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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문학세계사 펴냄
나는 적을 믿습니다. 신의 존재에 관한 증거라 해봐야 허약하고 부질없기 일쑤이며, 그 권능의 대한 증거 역시 못지 않게 빈약하지요. 하지만 내부의 적의 존재를 뒷받침할 증거는 어마어마하고, 그 힘의 증거는 가히 압도적이지요. 내가 적의 존재를 믿는 것은, 밤낮 할 것 없이, 내 삶의 길목마다 그것과 마주치기 때문입니다. 적이란 내부로부터 파괴할 가치가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파괴해버리지요. 그는 각각의 현실 속에 내재하는 조락의 기운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그는 또 당신 자신과 당신 친구들의 천박스러움을 적나라하게 공개 하지요. 그는 고통받을 훌륭한 이유가 당신한테 있다는 사실을 백일하에 폭로합니다. 그는 당신 자신을 스스로 혐오하게 만듭니다. 그는 처음 보는 여자의 천사 같은 얼굴을 당신이 언뜻 보았을 때조차도 그 미모 속에 내재하는 죽음을 꿰뚫어보고야 말게 만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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