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지인들에게 추천을 종종 받았던 책이다. 그의 이전작품인 채식주의자도 감명깊게 읽었기 때문에 이 분의 책을 더 읽고 싶었으나 도서관에서 항상 대여중이라 기회가 없다가 간신히 받아 읽게 되었다. 읽는 시기가 딱 제주 4.3과 5.18 광주항쟁의 사이라 읽는 동안 이 계절에, 이 서늘한 밤에, 이 따뜻한 낮에, 이 꽃피는 시기에 그들이 그랬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광주항쟁에 대한 다양한 저작물들을 경험했지만 이 소설이 특별히 와닿았던 것은 어린 소년, 미싱사, 작가 등 다양한 눈으로 한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광주항쟁이 민주화 역사에 미치는 영향과 가치, 군부가 얼마나 무자비했는지에 대한 고발 등 기존 저작물들이 다루었던 메시지와는 살짝 결이 다른, 사람의 존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 곳에 숨을 쉬고, 뜨거운 피가 흐르고, 카스테라와 요구르트로 웃음짓는 사람들,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는데 발포하라는 차가운 명령이 그 인생들을 앗아갔다고 생각하니 이 학살의 무게가 정말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민주화를 위해 두려움을 이기고, 아픔을 견디며 그 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무덤 위에 내가 지금 서 있는 것이 감당할 수 없이 미안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5월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예쁜 꽃이 피는 이 시기에 이 것을 누릴 수 있게 해준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른 이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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