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랑 일하기 싫으면 스모협회나 가서 일자리를 알아보지 그래. 안 그러면 어디를 가나 여자들이 있을 테니까. 보호받아야 하는 가냘픈 여자애가 아니라 당당하게 자기 몫을 하는 여성들 말이야."
"나, 스물여덟 땐가 런던 지점에 2년 동안 파견 나가겠냐는 이야기가 있었던 거 생각 나?"
메구미가 빵을 뜯으며 불쑥 물었다.
"응. 기억하지."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 그때 갈걸 하고 말이야. 그때는 결혼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여서 2년씩이나 이곳을 떠나 있을 용기가 없어 포기한 거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스물여덟이면 아직도 한참 여유가 있을 때잖아. 그런데 그때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지...."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길이었다.
"결국 자기 혼자서 나이에 얽매여 이미 늦었다는 둥,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둥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그게 제일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해."
"맞아. 나도 동감이야."
"지금은 '벌써 서른넷'이지만 5년이 지나면 '그때는 아직 서른넷이었지'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걸' 들의 삶 들여다보기
사실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한국 사회와 비교하며 읽어봤다.
- 남자보다 잘 나가는 여자: 사실 요즘은 여자들이 경제활동을 시작한지 오래되었고 전문직종에서 여자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주변에도 남편보다 연봉이나 직급이 높은, 소위 더 잘 나가는 아내들이 정말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잘 나가는 여자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있다는 것은 땅을 치며 탄복할 일이다. 남자든 여자든,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의 변화에 따라 모든 시민의 인식 또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부담감: 이 책에서도 사회적인 인식은 육아는 여자가, 라는 것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처럼 육아하는 아빠의 모습이 방송에 나오는데 이조차도 '육아는 여자가' 라는 사회적 인식 개선의 효과도 가져오겠지만, 육아하는 아빠는 방송에 나올만큼 획기적인 것이라는 인식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래도 방송에서 아빠가 육아하는 모습을 계속 노출시킨다면 언젠가는 육아하는 아빠가 엄청나게 대단한 것도 아니고, 당연히 해야할 일이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해본다.
집안일도 마찬가지다. 함께 사는 공간에 대한 책임감을 공동으로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첫번째로 여자의 몫이고 두번째가 남자의 몫이다. 그래서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는' 남자는 여자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82년생 김지영이 계속 회자되는 이유다.
- 결론은, 나도 여자라는 것이다. 내 삶도 되돌아보면 '여자라서' 겪은 일이 정말 정말 정~~~말 많다. 그걸 은연 중에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별에 따른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내 능력을 펼치는 것, 나부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고 내 삶에 대한 주인이 되는 것, 나를 더 사랑하고 나를 더욱 보살펴주는 것, 오늘부터 달라질 것이라고 다짐 또 다짐한다!!!!!!!
- 이 책에서 나온 히로 정말 멋쟁이...ㅋㅋㅋㅋ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이 사회의 기준과 시선으로 인해 겪는 서러움이 실감되는 내용이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답게 모든 단편의 내용은 유쾌하게 마무리된다. 하지만 소설이 보여주는 현실에 나는 불편하고 불안했고 '운좋고 극적인' 타협의 해피엔딩은 그런 내 기분까지 끌어올리진 못했다. 일본과 한국은 역시 사회적인 구조나 분위기가 꽤 닮아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