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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리터의 눈물 (눈꽃처럼 살다간 소녀 아야의 일기)의 표지 이미지

1리터의 눈물

키토 아야 지음
옥당(북커스베르겐) 펴냄

✔ 2019. 10. 22. <1리터의 눈물> 리뷰

척추소뇌변성증이라는 희귀병을 얻게 된 일본 소녀 아야. 이루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던 착한 소녀 아야는 점점 몸이 약해진다. 처음에는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넘어져서 이가 깨지고 크게 상처가 나 피를 많이 흘리는 등, 상태는 점점 심각해진다. 아야는 자신이 곧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몸은 계속해서 약해지기만 하고, 결국 2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2017년 겨울, 나도 주변인을 처음으로 떠나보내고 난 뒤 약 1년이 지난 올해 초에 죽음이 뭔지에 대해 꽤 긴 기간동안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병에 걸려 몸은 점점 약해지지만 정신만은 또렷해서 자신의 몸이 서서히 망가지는 것을 고스란히 느껴야만 하는 환자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뒤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언니와 아야의 병이 같은 건 아니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 언니가 많이 겹쳐 보였다.

그 언니와 아야는 닮은 점도 많았지만 다른 점도 있었다. 아야의 어머니는 아야에게 '너보다 힘든 사람을 생각하며 기운을 내라'라고 하지만, 이 말에 대해서는 아무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조금 더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느꼈다. 정말 많이 지치고 힘든 어떤 상황에서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위안의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발판 삼아 나를 위로하는 건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 책을 통해서 '내 삶이 아야보단 나으니 열심히 살자'가 아니라, 인생의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람을 기억하고 슬퍼하고 추모함과 동시에 내가 가지면 좋을 태도들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했다. 지금은 별이 된 그 언니가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가끔 너무 힘들 때면 나도 모르게 나보다 더 심각한 옆 병동의 내 또래 남자애를 생각하면서 '난 그거보단 낫지'라고 위로하곤 하는데, 그런 나를 발견할 때마다 스스로가 진짜 혐오스럽더라고.'
2019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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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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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보다 미련을 잘 다루는 저는 요즘 작가님처럼 시간을 버리고 고통에 항복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

33 - 일기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선한 면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미워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말이다.

201 - 나는 나의 마음 때문에 미움받는다. 그리고 나 또한 나의 마음을 미워하기에 나는 나를 미워하는 이들에게 동조한다. 요컨대 가장 괴로운 점은, 누군가 나를 미워하는 이유를 내가 납득한다는 점이다.

259 - ‘더 나아질 수 있음’. 그 사실이 언제나 나를 성가시게 했다. 늘 그랬다. 나를 괴롭힌 것들은 그런 생김새였다. ‘더 나아질 수 있음’의 얼굴을 한 것들이 내 삶을 피곤하게 만들곤 했다. 따라서 나는 약간의 피로감을 느꼈고, 나와 같은 것을 원하는 누군가 나타나 나 대신 ②를 채갔으면 했다.

267 - “클라이밍을 하면 점점 동물이 되어 가. 원숭이처럼 소리를 내질러. 벽을 향해 소리치는 거지. 내가 사람이 아닌 것 같아 기뻐.” /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 나는 너무 사람이다. 그래서 종종 사람이 아닌 시간이 필요하다.

270 - 가다가 오르막길이 나오면 되돌아갔다. 다시 계단이 나타나면 물러났다. 비가 오면 피했다. 물러나기와 항복하기, 싸우지 않기, 견디지 않기를 했다. 항복하기, 항복하기, 항복하기 연습. 항복을 즐기기. 항복도 계속하다 보니 기분이 좋았다. (왠지 소질이 있는 것 같았다…….) 무조건 평지만 걸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어려워지면 발을 빼는 거야. 왜냐하면 내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얻지 않는 순간, 배움이 없는 순간, 성취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 버리는 시간, 그런 시간들을 용서하고 삶에 초대하는 것으로, 일명 ‘시간 갖다 버리기’, ‘시간을 쓰레기로 만들고 기뻐하기’, ‘그 쓰레기를 재활용하지 않기’, ‘삶을 일정 부분을 낭비하기’이니까.

일기시대

문보영 (지은이)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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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6.

예쁜 해파리와 희끄무레한 반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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