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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도진기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도진기 지음
황금가지 펴냄

✔ 2019. 10. 19.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리뷰

법정 추리 소설이다. 먼 타국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체로 발견된 신창순과 살인 용의자로 의심받는 그의 아내 김명순의 재판 과정이 담겨 있다. 주변에 법조인이 단 한명도 없는 탓에 나에게 재판은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먼 이야기였는데, 짬이 가득한 현직 부장 판사가 이야기하는 재판 과정을 직접 읽으니 마치 바로 옆에서 재판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변호사와 검사가 항상 논리로만 승부를 보는 건 아니구나, 이런 수(?)들을 많이 사용하는구나.. 하는... 인간적인 면모도 알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 두 가지를 얘기하자면, 여성 캐릭터들에 한해 계속해서 등장하는 외모 평가가 첫 번째다. 이 점은 아무래도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일어나는 의견이기 때문에 그래도 어느 정도 감안하고 봤다. 막 많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조절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두번째는 너무나도 평면적이고 수동적인 김명진의 캐릭터다. 자신의 인생이 걸려 있는 재판임에도 불구하고 고개만 끄덕이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만 하는 점이 약간 아쉬웠다.
그래도 명색이 추리 소설인만큼, 자신의 인생이 달려 있는 재판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이고 입체적으로 대응하는 캐릭터가 있었다면 소설이 훨씬 더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 자체가 약간 질질 끄는 느낌이 있는데, 그래도 읽기 쉬운 문장, 문체들로 구성되어 있어 빠르게 읽어내려 갈 수 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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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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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보다 미련을 잘 다루는 저는 요즘 작가님처럼 시간을 버리고 고통에 항복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

33 - 일기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선한 면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미워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말이다.

201 - 나는 나의 마음 때문에 미움받는다. 그리고 나 또한 나의 마음을 미워하기에 나는 나를 미워하는 이들에게 동조한다. 요컨대 가장 괴로운 점은, 누군가 나를 미워하는 이유를 내가 납득한다는 점이다.

259 - ‘더 나아질 수 있음’. 그 사실이 언제나 나를 성가시게 했다. 늘 그랬다. 나를 괴롭힌 것들은 그런 생김새였다. ‘더 나아질 수 있음’의 얼굴을 한 것들이 내 삶을 피곤하게 만들곤 했다. 따라서 나는 약간의 피로감을 느꼈고, 나와 같은 것을 원하는 누군가 나타나 나 대신 ②를 채갔으면 했다.

267 - “클라이밍을 하면 점점 동물이 되어 가. 원숭이처럼 소리를 내질러. 벽을 향해 소리치는 거지. 내가 사람이 아닌 것 같아 기뻐.” /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 나는 너무 사람이다. 그래서 종종 사람이 아닌 시간이 필요하다.

270 - 가다가 오르막길이 나오면 되돌아갔다. 다시 계단이 나타나면 물러났다. 비가 오면 피했다. 물러나기와 항복하기, 싸우지 않기, 견디지 않기를 했다. 항복하기, 항복하기, 항복하기 연습. 항복을 즐기기. 항복도 계속하다 보니 기분이 좋았다. (왠지 소질이 있는 것 같았다…….) 무조건 평지만 걸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어려워지면 발을 빼는 거야. 왜냐하면 내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얻지 않는 순간, 배움이 없는 순간, 성취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 버리는 시간, 그런 시간들을 용서하고 삶에 초대하는 것으로, 일명 ‘시간 갖다 버리기’, ‘시간을 쓰레기로 만들고 기뻐하기’, ‘그 쓰레기를 재활용하지 않기’, ‘삶을 일정 부분을 낭비하기’이니까.

일기시대

문보영 (지은이)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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