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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아름다운 흉기/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 소설로 유명한 히가시노의 수많은 작품 중 스릴러로 분류된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인 '아름다운 흉기'는 네 명의 스포츠 스타를 중심으로 살인자와 그 살인자를 쫓아 끝없는 복수를 위한 처절하고 집요한 스릴러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스포츠계에서 만연하고 있는 도핑을 주제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스포츠와 스릴러를 결합시켜 소설로 탄생했다는 점이 특이했으며 스포츠를 통해 진정한 승리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부정한 방법으로 이룬 결과가 어떤 최후의 파멸을 보게 되는지 우리 스포츠계가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대회 또는 각 종목에서 선수들의 훈련과정이나 노력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성원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성적이나 결과에 대해서만 그 선수를 평가합니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도핑이나 약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최고를 위해 불법을 저지르고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일등만을 위해 달리고 최고의 자리를 지켰지만 결국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폐인이 되어버린 사례들을 우린 흔히 뉴스나 언론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영웅으로 불렸던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도 '네비도'라는 약물 의혹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고 아직까지도 일부 사람들에게는 약쟁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습니다.
'도핑'이란 운동경기에서 체력을 극도로 발휘시켜서 좋은 성적을 올리게 할 목적으로 선수에게 심장흥분제·근육증강제 따위의 약물을 먹이거나 주사 또는 특수한 이학적 처치를 하는 일로써 원래는 경주마에 투여하여 말의 경기력을 향상시킨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저 역시도 기록경기를 즐기는 사회체육 동호인으로 불법적인 약물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기록 단축을 위해 이와 유사한 행위들을 자행해 왔습니다. 물론 근력과 지구력 향상을 위한 스테로이드계 종류의 약물이 아니라 '파워젤'이나 '진통제'같은 음식이나 약을 섭취함으로써 조금 더 고통에서 해방되고 좋은 기록을 위한 노력들을 해 왔었습니다.
'아름다운 흉기' 역시 약물에 의한 도핑으로 한순간 부와 명예를 얻을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 자신이 선택한 결과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이야기로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이 불러온 비극적인 상황이 결국엔 죽음으로 되돌아온다는 내용입니다.
네 명의 스포츠 스타들은 자신들의 도핑 이력을 숨기기 위해 자신들에게 도핑을 권유한 한 남자를 살해하고 도망을 갑니다. 그러나 그 네 명은 점차 '타란툴라'라는 정체불명의 여자에게 쫓기고 한 명씩 살해되는 과정이 마치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특히 '타란툴라'와의 추격 장면을 속도감 있게 그려낸 것이 이 소설의 백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네 명의 인물들의 심리적 묘사를 통해 인간의 선과 악의 본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주는 모순적인 상황을 잘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타란툴라'란 세상에서 가장 큰 독거미를 말하는 것으로 이 책에서 '타란툴라'는 자아를 잃고 살아갔을 아름다운 흉기였던 여인을 가리킵니다. 이 여인이 자신을 임신하게 한 아이의 아빠를 죽인 범인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장면이 잔인한 공포보다는 모성의 본능을 느끼게 하는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 여인이 마지막에 던지는 말 한마디 "베이비" .
베이비라는 말 한마디가 가진 의미가 이 작품이 던지는 진정한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도핑을 소재 삼아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누구나 최고라는 성공을 꿈꾸지만 비양심적이고 그릇된 방법으로 손에 넣은 성공과 명예가 어떻게 흉기가 되기 어 자신에게 돌아오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스포츠 스타의 내면 속에 흐르는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이 한 문장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좋고 나쁜 점이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다소 잃는 게 있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들은 도핑 약이 자신의 꿈을 이루게 해 준 영광의 산물이라 생각했고 잃는 것도 생각했겠지만 약을 만난 것을 후회 한 적은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욕망에 한 발 더 가까이 가서 진실의 실체를 밝히고자 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아름다운 흉기'를 읽으며 세상 그 무엇과 바꿀만한 약물이 내게 주어진다면 과연 나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와 같은 영혼까지도 팔 수 있는 악마의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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