을 쓰는 방법'도 재미있게 쓰는 걸까 하며 빠져 보게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름의 과제를 얻곤 하는데 그건 나중에 해봐야지 하고 덮어버리는 게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 책은 카피라이터가 쓴 글쓰기 책이었다. 화자는 카피라이터로서 이력은 풍부했지만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드라마 작가로서는 실패를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보통의 글쓰기 책과는 조금 다른 접근법도 있었고 챕터마다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를 소개하고 있었다. 일기 쓰기, SNS에 글 올리기, 여행 기록문 쓰기..... 등
책과 함께 언제나처럼 플라이북에선 간단한 글을 넣어줬는데 '언제가 만나게 될 당신의 글을 기대하며'라는 글에 감동하여 이번만큼은 직접 과제도 해보며 글쓰기 책을 정독하자 마음먹었다. 챕터마다 주제가 던져졌고 평소 쓰지 않던 방향으로 글을 써보기도 했다. 졸업 후 오랜만에 과제를 하듯 천천히 책에 진도를 나갔다. 중간에 완성한 글을 인쇄하여 책에 껴놓고 메모하고 단어 정리를 하니 책이 너덜너덜해졌다. 그게 만족스러워서 책을 읽는 시간이 더 늘었던 것 같다.
화자의 다양한 도전이 눈에 보이듯 여러 가지 글쓰기 공부법이 흥미로웠다. 챕터가 요일별로 나눠졌는데 마지막 챕터인 일요일 부분에선 쉬어가는 글처럼 글쓰기 애정이 드러나는 글이 있었다. 도서관에 가는 일, 산책하며 글감을 찾는 일, 전시를 보며 영감받기 등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아쉬운 점은 짧게 여러 방식의 글쓰기를 소개하다 보니 좀 더 알고 싶은 글쓰기 법에선 '응? 이게 다야?'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특히, 인터뷰 글쓰기는 접해본 적도 없었고 서문이 흥미로워 집중해 읽었는데 갑작스레 과제가 던져지고 글이 끝나버렸다. 뒤로 갈수록 집적 도전해볼 수 있는 과제보다는 맞춤법 검사하기와 퇴고하기 등 길게 써놓은 글이 있어야만 가능한 과제가 있어 바로 실천해보긴 어려웠다.
이번 책을 계기로 읽어야지 생각하고 사놓기만 한 다른 글공부 책도 천천히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부턴가 내 글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게 익숙해졌는데, 이번을 계기로 균형에 맞게 이야기를 만날 자신이 생겼다.
“거래처에 보내는 이메일,
설득하거나 사과할 때 말로 하기 겸언쩍어 적는 해명,
SNS에 올리는 상념, 친구에게 보내는 문자,
부모님께 또는 선생님께 보내는 짧은 인사에도
자신이 들어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날마다 그냥 쓰면 된다
서미현 지음
팜파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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