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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에게 듣고 싶은 말

임수진 지음
달 펴냄

2020.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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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가을방학의 보컬 계피가 쓴 에세이다. 감성이 잘 살아있는 사람의 에세이를 보면 그들의 시선이 잘 느껴져서 좋다. 가수 가을방학 역시 내가 전곡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가수인데 글에서 가을방학 노래의 감성이 많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서 가을방학의 노래를 들으며 읽었다. 시야가 참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친구가, 이런 어른이 내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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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이 되고 '스무살에 해야만 하는 일' 같은 것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나만 그것들을 못하고 있고 막상 시작하기에는 너무 겁이 난다고 생각해서 매일이 초조했다. 오래 키워온 강아지가 노견이 되어가는 모습을 하루하루 지켜보기만 하고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음에 고통스러웠다. 내 이런 감정을 어떻게 해소해야할까 고민했는데, 계피의 에세이를 보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계피는 스물두 살의 나이는 '스스로의 체온에도 눈물이 쏟아지는 나이'라고 표현했다. 아마 나는 초조해도 괜찮은, 초조한게 당연한 나이인 것 같다. 적어도 스물두 살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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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없이 읽었지만 읽는 동안 여러 차례 울었다. 다들 여러 감정들을 차단한 척 살아가지만 결국은 다 똑같은 사람이었다. 슬픔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는게 당연하고 사랑 앞에서는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게 당연하다는걸 잊고 있었다. 가장 시끄러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가장 무던한 사람인 것 같다. 세상에 감각을 조금 더 세워서 살아가면 인생이 달라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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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발에 진흙이 더덕더덕 달라붙어 있어도 그때는 스물두 살이었다. 낯설기만 한 세상에 대한 막막함 속에서도 스물두 살짜리의 빛이 있었다. 많이 겪었든 적게 겪었든 모두 비슷한 걸 겪었을 것이다. 너무나 간절하게 따뜻함을 원한 나머지 자신의 체온에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순간들이 모여 있었다. 정말이지 바보 같지 않은가. 스물두 살이라는 나이는.
2020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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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펴냄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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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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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보다 미련을 잘 다루는 저는 요즘 작가님처럼 시간을 버리고 고통에 항복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

33 - 일기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선한 면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미워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말이다.

201 - 나는 나의 마음 때문에 미움받는다. 그리고 나 또한 나의 마음을 미워하기에 나는 나를 미워하는 이들에게 동조한다. 요컨대 가장 괴로운 점은, 누군가 나를 미워하는 이유를 내가 납득한다는 점이다.

259 - ‘더 나아질 수 있음’. 그 사실이 언제나 나를 성가시게 했다. 늘 그랬다. 나를 괴롭힌 것들은 그런 생김새였다. ‘더 나아질 수 있음’의 얼굴을 한 것들이 내 삶을 피곤하게 만들곤 했다. 따라서 나는 약간의 피로감을 느꼈고, 나와 같은 것을 원하는 누군가 나타나 나 대신 ②를 채갔으면 했다.

267 - “클라이밍을 하면 점점 동물이 되어 가. 원숭이처럼 소리를 내질러. 벽을 향해 소리치는 거지. 내가 사람이 아닌 것 같아 기뻐.” /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 나는 너무 사람이다. 그래서 종종 사람이 아닌 시간이 필요하다.

270 - 가다가 오르막길이 나오면 되돌아갔다. 다시 계단이 나타나면 물러났다. 비가 오면 피했다. 물러나기와 항복하기, 싸우지 않기, 견디지 않기를 했다. 항복하기, 항복하기, 항복하기 연습. 항복을 즐기기. 항복도 계속하다 보니 기분이 좋았다. (왠지 소질이 있는 것 같았다…….) 무조건 평지만 걸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어려워지면 발을 빼는 거야. 왜냐하면 내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얻지 않는 순간, 배움이 없는 순간, 성취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 버리는 시간, 그런 시간들을 용서하고 삶에 초대하는 것으로, 일명 ‘시간 갖다 버리기’, ‘시간을 쓰레기로 만들고 기뻐하기’, ‘그 쓰레기를 재활용하지 않기’, ‘삶을 일정 부분을 낭비하기’이니까.

일기시대

문보영 (지은이) 지음
민음사 펴냄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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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6.

예쁜 해파리와 희끄무레한 반죽
반짝이는 윤슬을 읽는 것 같은 단편집의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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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우 (지은이)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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