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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의 조건
이주희 지음
Mid(엠아이디)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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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것들을 한 두가지로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마다의 지리적, 정치적 환경과 역사속에서의 역학관계, 여기에 어느 정도의 행운까지 겹쳐야 하기 때문이다. <강자의 조건>은 강대국의 조건을 두루두루 분석해 충분조건들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관용'이라는 최소한의 요건은 강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로마제국에서부터 몽골제국, 대영제국, 네덜란드, 미국 등 세계사를 주름잡았던 강자들의 사례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로마보다 먼저 문명을 꽃피운 곳은 아테네였지만 그리스는 시민권을 제국에 개방하지 않았다. 오래가지 못했다. 반면 로마는 정복하는 곳마다 그곳의 지배층은 로마의 원로원으로 끌어들이고 시민권을 부여했다. 심니온의 경우는 40년 동안의 전쟁을 벌인 끝에 굴복시켰지만 동료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관용에 터잡은 동맹은 위기에 강했다. 칸나이 전투에서 한니발에 몰살에 가까운 참패를 당하고도 제국의 동맹들은 쉬이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반격에 성공한 로마는 카르타고만은 동료로 받아들이지 않고 고사시켰다.
몽골도 마찬가지였다. 유럽을 잔인하게 정복한 이미지가 우리에게 강하게 남아있지만 현재 서양 문명의 인종적, 종교적 차별 프레임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몽골제국은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혹은 다른 토착 종교들이 다툼없이 공존하던 시대였다. 4대 칸 뭉케칸의 어머니는 기독교였고, 당시 초원의 몽골제국 수도 카라코쿰은 다양한 종교가 갈등없이 공존하던 도시였다. 물론 몽골제국의 이러한 전통은 테무진, 칭기스칸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와 목숨을 같이한 19인의 동료들은 모두 다른 종교에 다른 부족 출신들이었다. 몽골의 개방성은 동서간의 문화교류와 평화를 가능하게 했다. 이븐 바투타나 마르코 폴로는 관용과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동서를 잊는 제국을 만든 몽골 시스템의 안정하에 가능했다.
네덜란드는 더욱 극적이다. 이 작은 나라는 종교의 자유를 위해 당시 세계 최강 스페인에 대항해 독립했던 나라였다. 스페인은 아메리카에서 가져오는 엄청난 부로 무적함대를 만들었지만 종교에 있어 무척이나 배타적이었다. 기독교 스페인의 영토회복운동인 레콘키스타가 완료된 후 이교도를 잔인하게 학살했다. 이후에도 유대인을 몰아내고, 종교재판은 의심만으로 피의자를 화형에 처했다. 이런 환경에서 유능한 유대인 상인, 프랑스의 위그노 기술자들이 네덜란드로 모여들었다. 사상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에 의해 자본과 기술을 축적하며 혁신의 속도를 높인 네덜란드는 무역을 통해 강자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지금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다양성에 대한 관용의 정도가 더 낮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농촌으로 유입되는 결혼이민자에게 공존보다는 흡수, 동화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최근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는 관용보다는 배타성을 넘어 혐오로 확대되고 강화되고 있다. 특히나 한국은 그토록 바라는 일등국가, 선진국(지금도 이미 선진국이지만)이 되려면 네덜란드의 경우를 잘 생각해야 한다. 인재와 자본이 넘쳐날 수 있었던 것도 관용이었다.
#강대국 #관용 #다문화 #네덜란드 #몽골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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