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우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
곽미경 지음
자연경실 펴냄
빙허각. 기댈 빙憑, 빌 허虛, 집 각閣. ‘허공에 기대어 선다.’라는 뜻으로,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담은 이름이라 하였다.
스스로 지은 이름의 뜻을 듣고 결혼조차 하지 않고 꿋꿋이 본인 의지대로 그 시대를 살았던가...싶었지만 그것은 경기도 오산.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실망했다. 잔 다르크같이 호기롭게 본인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으면서 조선 시대 여자들이 살았던 삶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녀가 스스로 지은 이름은 세상물정 모르는 미혼 처자의 자신만만함이 가득 느껴진다.
빙허각은 인복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에 유별나게 잘났던 앞서나가는 여성이었기에 혹시나 허난설헌 같은 슬픈 이야기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 빙허각이 허난설헌과 달랐던 큰 복은 가족, 시댁, 남편 등 그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잘난 그녀를 귀하게 여기고 그녀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었다는 것이다. 남편마저 잘난 아내를 두고 질투나 열등감을 드러내기보다 더욱 공부에 정진하고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지지해주었다.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지금도 어렵지만 그때는 더욱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여자에게 불리하기만 한 조선 시대에서 말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그것만큼 한 사람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도 없으리라. 그녀를 지지해주고 사랑을 쏟았던 남편과의 일생은 참으로 이쁘기 그지없다. 현대에서 저런 남편 만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엄친딸처럼 모든 것이 완벽하기만 할 것 같은 그녀에게 가장 큰 약점이란 11명의 아이들 중 2명만이 살아남았다는 것.
유난히 잘난 조선시대 여자의 이야기라기보다 주변 좋은 사람들 덕에 빛이 더 발하게 된 어느 한 여자의 이야기로 읽었다. 내가 아무리 가치있는 사람이어도 주변에서 인정하고 긍정해주지 않으면 그 빛은 시들어버리기 때문이다.
평범하지만은 않은 빙허각 그녀의 삶이 참 경외감이 들었다. 나는 그저 평벙함 사람일뿐이니 그녀와 같은 업적을 남기지는 못하겠지만 그녀의 삶의 태도만큼은 본받고 싶다.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1
하시야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