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든 좋으니 추억담 한 편을 써서 돌아가며 낭독한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문장으로 정리해서 읽는 편이 더 정확히 전달된다. 글을 쓰기 위해 집중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서로 누구 것이 더 낫나 겨루려는 게 목적이 아니다. 지금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차분히 생각하는 것과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게다가 생각할 것은, 언제쯤 풀려날까 하는 미래가 아니다. 자기 안에 간직한 과거, 미래가 어떻게 되든 결코 잃어버리지 않을 과거다. 그것을 살며시 꺼내 손바닥으로 보듬어 덥히고 말[言]의 배에 태운다. 그 배가 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익숙한 곳에서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차가운 돌들에 둘러싸이고 촛불 불빛밖에 없는 폐옥에 자신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한다. 범인들조차 그런 자신들을 가로막지는 못하리라.
이렇게 해서 인질의 낭독회가 열렸다. 청중은 인질들과 그들을 감시하는 범인들, 그리고 작전 본부에서 헤드폰을 끼고 듣고 있은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