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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남자다움의 비열한 행동들은 남자로서의 알량한 자존심과 허풍 따위 이런 것들이었다. 친구들에게 나약한 내 모습을 보이기 싫은 남자다움을 증명하는 것, 단지 여자애들에게는 잘 보이기 위한 것들이고 남자 애들에는 쪽팔리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남자로서 바른 생각과 행동은 남자다움과는 또 다른 성격의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통해 남자다움을 증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여성을 단지 성적인 유희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윤리적으로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 동조하는 우리 자신조차도 어찌 보면 맨 박스에 갇힌 여느 남자와 다를 게 없다.
실제로 여성을 학대하고 성행위로 인한 물리적 위해는 가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지킨 침묵으로 여성이 피해를 당했다면 그것은 윤리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일까.
남자들의 암묵적 합의와 사회적으로 보편화된 사고방식이 과거의 남성상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들이었는지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직도 대다수의 남성들은 성적 우월감이 남성의 표상이며 남자다움의 증거라고 말한다. 선량한 남성들은 남성들에 의해 자행되는 폭력이나 성에 관련된 행위에 관대하다. 내가 직접 관여한 일만 아니면 괜찮다 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자기 합리화이며 사회적 관습으로 암묵적 동의로 받아들인다.
흔히 친구들끼리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남자답지 못하다는 용어로 병신, 또라이, 고문관, 마마보이, 계집애와 같은 말들을 한다. 그리고 '남자 새끼가 그게 뭐냐'라는 말들을 종종 한다. 남자다움이 힘과 욕설로 도배된 일종의 여성비하 발언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착한 남성이라는 개념과 무관하다.
남녀 차별의 의식변화에서조차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에 빈번히 나타난다.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눈물 흘리는 여성에게는 다독거리며 감동의 눈시울을 붉히지만 남자가 우는 모습을 보면 아마도 울컥하는 감동보다는 '저놈 뭐지' 하면서 웃음바다가 될 것이다. 이렇듯 여성은 나약한 존재, 남성은 그런 여성을 보호하는 존재로서 역사는 지금까지 흘러왔다.
여성이 수절하면 열녀비를 세워주지만 남성이 수절하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남자는 언제 어디서라도 섹스를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간이나 성폭행이 남자다움을 증명하는 행위가 아니듯 수컷의 성적 본능을 이제는 아무 여성에게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이제 여성들도 남성 못지않게 맨 박스의 무덤에서 나와야 한다. '남자가 되어 가지고 그것도 못해' 남성이든 여성이든 신체적 우위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존중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맨 박스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 느끼지 못했던 불평등의 괴리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강요된 남자다움의 사슬에서 벗어나 진정한 남자로서 좋은 아빠 멋진 남편으로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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