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복희는 느낄 수 있었다. 장영수는 쏟아지는 폭우를 온몸으로 기꺼이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빗방울이 대지에 부딪히는 소리, 파도가 몰아치는 소리, 공기가 떨리는 소리, 이 모든 소리가 지구의 리듬이었다. 장영수가 고복희의 손을 잡고 멀리 내보냈다가 가까이 당겼다. 젖은 백사장에 발이 푹푹 빠졌다. 그들은 천천히 한 발짝씩 움직였다. ⠀⠀⠀⠀⠀⠀⠀⠀⠀⠀⠀⠀ ⠀⠀⠀⠀⠀⠀⠀⠀⠀⠀⠀⠀ ⠀⠀⠀⠀⠀⠀⠀⠀⠀⠀⠀⠀
춤이었다. 둘이서 추는 춤.
“옳다고 생각되는 일만 하며 산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니까. 사람들은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당신의 도덕성을 시험하려 들 거예요. 부당한 상황에 밀어놓고 옳지 않은 선택을 하게끔 유도하겠죠. 좌절하는 당신을 조롱하고 헐뜯을지도 몰라요.”
괴팍한 여자 고복희. 감정도 없는 로보트란
별명을 가진 여자. 원칙주의자.
하지만 장영수를 사랑했고 그가 생전에 했던 말대로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 적성에도 맞지 않는 원더랜드를 운영한다.
박지우의 상황과 마음도 이해가 가고 다들 싫어했던
고복희를 좋아하게 된 학생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괴팍해 보이고 어찌 보면 이상한 여자인 고복희는
그래도 편견 없이 모두에게 공평하다.
원칙만 따르면 간섭이나 강요도 없다.
더불어 관심도 없다.
모난 돌이라 여기저기에서 치이지만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고복희 같은 사람이 좋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져서 기분이 좋았다.
사회의 부정적인 내용으로 인한 상황은 마음이 아팠지만 조영수와 고복희가 참 따뜻했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다산책방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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