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고장 났고, 사람들은 버려졌다. 리아는 쓰레기 더미 같은 현실 한가운데에서 ‘확률’을 손에 쥔다. 세상에서 소외된 소녀가 슈퍼컴퓨터를 통해 가능성을 계산하며, 불합리한 세계에 맞서는 이야기는 낯설고도 서늘했다.
읽는 내내 불편했지만 그만큼 강하게 끌렸다. 사회가 말하지 않는 어두운 구석, 그 속에서 외면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리아라는 인물을 통해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폐기물과 확률, 카지노와 신. 이 모든 기이한 조합이 기묘하게 설득력 있게 이어지는 서사에 감탄했다.
이 소설은 분명히 ‘장르소설’이지만, 동시에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은유로 가득 차 있다. 읽고 나면 오랫동안 남는 건 확률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기대해보는 마음이다.
고장 난 세계의 신과 내일 비가 올 확률
경민선 지음
안온북스 펴냄
읽었어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