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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중학생이던 내게 이 책은 너무 무난하고, 특징 없고, 수수한 책이었다. 마치 단팥빵처럼. 그래서 왜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는지 알 수 없었고 내가 마이너 감성을 가진 것은 아닐까 고민했다.
나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10년도 넘게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추천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 다시 책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아, 내가 많이 어렸구나.
내 안의 흑염룡이 날뛰어 모든 일에 반감이 생기던 그 때, 내가 무엇을 했는가보다 얼마나 했는가가 중요했던 그 때, 나는 아직 미숙했었다.
시집을 읽는 것처럼 느껴지는 많은 표현이 그때는 보이지 않았다.
싫고 불편한 관계의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과 남보다도 못한 사이로 변할 수도 있음을 몰랐다.
지금은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광화문에서 인사동을 거쳐 혜화와 동대문으로 이어지는 길을 알 수 없었다.
잔잔한 여운이 길게 남아 잊히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는, 단팥빵같은 책의 매력을 이제야 알 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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