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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미의 반딧불이 (우리가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의 표지 이미지

나쓰미의 반딧불이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덴슬리벨 펴냄

읽었어요
“눈이 착각해서 달을 크게 보는 거라고 가르쳐 주셨을 때…….”
“응…….”
“정말 좋은 이야기를 해 주셨어.”
“어떤?”
“인간은 무엇과 무엇을 비교할 때 늘 착각을 일으킨대. 그러니 자신을 타인과 비교해선 안 된다고.”
나쓰미는 묵묵히 달을 응시했다.
나 혼자 계속 지껄인다.
“타인과 비교하면 내게 부족한 것만 보여 만족을 모른대.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
지장 할아버지가 해 준 이 말은 사진학과 친구들을 따라가지 못해 초조해하던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조언이었다.

나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잡지 아마추어 부분에서 고작 한 번 수상했을 뿐인 내가 과연 인정받는 사진작가가 될 수 있을까?
나 자신을 돌아보고 또 미래까지 생각해 보았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내 재능이 어디까지인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게 아니라, 내가 묻고 싶은 건 성공할 때까지 죽어도 포기하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냐는 거야.”
“......”
팔짱을 끼고 말을 잇는다.
“재능이란 건, 각오랑 같은 뜻이기도 해.”
“…….”
“아무리 재주가 뛰어난 인간이라도 뭔가를 이루기 전에 포기하면 그 인간에겐 재능이 없었던 게 되지. 굳게 마음먹고 목숨이라도 걸 각오로 꿈을 이룰 때까지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녀석만 나중에 천재 소리 듣게 돼.”
운게쓰가 씨익 웃는다.
“그럴 각오는 되어 있나?”
검은 고양이가 갑자기 눈을 뜨고 나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운게쓰와 야차, 이 둘이 내 인생에 대해 묻고 있는 것 같았다.
스토브 안에서 장작이 따각, 하고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내 머릿속에서는 그 풍경이 딸랑, 하고 울었다.
2019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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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습니다. 저같이 살 가치가 없는 쓰레기에게 친절을 베풀어주셔서."
면을 후루룩거리며 머리를 숙이자, 남자는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난 쓰레기라는 말은 별로 안 좋아하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은 자기가 쓰레기라고 한탄하지 않거든. 그리고 허접쓰레기 같은 놈도 뻔뻔하게 잘 살고 있으니까 자책할 줄 아는 사람은 충분히 살 가치가 있어."

"네 신념을 타인에게 반드시 인정받을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그걸 옳다고 믿는 네 마음이지. 네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단다. 너는 네가 야요이에게 한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니?"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면, 그게 정답이야."
"...그렇지만, 위선자 소리를 듣는 건 정말 끔찍해요."
할머니의 얘기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한편으로 그것 그냥 허울 좋은 말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도 야요이와 친하게 지내면 점점 더 외톨이가 될 거 같아요..."
"가령 그게 진정한 고립이라면, 나는 그렇게 돼도 좋다고 생각해."

“난 서예교실에서 정성을 다하면 예쁜 글씨를 쓸 수 있다고 가르쳤단다. 그런데 어느날 한 남자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구나. 자기가 쓰고 싶은 글씨는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쓰는 글씨가 아니라고. 그러면서 내가 시범을 보여준 대로 쓴 글씨에는 자기 진심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하더구나.”
할머니는 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나는 그 아이한테 네가 쓰고 싶은 글씨를 자유롭게 써 보라고 했어. 그랬더니 며칠 후에 그 아이가 감정과 의지를 담아 쓴 글씨를 들고 왔단다. 기술적으로 썩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그 글씨에는 그 아이의 진심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어. 나는 그때 깨달았단다. 글씨를 잘 쓰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중요한 건 참된 마음과 의지를 담아 솔직하게 표현하는 거라는 것을.”
“...”
“그때부터 서예 교실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자신을 속이지 않는 마음가짐이란다. 남의 시선만 신경 쓰고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게 되면, 글씨를 아무리 잘 쓰더라도 그걸로 진심을 표현할 수는 없어. 남에게 잘 보이려고 자신을 내버리게 되면, 정말 절망적인 외로움을 맛보게 된단다.”
그 말을 듣자, 내 마음을 가리고 있던 불안감이 조금씩 옅어졌다.
“만일 네가 소신을 지켜 나가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현혹될 거 없단다. 좀 외로울 수는 있지만 고독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시간이 반드시 너를 강하게 만들어줄 거야. 인생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살아가는 자세보다 더 강한 건 없다고 나는 믿어.”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모모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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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저씨의 책상 앞에 앉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저씨는 가게 카운터로 쓰이던 이 연갈색 나무 책상에서 매일 두껍고 큰 책의 내용을 옮겨 적었다. 처음엔 그 책이 큰 글자 성경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스페인 소설 『돈키호테』였다. 돈키호테라고 하면 풍차로 돌진하는 미치광이 늙은 기사로만 알던 나는 실제 책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걸 언제 다 베껴요?”
“필사를 하는 거란다.”
“그러니까 왜 필사하는 거예요?”
“그건 말이다. 음…… 돈키호테의 정신을 배우기 위해서지. 그리고 대한민국에 그 누구도 『돈키호테』를 필사한 사람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이건 한국어로 된 최초의 『돈키호테』 필사본이지.”
“하지만 그걸 누가 알아줘요? 스페인 사람들이 알아주려 해도 한국어로 된 거면 알아보지도 못하지 않나요?”
“누가 알아준다고 모험을 떠나는 건 아니란다. 나만의 길을 가는 데 남의 시선 따윈 중요치 않아. 안 그러니 솔아?”

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읽었어요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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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uayt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어. 불빛이 켜졌다고 꼭 된다는 건 아니야."
"될거야."
마이클이 말했다.
"둘 다 도와줘서 고마워."
"네가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걸 우리가 알 방법은 없을까?"
"그런 건 없어."
기비 물음에 리지가 말했다.
"모르고 살아가는 게 인생이지."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책읽는곰 펴냄

읽었어요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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