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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플리즈

에이미 폴러 지음
책덕 펴냄

소중한 사람과 지울 수 없는 기억과 사랑하는 일들이 있다. 쉽게 내게 전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사랑은 내게 전부고 그 일로 인해 나는 다짐했고 내 꿈은 너무 커서 가끔 나를 잡아먹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스스로 뱉는 그런 말과 다르게 누군가 “그건 너에게 어떤 거야?” 하고 묻는다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니까 그건 내게 전부이지만 결국에 아무것도 아니거든.” 하고.
거창한 것은 그 이름만으로 몸을 부풀려서 겁먹게 하곤 한다. 전부이니까 내게 그것이 사라진다면 난 살아가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하게끔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못할 것이다. 실패한 것들 앞에서 당장이라도 죽는 시늉을 하지만 결국 곤히 잠이 들고 아침이 오는 것을 저주하다가 곧 나로 돌아가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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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에 첫인상은 별로였다. 나는 페미니즘 책을 추천받고 싶다고 말했는데 미국 코미디언의 자서전이 손에 쥐어졌다. 거기다 예스, 플리즈라는 긍정적인 제목이었고 부제목은 no!보다 강한 말이라며 부정적인 사상을 대놓고 비판하는 듯했다. 정말 지겹다. 부정적인 생각은 요만큼도 인생에 도움이 안 되며 긍정적 사고가 결국 이긴다는 결론. 알았으니까. 정말 알겠으니까. 그만 강요했으면 좋겠다.
낯선 나라에, 즉흥연기라는 세상에 별 감흥 없이 책을 읽어나가다 '경력 관리는 나쁜 남자친구를 다루듯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멈췄다. 누군가 미국 코미디쇼에서 즉흥연기를 한다고 한다면 그런 '용기'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해할 것이다. 누군가는 부러워할 것이고 누군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사자는 당당하게 이야기하겠지. 그 어려운 것을 내가 해냈다고. 모두 용기를 내라고! 하지만 아니었다. 이 책의 저자 에이미 폴러는 양면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간절히 꿈꾸는 태도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연연하지 않는 태도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긴장한 티를 내고 싶지 않아 일부러 거만하게 행동했던 거지만, 오히려 그런 태도가 경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언제든지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니 책을 읽던 중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내가 오해했어ㅜㅜ) 한마디로 나쁜 남자친구 다루듯이 적당히 밀당해야 어느 정도 꿈도 이루고 그게 내 전부가 맞다, 아니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두꺼운 책이라 몇 번이고 그만 읽을까 고민했는데 책에 막바지에 메시지가 마음에 크게 닿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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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접점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일자리를 좇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다가 갑자기 너무 많은 것을 바라게 된다. 갑자기 내가 얼마나 처절하게 그것을 원하는지 다들 알아버리면 그것을 내게 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여섯 살 먹은 아치조차도 원하는 장난감을 얻기 위해 너무 관심 있는 척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다. 얼마나 절실히 원하는지 알려지면 네 살 먹은 동생이 눈 깜짝 할 새에 뺏어 가리라는 것을 익혔기 때문이다. 무언가 원하지 않는 척하는 방법은 잘 먹힌다. 일생일대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면 정말로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늦은 밤 TV 광고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설교한다. 긍정적인 단언이 우리가 마시는 차 포장지에 쓰여 있다.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싶다. 적게 신경 쓰라. 모순되는 감정을 연습하라. 원하는 것을 흘려보내는 방법을 배우라. 꿈이든 목표든 나쁜 남자친구를 대하듯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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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북에서 보내준 두 번째 책 '날마다 그냥 쓰면 된다'이다. 이 책은 글쓰기 안내서라고 짧게 소개되어 있었다. 글쓰기 책은 대개 유명한 소설가가 쓰기 마련이라 읽다 보면 문법 지식이나 팁을 얻는 게 아니라 '어쩜 글을 쓰는 방법'도 재미있게 쓰는 걸까 하며 빠져 보게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름의 과제를 얻곤 하는데 그건 나중에 해봐야지 하고 덮어버리는 게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 책은 카피라이터가 쓴 글쓰기 책이었다. 화자는 카피라이터로서 이력은 풍부했지만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드라마 작가로서는 실패를 경험했다. 그래서인지 보통의 글쓰기 책과는 조금 다른 접근법도 있었고 챕터마다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를 소개하고 있었다. 일기 쓰기, SNS에 글 올리기, 여행 기록문 쓰기..... 등
책과 함께 언제나처럼 플라이북에선 간단한 글을 넣어줬는데 '언제가 만나게 될 당신의 글을 기대하며'라는 글에 감동하여 이번만큼은 직접 과제도 해보며 글쓰기 책을 정독하자 마음먹었다. 챕터마다 주제가 던져졌고 평소 쓰지 않던 방향으로 글을 써보기도 했다. 졸업 후 오랜만에 과제를 하듯 천천히 책에 진도를 나갔다. 중간에 완성한 글을 인쇄하여 책에 껴놓고 메모하고 단어 정리를 하니 책이 너덜너덜해졌다. 그게 만족스러워서 책을 읽는 시간이 더 늘었던 것 같다.
화자의 다양한 도전이 눈에 보이듯 여러 가지 글쓰기 공부법이 흥미로웠다. 챕터가 요일별로 나눠졌는데 마지막 챕터인 일요일 부분에선 쉬어가는 글처럼 글쓰기 애정이 드러나는 글이 있었다. 도서관에 가는 일, 산책하며 글감을 찾는 일, 전시를 보며 영감받기 등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아쉬운 점은 짧게 여러 방식의 글쓰기를 소개하다 보니 좀 더 알고 싶은 글쓰기 법에선 '응? 이게 다야?'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특히, 인터뷰 글쓰기는 접해본 적도 없었고 서문이 흥미로워 집중해 읽었는데 갑작스레 과제가 던져지고 글이 끝나버렸다. 뒤로 갈수록 집적 도전해볼 수 있는 과제보다는 맞춤법 검사하기와 퇴고하기 등 길게 써놓은 글이 있어야만 가능한 과제가 있어 바로 실천해보긴 어려웠다.
이번 책을 계기로 읽어야지 생각하고 사놓기만 한 다른 글공부 책도 천천히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부턴가 내 글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게 익숙해졌는데, 이번을 계기로 균형에 맞게 이야기를 만날 자신이 생겼다.

“거래처에 보내는 이메일,
설득하거나 사과할 때 말로 하기 겸언쩍어 적는 해명,
SNS에 올리는 상념, 친구에게 보내는 문자,
부모님께 또는 선생님께 보내는 짧은 인사에도
자신이 들어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날마다 그냥 쓰면 된다

서미현 지음
팜파스 펴냄

2018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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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북 정기 이용권을 신청하고 첫 번째 읽은 책이다. 나는 행복한 연애 중이라는 상태 정보를 선택하고는 멈칫했었다. ‘행복한’이라는 찬란한 빛을 내뿜는 듯한 확실에 찬 단어 앞에서 망설였던 것 같다. 그런 마음까지 헤아렸는지 내게 온 이 책은 나무랄 것 없는 관계 속에 보이지 않는 쓸쓸한 감정을 나타낸 듯한 책이었다.
평소 국내 소설을 즐겨 읽는 나는 일본 소설을 굉장히 낯설어했다. 등장인물의 이름이 헷갈리고 그들의 문화가 이해하기 어려워서였다. 이 책은 내 그런 점이 걸림돌이 되어 읽기 참 어려운 단편집이었다. 첫 번째 <개와 하모니카>는 공항에서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문단이 끝나면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고, 다음 문단이 끝나면 놀랍게도 또 다른 인물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세 장 정도 책을 읽다 펜을 들고 관계도를 그렸다. 사실 관계라는 것도 없었다. 모두 초면에 관계없는 인물이라.... 이 단편이 끝나면 다른 이야기 속에 지금껏 등장했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겠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공항속 인물들은 그렇게 다 날아가 버렸고 처음 보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갑작스레 시작되었다. 다른 단편 속에서도 갈피을 잡지 못하고 휘둘리기만 했다. 소화하지 못한 책을 꾸역꾸역 다시 읽기보다는 함께 듣기 좋은 음악과 후에 보면 좋은 영화를 보며 마음을 달래보려 한다.

개와 하모니카

에쿠니 가오리 지음
소담출판사 펴냄

2018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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