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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설레는 마음

이정현 지음
시드앤피드 펴냄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 혹은 수필이다.

"걷기 좋은 계절이라는 이유로 손을 몇 번 더 잡았다.
손가락과 손톱의 경계를 드나들다가/손톱으로 손금 골목을 따라 걷다가
...
우리가 깍지를 끼게 된다면/더는 헤매는 손가락이 없을 텐데."

"「무작정 살아간다는 것」
창으로 드는 해에 붉은빛이 섞이면 밖으로 나와 무작정 걷고 싶어집니다. 나는 무작정이란 말이 참 좋습니다. 작정된 삶이 어디 있을까요. 사람들은 노을을 따라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는 노을을 담아내는 세상이 노을만큼이나 좋습니다.
노을을 따라 쉴 새 없이 걷다가 한숨 돌리고 세상을 바라본 적이 있으신가요. 종일 꼿꼿하게 서 있던 건물이 그림자를 뉘어놓고 옆의 건물들과 함께 기대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오늘도 잘살았다. 붉게 오른 벅찬 표정의 건물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참에 걸음을 돌리고 삶을 걷습니다. 해가 넘어가고 능선에 붉은빛 대신 검보랏빛이 차분하게 내려앉습니다. 가장 먼저 간판 불이 켜집니다. 다음으로 자동차의 라이트가 들어옵니다. 가로등은 항상 마지막에 켜집니다. 마음 급한 순서인가 봅니다. 이렇듯 노을을 보내가 난 세상은 저마다 밤을 견딜 준비를 합니다.
나는 앞으로도 작정하고 삶을 무작정 살아볼 생각압니다. 걷다가 숨이 차고 해가 지는 곳에서 빛나볼 생각입니다. 밤은 기어코 오겠지만 나는 내가 가진 빛으로 그 밤을 견뎌볼 작정입니다. 노을만 좇기에는 삶에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어떤 계절이어서가 아니라/우리의 '지금'이라는 것만으로/아름답고 행복한 계절이 되는 게 아닐까요.
우리의 지금이어서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돌아봤을 때 추억할 수 있다면,/그걸로 된 거다.
언젠가 내가 너무 멀리 와버려서/돌아봐도 추억할 수 없는 때가 온다면
그것도 그것대로,/그걸로 된 거다."
👍 외로울 때 추천!
2020년 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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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마음가짐이 어느새 흐지부지 해졌는데, 이렇게나 부지런히 사는 사람을 보니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 지음
토네이도 펴냄

👍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추천!
2022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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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이지만 읽는 데 시간이 꽤나 오래걸렸다.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글이 나를 생각하게 만들고, 정성스러운 문장 하나하나를 서두르게 넘어가고 싶지 않아서다. 글을 쓰면서 작가는 얼마나 무수한 생각과 고민을 지나쳤을까 생각이 든다.

11 (31p) 성당이라는 건축물이 갖는 특유의 포용력과 질량감을 좋아하고 가끔 그리워한다. 허공을 찌르는 첨탑의 모양을 보고 있으면 조용히 마음이 차오른다. (중락) 내가 믿어본 적 없는 믿음의 존재를 감각하고자 애쓰며 주변을 맴돌다 보니 어쩌면 이곳이서는 아무도 쉽게 무너지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5 (39p) 우리는 책장을 한 장씩 넘기듯이 순간을, 매일을 포갠다.

20 (49p) 기록은 스러져 가는 마음을 되살리는 일이다. 순간의 물결을 고이 간직하는 일이다.

21 (50p) 당신과 나를 비롯한 모두는 대답 없는 3자다.

48 (94p) 낡은 책을 펼치면 책 냄새부터 맡는다. (중략)...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행취가 깊숙이 배어있다. 마치 시간의 연기에 종이가 훈연된 것처럼.

너는 불투명한 문

최유수 지음
별빛들 펴냄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2022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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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과 실패를 따뜻하게 안은 소설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25p 나는 삶의 어느 모서리를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어쩌면 그런 감정의 분화는 오직 생장의 시절에만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157p 나는 저 몸에 무엇이 찾아들면 강선이 되나, 하고 생각했다. 창호를 바른 문으로 어느 순간 들어선 빛에 아침이 시작되듯, 찬 공기에 콧속이 열리고 창공이 높아지면 불현듯 여름이 종료되듯 사람에게도 그가 사람이게 하는 시작점이 있을까.
172p 어디에서 왔는지고 알 수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울고 싶은 기분으로 그 시절을 통과했다는 것. 그렇게 좌절을 좌절로 얘기할 수 있고 더이상 부인하지 않게 돠는 것이 우리에게는 성장이었다.

<깊이와 기울기> 248p "여기 사는 거 쉽지 않죠?" "서울에서 사는 건 어때요?" "쉽지 않죠." "그러는데 뭘요."

<초아> 305p 초아와 엄마와 함께 도로를 달리던 밤의 시간들은 이후에도 무언가를 기념하들 선연히 눈앞에 떠올랐다. 정말 호랑이를 맞닥뜨려본 사람처럼 엄마는 무거운 피로감에 취해 깊고 깊게 잠이 들고 초라는 무심하게 창에 기재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는 시간들이. 인터체인지들은 내비게이션이 아니라면 길을 잃을 것처럼 복잡하게 얽혔고, 그 순간 나는 만월의 여름밤을 달려 여전히 상경 중이었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은이) 지음
창비 펴냄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2022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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