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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습관이다 (부정의 나를 긍정의 나로 바꾸는 힘)의 표지 이미지

감정은 습관이다

박용철 지음
추수밭(청림출판) 펴냄

202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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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걱정이 많고, 대인관계가 두렵고, 의욕이 없는 사람.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특정한 부정적인 감정을 지속적으로 느꼈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대체 왜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해서 느끼고 있는 것일까? 이 사람들에게만 부정적인 상황이 지속되었던 것일까? 정신과 전문의 박용철은 감정도 습관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에게는 부정적인 감정이 습관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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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생존이 가장 중요했던 인간에게 ‘익숙함’은 곧 ‘안전함’을 의미했다. 의식주 모든 것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변화는 곧 도태를 의미했고,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던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인간의 뇌는 오래전 옛날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인간의 뇌는 여전히 익숙함을 좇으며, 익숙한 감정이 곧 생존에 도움이 되는 감정이라고 착각한다. 생존에 더 유리해지기 위하여, 인간의 뇌는 그 감정을 증폭시키기까지 한다. 불안의 감정을 분노로 바꾸고, 분노의 감정을 우울로 바꾼다.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감정들을 하나로 묶어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키워버린다. 하나로 묶인 감정들은 곧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단단하게 결속되고, 미안함 대신에 분노가, 슬픔 대신에 증오가 나타나게 된다.
극단적인 행복과 쾌락, 극단적인 슬픔과 분노는 모두 ‘스트레스’로 일맥상통한다. 흥겨운 분위기의 술자리에서 싸움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 매우 자극적인 도박판에서 범죄 행위가 빗발치는 이유가 그것이다. 자극적인 감정은 다른 감정으로 전이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주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니다. 오히려 스트레스 상황을 지속하고 긴장감을 놓지 못해 우리 몸의 교감 신경이 끊임없이 작동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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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미 이렇게 변화해버린 감정을 고칠 수는 없는 것일까? 저자는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가장 기본에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있다. 자극적 행복을 느낄 때 분비되는 도파민과 소소한 행복을 느낄 때 분비되는 세로토닌 중 우리가 더 가까이 해야 할 것은 세로토닌이다. 폭발적인 흥과 스트레스 대신에 잔잔한 산책과 명상, 독서, 뜨개질 그리고 일상의 사소한 기분 좋은 감정들에 섬세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민 수첩을 만들어서 고민하는 시간대를 따로 정해놓고 이외의 시간에는 고민을 하지 않는 방법, 감정 노트에 하루 동안 있었던 사소한 행복 등을 적는 방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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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부터 감정 노트를 적기 시작했는데, 대단한 것들보다 아르바이트에서 함께 일하는 언니, 매니저님과 웃고 재밌는 농담을 한 것, 마침 마감 청소가 잘 풀린 날 대표님이 방문하셔서 예상치도 못한 칭찬을 받은 것, 앞으로 영업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단축이 되어 조기 퇴근을 할 수 있게 된 것, 휴게 시간에 음식을 먹지 않고 잘 참았고 심지어 감정 노트까지 적은 것 등등 평소 같았으면 되짚어보지도 않고 넘어갔을 작은 행복들을 적었다. 물론 하루동안 화나는 점, 불편한 점도 꽤 많았지만 내 입맛에 맞게 기분 좋았던 일만 골라서 적었다. 자기 전에 내가 적은 것들을 다시 읽어보니 내가 웃고 있었던 모습이 생각이 나면서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내 감정을 따라가며 하나하나 적어내려 가는 것이 생각보다 번거롭긴 했지만, 모든 걸 부정적으로만 생각한다고 느꼈던 내가 이런 작은 사소한 행복들을 찾아냈다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엄청난 발전으로 느껴졌다.
아직은 내 감정을 따라 읽어보는 부분이 미숙하고 불편하지만 내 감정에 보다 섬세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뇌는 나보다 똑똑하지만 나보다 훨씬 단순해서 아무런 의미 없는 웃는 얼굴, 그리고 실현 가능성은 낮더라도 한번 내뱉어보는 긍정의 말 한 마디가 나를 좌지우지하라 수 있음을 깨닫고 의식적으로라도 웃음을 짓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주변 상황이, 주변 사람이 나를 불행으로 이끈다고 해도 나는 나의 힘을 믿고 뇌의 힘을 믿어서 사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 20대, 아직 늦지 않았다. 어떤 습관을 선택할지는 나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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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는 유쾌하고 행복한 감정이라고 해서 더 좋아하지 않는다. 유쾌한 감정이건 불쾌한 감정이건 가장 익숙한 감정을 선호한다. 불안하고 불쾌한 감정일지라도 그것이 익숙하다면, 뇌는 그것을 느낄 때 안심한다.
👍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추천!
2020년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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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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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보다 미련을 잘 다루는 저는 요즘 작가님처럼 시간을 버리고 고통에 항복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

33 - 일기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선한 면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을 완전히 미워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말이다.

201 - 나는 나의 마음 때문에 미움받는다. 그리고 나 또한 나의 마음을 미워하기에 나는 나를 미워하는 이들에게 동조한다. 요컨대 가장 괴로운 점은, 누군가 나를 미워하는 이유를 내가 납득한다는 점이다.

259 - ‘더 나아질 수 있음’. 그 사실이 언제나 나를 성가시게 했다. 늘 그랬다. 나를 괴롭힌 것들은 그런 생김새였다. ‘더 나아질 수 있음’의 얼굴을 한 것들이 내 삶을 피곤하게 만들곤 했다. 따라서 나는 약간의 피로감을 느꼈고, 나와 같은 것을 원하는 누군가 나타나 나 대신 ②를 채갔으면 했다.

267 - “클라이밍을 하면 점점 동물이 되어 가. 원숭이처럼 소리를 내질러. 벽을 향해 소리치는 거지. 내가 사람이 아닌 것 같아 기뻐.” /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 나는 너무 사람이다. 그래서 종종 사람이 아닌 시간이 필요하다.

270 - 가다가 오르막길이 나오면 되돌아갔다. 다시 계단이 나타나면 물러났다. 비가 오면 피했다. 물러나기와 항복하기, 싸우지 않기, 견디지 않기를 했다. 항복하기, 항복하기, 항복하기 연습. 항복을 즐기기. 항복도 계속하다 보니 기분이 좋았다. (왠지 소질이 있는 것 같았다…….) 무조건 평지만 걸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어려워지면 발을 빼는 거야. 왜냐하면 내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얻지 않는 순간, 배움이 없는 순간, 성취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 버리는 시간, 그런 시간들을 용서하고 삶에 초대하는 것으로, 일명 ‘시간 갖다 버리기’, ‘시간을 쓰레기로 만들고 기뻐하기’, ‘그 쓰레기를 재활용하지 않기’, ‘삶을 일정 부분을 낭비하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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