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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수업 (천재들의 빛나는 사유와 감각을 만나는 인문학자의 강의실)의 표지 이미지

예술 수업

오종우 지음
어크로스 펴냄

요즘 창의성을 핑계로 진리 없이 이리저리 튀는 것만 추구하는 예술산업에 대해 고찰하는 것으로 책이 시작된다. 이 아젠다는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에서도 제기했던 거대담론이 아닌 소확행만 추구하는 이 시대에 대한 비판과 비슷한 결이었다. 이렇게 매우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는데 음악, 미술, 미디어 등을 아우르는 예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사실 심미안과 미학적 지식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단지 AI와 구별되기 위한 목적이 컸다. 그런데 이 책에서 예술은 관점에 대한 차이,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삶의 중요한 방식으로 예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예술은 돈이 안된다는 일차원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인류역사와 함께 예술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의 중대한 쓸모가 있기 때문이란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이데아를 모방할 뿐인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예술을 폄하한다. 사실 나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저자는 고흐가 그린 침대가 실제 침대에 비해 잠자리를 제공하는 목적의 침대의 이데아로서는 가치가 없지만 우리가 매일 누워 자는 침대보다 더 큰 가치가 있음을 설파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되었지만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음악사에 나타난 무조음악과 피카소의 ‘게르니카’라는 작품을 보면서 약간 이해할 수 있었다. 두 예술은 전쟁의 참혹함에 비친 두 그림자인데 우리 모두에게 전쟁의 이데아를 전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예술이라는 행위-현실을 재조명할 수 있는 여유로운 관점을 항상 보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이북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참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2020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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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지인들에게 추천을 종종 받았던 책이다. 그의 이전작품인 채식주의자도 감명깊게 읽었기 때문에 이 분의 책을 더 읽고 싶었으나 도서관에서 항상 대여중이라 기회가 없다가 간신히 받아 읽게 되었다. 읽는 시기가 딱 제주 4.3과 5.18 광주항쟁의 사이라 읽는 동안 이 계절에, 이 서늘한 밤에, 이 따뜻한 낮에, 이 꽃피는 시기에 그들이 그랬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광주항쟁에 대한 다양한 저작물들을 경험했지만 이 소설이 특별히 와닿았던 것은 어린 소년, 미싱사, 작가 등 다양한 눈으로 한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광주항쟁이 민주화 역사에 미치는 영향과 가치, 군부가 얼마나 무자비했는지에 대한 고발 등 기존 저작물들이 다루었던 메시지와는 살짝 결이 다른, 사람의 존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 곳에 숨을 쉬고, 뜨거운 피가 흐르고, 카스테라와 요구르트로 웃음짓는 사람들,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는데 발포하라는 차가운 명령이 그 인생들을 앗아갔다고 생각하니 이 학살의 무게가 정말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민주화를 위해 두려움을 이기고, 아픔을 견디며 그 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무덤 위에 내가 지금 서 있는 것이 감당할 수 없이 미안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5월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예쁜 꽃이 피는 이 시기에 이 것을 누릴 수 있게 해준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른 이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창비 펴냄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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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을 보고 사실 거의 끌리지 않았다. 뭘 말하고자 하는 책일까, 소설일까, 에세이일까
그러나 놀랍게도 과학책이었고 이 책의 제목은 fact였다.
처음 저자는 인생에 관해 얘기하는 것 같았다. 우주의 먼지에 불과한 너무나도 비천한 우리에 대해서. 그런데 어떤 과학자를 보고 삶에 희망을 갖다가 결국 그 희망을 다시 놓쳐버리는 듯 하더니 민들레를 보고 다시 희망을 갖는다.

나는 낙관적이면서도 회의적이다. 내게 일어나는 여러 사건 사고들 앞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무턱대고 잘 될거라고 생각하다가, 우주의 먼지에 불과할 뿐인 우리 삶을 생각하면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그런 내가 하나님을 믿게 되면서 '우주의 먼지에 불과할 뿐'이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어차피 이 땅의 것은 다 망하고 천국만이 영원할 뿐인데'라는 회의적인 생각으로 바뀌었었다. 저자는 그릿에 대해 얘기하는데 참으로 공감이 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우주의 먼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지금 내게 주어진 기쁨을 누리고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앙을 가져도 여전히 회의적인 면이 있었던 내게 전도서 말씀이 방향을 주었고 이 땅의 것을 누릴 자유를 주었다. 비록 이 땅이 영원하지 않더라도 이 땅을 지으시고 내게 살게 하신 분도 하나님이시다. 나는 영원한 땅도 누릴테지만 영원하지 않은 이 땅에서도 얼마든지 누릴 것을 누릴 자유가 있다. 신앙이 곧 내게 그릿을 주었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저자처럼 우리가 믿어왔던 것들이 진실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삶의 태도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마음에 품을 때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타자를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물론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교육관으로 인해 이 사실은 철저히 뼈에 새기고 있었겠지만 그릿을 갖고 있는-데이비드 조던처럼 자기 확신이 분명한-사람에게는 그 삶의 태도가 성공으로 인도할 수 있는 것 처럼 보여도 결국 오만에 빠지게 되는 덫이 될 수 있다. 나도 자기 확신이 강한 편인데 이 오만에 빠지지 않도록 언제나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물고기는 존재한다고 믿었으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내가 옳다고 믿어왔던 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음
곰출판 펴냄

1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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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가시, 십자가와 열매
성화의 삶이 무엇인지 적절한 예시와 깊이 있는 통찰로 더루고 있다.

사람은 어떻게 변화되는가

폴 트립, 티모시 레인 (지은이), 김준수 (옮긴이), 황규명 (감수) 지음
생명의말씀사 펴냄

2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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