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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윤대녕 지음
문학동네 펴냄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 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은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 ‘귀촉도(歸蜀道)’, 서정주
“모두가 그렇게 훌쩍훌쩍 사라져가버리는 거예요. 여직 그것도 모르셨나요?” - ‘3월의 전설’, 윤대녕
신부는 초록 저고리와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 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 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십년인가 오십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 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재와 다홍재로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 ‘신부(新婦)’,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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