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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읽고있어요
당신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한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내가 내 인생의 궤도를 의식적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감정이 얼마나 뿌리 깊이 당신을 지배하고 있는지 몰라서 하는 생각이다. 감정은 당신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쪽으로 생각의 방향을 튼다. 그리고 당신이 이미 믿기로 마음먹은 것을 그대로 재확인할 증거를 찾아낸다. 감정은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보고 싶은 것을 보게 만든다. 그렇게 현실과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당신은 계속해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부정적 패턴을 반복한다. 이성이란 이런 감정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무의식적인 ‘반응’을 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하고, ‘내 느낌’이 아니라 ‘현실’에 마음을 열게 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이성은 저절로 발휘되지 않는다. 이성은 개발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잠재력을 깨달을 수 있다.
P70
내가 성급한 약속을 하려 한다 싶을 때는 물러나서 하루 정도 시간을 줘라. 감정을 가라앉혀라. 시간은 많이 가질수록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그림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연습을 근력운동처럼 생각하라. 반응하지 않고 더 오래 참을수록 숙고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도 늘어나고, 마음가짐도 더 강건해진다.
사람들을 불변의 사실로 받아들여라
사람들과의 교류는 우리를 감정적 소용돌이에 빠뜨리는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남들을 끊임없이 심판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상대가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기를 바란다. 우리는 남들을 바꾸고 싶어 한다. 상대가 특정한 방식으로, 흔히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일은 가능하지가 않고 하늘 아래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좌절하고 속상해한다. 그러지말고 사람을 하나의 현상처럼 대하라. 혜성이나 식물처럼 가치판단의 여지가 없는 대상으로 보라. 그들은 그냥 존재하고, 모두 제각각이고, 삶을 풍부하고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존재일 뿐이다. 사람들이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하면 저항하거나 바꾸려 들지 말고 연구 대상으로 삼아라. 사람을 이해하는 일을 하나의 재미난 게임으로 만들어라. 퍼즐을 푸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은 인간이 벌이는 희극의 한 장면일 뿐이다. 맞다. 사람들은 비이성적이다. 하지만 당신도 비이성적이다. 인간의 본성을 뿌리 끝까지 철저히 인정하라. 그러면 마음이 진정되고 남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P88
공감적 태도
공감은 단순한 마음의 상태가 아니다. 공감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식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내가 정말로 남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늘 생각하며 지내는 것이다. 우리는 내가 남들을 순식간에 판단해 어느 한 유형에 집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세는 오히려 내가 아주 무지하고 타고난 나의 편향 때문에 사람을 부정확하게 판단할 거라고 가정하는 태도다. 우리 주변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에 맞는 가면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 가면을 현실로 오인한다. 사람을 보자마자 판단하는 태도를 이제는 그만 포기하라. 마음을 열고 사람을 새로운 시선에서 보라. 상대가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거나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졌을 거라 가정하지 마라.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아주 특이한 심리 조합으로 구성된 미지의 나라와 같다. 그러니 조심스럽게 탐구해야 할 대상이며 뚜껑을 열어보면 틀림없이 깜짝 놀랄 것이다. 새로운 시선에서 본다는 유연하고 열린 태도는 창조적 에너지와도 유사한 점이 있다. 더 많은 가능성과 대안을 기꺼이 고려하려고 마음먹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감능력을 개발하면 창의력 역시 향상될 것이다.
P114
이렇게 공감을 사용하면 쌍방이 자기도취에 빠지는 것과 정반대의 효과를 낸다. 한쪽에서 이렇게 나오면 상대의 마음까지 녹여서 그의 공감도 끌어낼 수 있다. 상대가 내 입장을 이해하고 표현해주면서 내 영혼 속으로 들어오는데 나만 계속해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는 힘들다. 그때는 분명히 내쪽에서도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게 된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사람들에게 저항을 그만두고 싶은 갈망이 있다. 계속해서 수세적인 태도를 취하며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도 아주 지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녀관계에서 공감을 사용하는 열쇠는 나와 다를 수밖에 없는 상대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있다. 무엇이 사랑이나 관심, 배려의 징표인지 상대와 나는 서로 생각이 다르다. 가치관은 사람이 의식적으로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대체로 어린 시절에 저절로 형성된다. 상대의 가치관을 늘 염두에 둔다면 흔히 방어적으로 돌변할 만한 순간에도 상대의 영혼과 관점 속으로 들어 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심한 자기도취자조차 그의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올 것이다. 왜냐하면 누가 우리에게 그렇게까지 깊은 관심을 기울여주는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당신의 인간관계를 ‘자기도취의 정도’라는 척도로 한번 측정해보라. 바뀌어야 할 것은 나나 상대방이 아니라 둘 사이의 역학관계다.
P135
우리가 해야할 일은 단순하다. 첫째, 자신이 자기 안에 매몰되어 있고 실제로 관찰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 에릭슨이 그랬던 것처럼 비언어적 소통은 여러 감각을 열어놓고 보다 신체적인 차원에서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의 말뿐만이 아니라 그 표정을 내 안에 각인해서 그 인상이 계속 남아 있는 채로 소통해야 한다. 비언어적 소통의 어휘들을 많이 이기고 나면 어느 제스쳐를 하나 봤을 때 그게 뜻할 수 있는 감정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감각이 발달하면 그 동안 당신이 무엇을 놓쳐왔는지 점점 더 많이 보일 것이다.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될 테고 사회성이 증진될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달과 같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그들은 당신에게 오직 한쪽 면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장하는 바로 그 사람으로 늘 보일 수 있게 얼굴로 가면을 만드는 재주를 타고난다. 그 효과는 매우 기만적이다. 사람들은 상대가 나를 칭찬하여 내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가면을 쓴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밀랍이나 골판지로 만든 가면을 쓴 사람을 볼 때처럼 가면 뒤에 숨은 얼굴보다는 가면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지도 모른다.
P137
비언어적 신호는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이미 심어져 있다. 우리에게는 내 감정을 끊임없이 소통하고 싶은 열망이 있지만, 그와 동시에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그것을 감추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이렇게 두 가지가 우리 안에서 싸우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내가 소통하는 내용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한다. 제스처나 목소리 톤, 표정, 자세 등의 형태로 진짜 감정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사람의 비언어적 신호에 주목하는 훈련을 받지 못했다. 순전히 습관적으로 우리는 남이 하는 ‘말’에만 시선을 두고, 그 다음에 ‘나’는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한다. 이 이야기는 곧 우리가 누구나 보유하고 있는 잠재적 사회성 중에 아주 작은 일부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P227
이런 현상은 일상 속에서도 벌어진다. 나보다 나은 것을 가진 듯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눈에 보인다. 저 사람의 부모는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저 사람의 직업은 더 흥미롭게 보이고, 저들의 삶은 더 쉬워 보인다.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연애를 하면서도 마음은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을 찾아 헤맨다. 내 배우자의 이 생생한 단점을 가지지 않은 다른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느 낯선 문화권으로 떠나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는 것을 꿈꾼다. 그곳의 사람들은 내가 사는 이 때 묻은 도시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리라 생각한다. 정치를 이야기하자면 이 나라 정부는 부패했고, 우리는 정말로 변화가 필요하고, 어쩌면 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혁명을 통해 우리가 사는 불완전한 세상이 참된 유토피아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상 절대 다수의 혁명은 이전과 똑같은 결과를 낳았거나 이전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왔었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않는다.
P230
그 증거는 연애 중에도 나타난다. 상대는 나를 있는 그대로 욕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 말은 곧 나 자신을 최대한 많이 알려주고, 모든 호불호를 드러내고, 최대한 나를 익숙한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상상이나 판타지의 여지는 하나도 남지 않는다. 그래 놓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나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면 온라인에 가서 이 남자가 속물이었네, 저 여자가 무책임하네 하고 불평을 토로한다.
우리는 점점 더 나 자신에게 몰두하고 있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심리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점이 아니라, 상대가 나에게 바라는 게 무엇일지 상상하는 게 지금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다.
P239
남녀관계에서도 평생토록 완벽한 남자나 여자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인생 대부분을 혼자 살 수도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보다는 다른 사람의 결점과 타협하고 그들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단점이 오히려 매력적인 사람을 찾는 편이 낫다. 선망이라는 욕망을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우리는 타협의 기술을 배우게 되고 남녀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터득한다. 이런 것들은 결코 저절로 습득되거나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인생은 짧고 우리에게 주어진 에너지도 한계가 있다. 선망이라는 욕망에 휘둘린다면 부질없는 것을 찾아다니고 불필요한 변화를 모색하느라 많은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바라며 기다리기 보다는 지금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라.
P240
결국 반드시 추구해야 할 것은 현실과 더 깊은 관계를 맺는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당신에게 평온과 인생의 구심점과 실질적 힘을 가져다줄 것이다. 당신에게서 실제로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종종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에게 당신이 그들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우정이 더 돈독해질 것이다. 아니, 실은 대부분의 사람을 대할 때 이따금씩 약간의 무시를 섞는 것도 나쁠게 없다. 그러면 그들은 당신의 우정을 더욱더 가치 있게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누군가를 높이 평가한다면 그 사람한테는 그 사실을 마치 범죄인 것처럼 숨겨야 한다. 썩 기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면 사람은 고사하고 늘 애정을 갈구하는 개조차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P258
다시 말해, 우리는 현재로부터 ‘거리’를 두고, 문제의 근원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상황의 전체 맥락을 더 ‘넓게’ 바라보고, 미래를 더 ‘길게’ 내다보아야 한다. 우리가 한 행동의 결과와 나의 장기적 우선순위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을 밟다 보면 당장 시선을 사로잡는 대안이 아니라 더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이나 설명이 나타날 것이다. 거기에 지난 세월 자신의 행동 패턴을 통해 알게 된 교훈들을 추가하라. 그렇게 하면 시간이 사고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재창조할 수는 없더라도 어느 정도는 바꿀 수 있다. 몇 달이 지나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나면 그 당시 우리가 선택할 수도 있었던 좋은 옵션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 목표에 초점을 맞춘다면 바로 지금 당장 그와 같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더 넓게 생각하고 마음을 열면 된다.
마치 산에 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시야가 넓어지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예상치 못했던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도 침착함을 잃지 않을 수 있다.
***** P263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반응’을 하기 때문에 우리의 행동은 불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것이다.
P274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현재를 즐기고 지나가는 기쁨을 만끽하라. 당신은 수도승이 아니다. 현재의 흐름과 단절되지 말고, 삶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인식하라. 그러나 장기적 목표에 도달하고 역경을 극복하는 것에서 더 큰 기쁨을 끌어내라. 이렇게 시간과 더 큰 관계를 맺는 것은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당신은 더 차분하고 현실적인 사람이 되며, 중요한 것들과 조화를 이룰 것이다. 뛰어난 삶의 전략가가 될 것이다.
남들은 틀림없이 현재 일어나는 일에 과잉반응하겠지만 당신은 거기에 저항하고 더 먼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이제 겨우 활용하기 시작한 잠재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하루하루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을 한 해 한 해가 알려준다.
👍
불안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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