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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민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유은정 지음
성안당 펴냄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서평을 목적으로 지원받았습니다. ⁣
(많이 줄인 글입니다. 본문은 블로그로)⁣

상대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갑을 없는 수평적 관계를 추구하지만, 잘 보이고 싶은 모습은 자신도 모르게 수직적 관계를 만든다.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상대가 원하지 않은 친절을 기꺼이 베풀게 된다. (p.33)⁣

자존감은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취사선택해 나가는 힘이다. 좋은 선택을 많이 할수록 그 삶은 더욱 건강해진다. 나는 우리가 자신에게 형벌을 내리는 집행자가 아니라 자신을 구제하는 구원자가 되기를 바란다. 나의 구원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p.94)⁣

상대적 박탈감의 행심은 박탈감이 아니라 상대적에 잇다. 상대적 비교와 평가가 따라붙어 괴로운 것이다. (p.140) ⁣

성장의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은 심한 성장통을 겪는 중이라서 다른 것을 살펴볼 여력이 없다.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에게 점수를 매기겠다면서 시험지를 뺏지 말자. 유치원생도 완성하지 못한 그림은 의미 있는 대상에게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p.175)⁣

감히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면, 나는 직장생활의 3.6.9년 차에 해당하는 이들과 도대체 나는 뭘 잘하고,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은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읽기보다는 책상이나 식탁에 바르게 앉아 메모할 준비를 하며 읽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며 제시된 문장들로 자신의 개별성을 인지해보기도 하고, 감정언어들도 직접 기록해보기를 바란다. 분명 그 시간들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생각할 시간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전파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직원들에게도 이 책에 제시된 감정언어들을 전파해주고 싶다. 어쩌면 우리가 마음이 괴롭다고 느끼는 까닭은 내 감정이 어느 지점에, 어떻게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더욱 명확히 내 감정을 보다 객관적인 단어로 표현한다면, 감정에서 오는 괴로움이 상당히 가벼워질 수 있으리라 느꼈다. ⁣

한때는 나도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모호함을 고민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따로 또 같이”의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러 번 배우게 된다. 부부관계도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도 “따로 또 같이”만 명확하다면 사실은 오히려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깨달은 바는, 내가 나의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내 감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과, 열등감이나 상대적 박탈감 등은 어쩌면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책을 읽자마자 내가 엄청 강해져서 나를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만 있어도, 꽤 좋은 출발선이라고 생각한다. 또 내 감정을 오롯이 들여다보는 과정 자체가 매우 중요한 것이기도 하고. ⁣

그동안 내가 너무 예민하다고, 내가 너무 날카롭다고- 타인에게 나를 끼워 맞추던 수많은 말들을 던져본다. 나는 내 기준에서 지극히 정상이고, 나는 내 기준의 모든 좌표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또 한발 나아가 생각해본다. 너무 예민하다고 생각했던 타인의 마음을, 너무 날카롭다고 생각했던 타인의 기분을. 그렇게 나를, 또 타인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통해 우리의 감정은, 우리의 마음은 회복탄력성을 키워가게 되리라 믿는다. ⁣

한참 뒤죽박죽 하던 내 마음에 명쾌한 답을 던져준 좋은 읽기였다. ⁣


#책속구절 #책속의한줄 #책스타그램 #책으로소통해요 #북스타그램 #육아 #육아소통 #책읽는아이 #책으로크는아이 #찹쌀도서관 #책으로노는아이 #책속은놀이터 #찹쌀이네도서관 #책읽는엄마곰 #책읽는아기곰 #책읽는엄마곰책읽는아기곰 #좋아요 #좋아요반사 #좋아요테러 #소통환영 #책소개 #책추천 #책속구절 #명언 #책속한마디 #성안당 #내가예민하게아니라네가너무한거야 #유유은정 #혼자잘해주고상처받지마라
2020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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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백과사전 『세계역사백과』.

우리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DK백과사전에서 출시된 『세계역사백과』가 출시되어 발빠르게 만나보았다.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DK백과사전은 무척이나 선명한 도판과 사료로 어른과 아이 할 것없이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기로 유명한데, 특히 역사와 관련된 사료들은 전세계박물관을 통째로 보는 듯한 기분까지 들어 정말 유익했다.

DK백과사전 『세계역사백과』에서는 전 세계의 유물과 유적을 다양한 사진, 도판 등 방대한 사료를 시대별, 지역별, 문화별, 특징별로 나열하여 각각에 대해 한눈에 파악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사시대에서 현대까지 세계사를 각각의 주제별로 만날 수 있어 개념정리에 유익하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낯선 역사용어나 개념을 쉽게 풀어주고, 용어설명이나 키워드를 곁들어주었기에 보다 깊은 이해를 돕는다.

우리 아이는 DK백과사전 『세계역사백과』를 뜯자마자 탄성을 내지르며 “새 주제 나왔구나!”라고 신나했다. 아니나다를까, 엄마가 미처 확인할 틈도 없이 DK백과사전 『세계역사백과』를 들고 책상에 앉아 신나게 발을 흔들며 읽더라. 지금까지 만나본 대부분의 DK백과사전이 다 그랬지만, 이번 DK백과사전 『세계역사백과』는 특히 세계사의 이모저모를 생생히 보여주는 도판 자료를 1,000장이상 싣고 있어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세상”이라는 말에 걸맞게 다양한 이미지와 사진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농사, 예술, 전쟁 등 다양한 주제나 시대, 지역 등, 아이들이 궁금해할 주제별로 잘 나누어져 있어서 교과연계로 보기에도 너무나 좋다. 또 평소 역사공부를 하며 수없이 거론해온 거북선이나 세계최초의 금속활자 직지심체요절 등을 만나볼 수 있어 아이의 감동이 더욱 짙었다.


다양한 유물과 유적, 지역이나 환경 등에 따라 선조들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전쟁에서는 어떤 무기가 사용되었고, 어떤 유적이 어떤 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긴밀하게 연결지으며 읽을 수 있었던 DK백과사전 『세계역사백과』. DK백과사전 『세계역사백과』를 읽는 내내 우리 아이는 종알종알 수다쟁이가 되어 “엄마, 거북선이 나와요!”, “엄마, 문명의 시작이야!”등을 외쳐댔다. 이것이야말로 엄마가 읽으라고 해서 읽는 책이 아니라, 아이가 찾아 읽는 책이 아닐까.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역은 분명 무척 다양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사와 독서가 가장 간절하다. 그래서 아주 어릴때부터 아이와 부지런히 책을 읽고, 역사에 대해 노출시켜왔는데 DK백과사전 『세계역사백과』를 읽으며 아이의 머릿속에 흑백이었던 부분들이 마치 불을 켠 듯 선명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언제인가 세계사 책에서 잘 보이지 않는 사진들을 돋보기로 보던 내가 떠오르기도 했고.

아이를 위해 다양하게 소장하는 DK백과사전이지만, 이번 『세계역사백과』가 단연 으뜸이라고 할만큼 다양한 사료와 사진에 엄마도 감탄이 들었다. 정말 강추!!!

세계 역사 백과

피터 크리스프 외 4명 지음
비룡소 펴냄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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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


아트는 어쩌나 대프니를 그렇게 잘못 판단했을까? 아주 쌀쌀맞고 고고한 데다 짜증 날 정도로 완벽하고 거만한 여자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녀는 결점 많고 상처 입기 쉬운 사람이었다. 심지어 자신보다 더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 대단한 사람이기도 했다. 대프니가 아니엇다면 그들 중 누구도 지금 여기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변화했다. 대프니의 기운이 어떤 식으로든 그들 전원에게 스며든 것 같았다. (P.442)

20대의 나는 40대의 삶이 막연히 '노잼'일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40대가 되어보니 살이 좀 찌고, 피곤을 조금 더 느끼는 것뿐 여전히 삶은 나의 마음에 따라 '대유잼'이기도 하고, '노잼'이기도 하다. 오히려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즐거움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좌우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는 것 아닐까? (뭐, 외모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늙고 살쪘다.) 그 덕분일까, 매일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엄마아빠의 모습때문일까.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을 받아들고, 나는 피식, 웃음부터 나왔다. 맞아, 70살에도 마음만 즐겁게 먹으면 행복할거야, 하고.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은 정도 많고 탈도 많은 노인들의 마을구하기 대작전을 옮기고 있다. 패션감각이 좋고 끼많은 할머니 대프니, 결혼으로는 이름을 출산으로는 직업을 포기하고 그저 '아내', '엄마'로서 살아온 리디아, 뜨개질계의 우주대스타(일명 뜨개질 뱅크시) 루비, 결혼을 다섯번이나 하고 사별도 다섯번이나 한 애나, 연기경력 50년차 무명배우 아트, 그리고 고등학생 미혼부 지기. 어떤 면에서는 주변에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의 조합이지만, 조금만 마음을 크게 뜨고 돌아보면 우리 주변에 흔하디 흔한 조합이다.

이들은 우연히 당야한 사회 커뮤니티 한쪽 구석, 노인 사교클럽이라는 접점을 갖게 된다. 처음 그들의 모습은 기름과 물처럼 섞이지 못하고, 긴 시간 각자의 삶을 살아왔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연륜에서 묻어나는 깊은 이해로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인다. 또 자신에게 다면한 문제들을 젊은이들보다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해결하고자 한다. 겉으로 보이는 그들의 삶은 분명 노인의 삶이었지만, 사실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이었던 거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진짜 삻이 무엇인지를, 자리를 지키고 책임지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온 마음을 다해 배우게 된다.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을 읽을 때에는 기발하고 유쾌한 스토리 진행에, 다른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그저 스토리에만 퐁당 빠져있었다. 그만큼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은 이야기자체에 몰입하게 하고, 우리도 그 사교클럽 어딘가에 발을 얹은 누군가가 되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나이가 가진 한계, 환경이 가진 한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우리 마음대로 타인의 한계를, 내 한계를 미리 정하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노화와 사랑과 우정, 노인과 미혼부와 어런이. 어쩌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조차, 우리의 편견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규정지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은 기존의 틀을 깨고,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소설이다.

혹 오늘이 행복하지 않은가? 아침부터 피곤과 짜증이 먼저 떠올랐는가? 만약 그랬다면 꼭 한 번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을 만나보기를. 분명 당신의 하루가 고마워질테니.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클레어 풀리 지음
책깃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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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내 부모처럼, 다른 사람들처럼, 보잘것없는 나의 성이 있다. 혼자서 세상을 떠돌고, 그 만남에 관한 글을 쓰고, 방과 후 산책단으로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온통 여행으로 가득한 삶. 그 성을 지키기 위해 이제 무릎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나는 눈물로 흐려진 시야를 닦으며 잔을 들었다. 싸울 거야, 이 무기력한 날들과 살아낼 거야. 엄마의 몫까지. 벌어진 상처 위로 눈물을 쏟으면서도 나는 앞으로 나가기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p.134)

아침에 공원에 앉은 나를 누군가가 봤다면, 불안정한 상태라 생각하며 바라봤을지도 모르겠다. 굳이 집을 두고 출근 한 시간 전 볕도 좋고 꽃도 좋은 공원에 앉아 『일단 떠나는 수밖에』를 펼쳐 들었다. 에세이 맛집 수오서재에, 김남희라니. 내가 감히 이 책을 방구석에서 읽을 수 없지. 마치 소풍을 하러 가듯 커피 한 잔, 책 한 권을 달랑달랑 들고 나섰던 나는 결국 화장기 하나 없는 말간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가야 했다. 울고 우느라 기미도 몇 개쯤 얻었을지 모르겠다. 언제나 안전한 것을 추구하는 내가, 어쩌면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서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다정함에 다가서는 삶을 배우고, 느끼고,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을 꼭꼭 씹어 내 방식으로 소화해본다.

『일단 떠나는 수밖에』를 내 식대로 정리하자면 “돌아갈 곳을 향하기에 여행”이라고 남겨두고 싶다. 유독 이번 책을 읽는 내내 그 마음이 들더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순간,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를 이들 사이에서 남겨진 문장들이지만 그녀는 그 시간들을 돌아, '지금'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너 장의 페이지만 남았을 때 문득, 어쩌면 여행이라는 자체가 돌아갈 곳을 향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단어임을 깨닫고, 매일매일의 내게 돌아올 곳이 되어주는 가족이, 집이, 나의 공간, 또 하루를 어떻게든 보낸 나 자신이 사무치게 감사해졌다. 꼭 타인이 아니더라도 나 스스로에게 “이번에는 이런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어.”라며 오늘의 나를 정의하는 것. 때론 유치하고 때론 오글거리며, 때론 다소 모질지라도 매일매일의 “나”를 정리하는 것. 그것이 여행이 아닐까.

어떤 페이지를 읽으면서는 “나”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성소들 안에서 “너는 이대로도 괜찮다고,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오지 않았냐고 위로해주는 것 같은(p.162)” 느낌을 받았다는 그녀에게는 그 여행이, 그 걸음들이 퀘렌시아였을까. 이 작은 식탁에 앉아 가만히 책을 읽고 글씨를 쓰는 순간을 “가장 나답다”라고 생각한다면, 나의 삶은 너무 리듬이 없는 것일까.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다면 누군가 “네 삶이 재미없어 보여”라고 한대도 “오, 그래?”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남은 몰라도, 나는 가장 나다운 것이 무언인지 알아주어야지. 그녀 말대로 나도 뜨거운 삶이었음을, 뜨거운 삶임을 잊지 말아야지.

책을 덮고 난 지금도 가만히 여러 문장을 곱씹어본다. 어쩌면 원래 알았을지 모르지만, 깜깜한 밤이 되서야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가 붙여온 수많은 핑계, 변명들 아래의 숱한 것들을 가만히 생각해봤다. 시간이 없어서, 워킹맘은 바빠서, 아직 아이가 어려서. 사실 그 핑계들의 대부분은 다른 선택지가 늘 존재했지만, 내가 답을 모르거나 애써 모른척했던 것이 더 많다. 늘 조급하고, 서툴고 여유 없는 내게 그녀의 문장은 꽤 밀도 높은 응원이 되었다. 날개 크기조차 가늠할 수 없어 지금 당장 날아오지는 못해도, 적어도 녹슬지 않도록- 제자리에서라도 날갯짓해야지.
'안 한 일'을 '못한 일'로 덮어버리지는 말아야지. “세상은 성공, 완성 같은 단어로 이뤄진 게 아니라 실패, 미숙함, 불완전함 이런 단어로 구성되어 돌아가는(p.294)” 것이라고 조금 더 믿어봐야지.

“지구는 언제까지 내 여행을 허락해줄까? 산은, 바다는, 강은, 사막은 언제까지 내 걸음을 받아들여 줄까(p.262)”라는 그녀의 질문에 내가 산이나 받아 대신 “오래오래”라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그래야만 우리는 이 섬세하고도 편안한 문장들을 오래오래 읽을 수 있지 않겠나. 어떤 사람은 빙하를 보고 에어컨 온도를 높이고, 어떤 사람은 온난화의 심각성을 뉴스로 읽으며 에어컨 온도를 높인다. 그녀는 전자, 나는 후자에 가깝겠지만 서로의 실천은 모두 틀리지 않는다. 그래서 감히 나는 그녀에게 그 여행을 계속해달라고 남겨둔다. 그러면 그 문장들로 함께 실천하고 고민할 나같은 사람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일단 떠나는 수밖에

김남희 지음
수오서재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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