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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헤르타 뮐러 지음
문학동네 펴냄

숨그네. 제목의 의미가 궁금했던 책. 숨이 생과 사를 그네처럼 왔다갔다 한다는 뜻 만큼 이상의 의미를 담은 헤르타 뮐러의 작품에 경의를 표한다.
17세 레오의 눈을 통해 수용소의 시간들을, 전쟁의 상흔을 보여준 작품을 읽는 내내 배고픈 천사에 대한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심장삽에 올라탄 배고픈 천사는 한방울 넘치는 행복을 맞이할 때까지 떠나질 않는다. 배고픈 천사는 수용소를 떠난 이후의 레오의 삶을 따라 다닌다. 수용소의 행복을 누그러뜨리지 못했음을 말할 정도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밑줄 긋기한 문장들이 곳곳에 있다. 한번쯤 읽어봐야 할 작품이 아닌가한다.

#만성이 된 굶주림을 뭐라고 해야 할까. 병적인 허기를 만드는 그런 굶주림이라고 해야 하나. 허기 위에 그보다 더한 허기가 겹친다. 공복을 먹고 언제나 새롭게 태어나는 허기가 기원을 알 수 없는 오래되고 길들여진 허기 속으로 뛰어드는 것. 배가 고프다는 것 말고는 자신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까. 배가 고프다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면. 입천장이 머리 꼭대까지 올라와 두개골에 닿을 지경이면 천장이 둥근 교회처럼 조그만 소리도 크게 울린다

#석탄은 새 떼처럼 멀리 날아간다. 배고픈 천사도 함께 날아간다. 배고픈 천사는 석탄 속에, 심장삽 속에, 관절 속에 있다. 그는 안다, 온몸을 먹어치우는 삽보다 몸을 덥히는 것은 없음을. 그는 그러나, 배고픔이 그 기예마저 먹어치운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석탄을 부릴 때는 항상 두 세 명이 한 조가 된다. 배고픈 천사는 셈에 넣지 않았다. 천사 하나가 우리 모두를 따라다니는지, 저마다 따라다니는 천사가 따로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배고픈 천사는 뻔뻔스럽게 누구에게나 달라붙었다. 하역할 때 올라탈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수학적으로 생각하면 마지막은 끔찍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배고픈 천사가 하나씩 따라다닌다면 한 사람이 죽을 때마다 천사 하나가 풀려나는 것이고, 그렇다면 나중에 남는 것은 그렇게 버러진 천사, 버려진 심장삽, 버려진 석탄뿐일 테니까.

#움푹 꺼진 볼에 배고픔의 털이 자랐는지도 살펴본다. 하얀 털이 충분히 길고 촘촘한가. 사람은 굶어 죽기 전에 얼굴에 토끼가 자란다.

#가장 마지막에 오는 행복은 한방울넘치는행복이다. 그 행복은 죽을 때 온다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되묻고 싶어진다.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2019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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