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고전치고 부담없는 분량, 헤르만 헤세의 명성 덕분에 수년 전에 읽었지만 단 하나도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 다시 읽게 되었다. 읽는 내내 심오한 주제를 유추해보려 애썼지만 독서의 집중력만 흐릴뿐이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인가, 유년시절의 그리움인가, 방랑하는 자유로운 인생에 대한 찬가인가, 사회가 정해놓은 길을 따르지 않는 소신이 주제인가 여러 생각을 했지만 거의 다 읽어가도록 알지 못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 줄.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하였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하였고 조롱받았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받았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이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든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했었다."
다 읽고 나서는 이 책의 주제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이해했다. 사회의 기준으로 봤을 때 크눌프의 삶을 무가치하고, 무책임하고, 아무 쓸모 없는 것을 수도 있으나 좀 더 넓은 시야로 볼 때 그 삶 또한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것임을 이야기 하고 있다. 타인의 삶을 바라볼 때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깊고 넓게 이해할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권한다. 누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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