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제 확신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당연하게도 아니다. 다만 애써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 선택의 믃은 더 이상 나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대신 '평행 우주, 다중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상상해 본다. 여러 이야기로 접한 얕디 얕은 과학적 상식을 동원해 보면서 말이다. 만약 다른 우주, 다른 시간 속에 또 다른 '상현'이 있다면, 그리고 그 친구가 내가 가지 못한 선택을 하고, 그 길을 걷고 있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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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상현'도 매 순간 번민하고, 아쉬워하며, 문득문득 가 보지 못한 길에 대해 후회도 하겠지. 이제 그 후회를 덜어 주는 것은 나의 몫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선택의 결과는 이 우주의 나만 볼 수 있고, 나만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 선택의 결과들은 수많은 우주의 다른 '상현'들이 확인해 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괜스레 안심된다.
이처럼 거대한 우주들의 움직임을 상상하다 보면, 실은 어떤 선택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우주의 내가, 나의 대부분을 닮아 있다면, 설령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길을 걷고 있든 간에, 지금의 나와 모두 같은 마음으로 걷고 있지 않을까.
'이 우주의 나처럼, 또 다른 나를 상상하며, 서로를 동경하고 애틋해할 거야. 모든 순간의 모든 나, 그리고 모든 이의 선택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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