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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의 낭독회 (오가와 요코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인질의 낭독회

오가와 요코 지음
현대문학 펴냄

읽었어요
어떤 것이든 좋으니 추억담 한 편을 써서 돌아가며 낭독한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문장으로 정리해서 읽는 편이 더 정확히 전달된다. 글을 쓰기 위해 집중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서로 누구 것이 더 낫나 겨루려는 게 목적이 아니다. 지금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차분히 생각하는 것과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게다가 생각할 것은, 언제쯤 풀려날까 하는 미래가 아니다. 자기 안에 간직한 과거, 미래가 어떻게 되든 결코 잃어버리지 않을 과거다. 그것을 살며시 꺼내 손바닥으로 보듬어 덥히고 말[言]의 배에 태운다. 그 배가 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익숙한 곳에서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차가운 돌들에 둘러싸이고 촛불 불빛밖에 없는 폐옥에 자신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게 한다. 범인들조차 그런 자신들을 가로막지는 못하리라.
이렇게 해서 인질의 낭독회가 열렸다. 청중은 인질들과 그들을 감시하는 범인들, 그리고 작전 본부에서 헤드폰을 끼고 듣고 있은 남자였다.
2019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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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어차피 나는 주위에서 고립되었을 거고, 호소오가 소년원에서 나오면 다시 사귀었을 테니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야.”
요리코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토코가 말했다.
“결국 인간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는 건 불가능해.”

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북플라자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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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알까? 나는 여전히 그곳에 가.
하루도 빠짐 없이.

여전히 나는

다비드 칼리 지음
오후의소묘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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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야. 그러니 남 탓도 할 수 없고.”
“그래도 ‘성취하려던 뜻을 단 한 번의 실패 때문에 저버리면 안 된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 애는 가끔 요상한 말을 입에 올린다.
“격언이요. 어렸을 때부터 격언을 무지 좋아해서 뭔가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모조리 적어두는 습관이 있거든요. 물론 경우에 안 맞는 격언을 인용해서 여기 마스터한테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많지만. 방금 그건 셰익스피어.....였나? 아무튼 한 번 실수했다고 그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잖아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요.”
“새로 시작하다니, 무리야.”
“단칼에 잘라버리네.”
아야코가 웃었다. 표정이 수시로 바뀐다.
“그래도 저는 그런 생각이 항상 들더라고요. 뭔가 삐걱거리고 잘 안되는 일이 있을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그런 실패도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고, 게다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귀찮은 것도 많지만 막 기대되고 설레기도 하잖아요.”
“긍정적이네.”
“유일한 장점이죠. 3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넋이 나간 애처럼 지냈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군.”
커피잔은 내려다보면서 내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사나에는 대단한 딸은 둔 모양이다.
“네. 그러니까 아저씨나 저나 너무 열심히는 말고, 적당히 열심히 살아요. ‘세상은 아름답다.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이건 미국의 대작가인 헤밍웨이의 말이에요.”
그녀는 그런 격언을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였다.

기적을 내리는 트릉카 다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문예춘추사 펴냄

읽었어요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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