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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비극. 마음 속 깊이 여운이 찡-하고 남는 글이다. 글을 읽는 내내 후텁지근하고 가슴 먹먹한, 그리고 약간은 불안한 끝나지 않은 장마철인것 같은 느낌이었다. 동시에 오래된 이끼가 만연한, 투명하되 절대 투명하지만은 않은 민물의 냄새가 계속해서 연상되었다. 고요하고 잔잔하지만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겠는 강과 같은 느낌이 이야기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폭언과 폭력과 무심함 속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강하의 숨겨져있는 진심이 보인다. 사랑, 질투, 애증. 곤도 강하의 이러한 진심을 알고 있었기에 강하에게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품게 되지 않았을까.
이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가슴이 절절해지는 부분들은 곤을 떠나보낼 때 다급함 속에서도 곤을 챙기고 걱정하는 상하의 마음이 그의 행동과 말에서 느껴지는 부분, 1년에 한번씩 지금 있는 곳의 사진을 타인의 휴대폰을 빌려 강하에게 보내는 곤과 휴대폰 번호를 바꾸지도 못하고 곤의 소식을 기다리는 강하의 모습이 그려지던 부분, 그리고 강하의 시신을 찾아 이 바다 저 바다를 돌아다니는 곤의 모습이 묘사되던 부분이다.
사실 강하와 곤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세상에사 가장 강력한 사랑이란 이런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곤이야 말할것도 없고, 강하의 사랑에 대해 말하자면 어려서 깨닫지 못했을뿐, 또 방법을 몰랐을 뿐. 미우면서도 놓지 못하고 잃을까봐 사라질까봐 걱정하는 그 마음이 바로 사랑이었음을. 게다가 폭력과 사랑이란 원초적이라는 점에서 닮아있기도 하고.
문장이 하나하나 다 아름다우면서도 살짝 거리감마저 느껴지는(제3자의 시선 / 감정을 배제하고 행동과 생각만을 서술) 담담한 문체에 온갖 감정들이 절절하게 녹아있어 책을 읽고 쓰는 감상문마저 한자한자 고르고 생각하게 된다. 시작부터 에필로그까지, 그리고 그 뒤의 문학평론가의 평론과 작가의 말싸지 모든 게 완벽했던 책.
‘미지근한 물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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