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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hyu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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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힘 (무엇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고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는가)의 표지 이미지

인구의 힘

폴 몰랜드 지음
미래의창 펴냄

원제는 The Human Tide

과학적 • 통계적으로 분석할 가치가 있는 지난 200년 간의 인구 자료를 토대로 국제 정세와 사회가 인구 물결의 역학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인구가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모든게 그렇듯 복잡한 구조에서는 인과관계를 밝히기 대단히 어렵고 그저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저자가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은 인구의 관점에서 세상의 변화를 바라 봤을 뿐이며 저자가 흥미로운 주제를 간결한 논리로 읽기 쉽게 잘 쓴 것 같다. 하지만 인구를 다루다 보니 인용된 글이나 역사에서 다소 비윤리적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지난 2세기 동안의 인구에 대한 고찰은 멜서스의 인구론 부터 시작해야 한다. 멜서스에 따르면 인구 성장은 토지의 인구 부양 능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구는 기하급수로,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로 늘어나는 불균형 때문에, 전쟁•기근•질병에 의해 인구는 토지가 부양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인구가 후퇴와 성장을 반복하여 인구의 증가가 완만 했던 멜서스의 시대까지는 이 이론이 잘 맞는 듯 하였다. (18세기만 해도 인구가 10억 명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70억 명이 넘는다.)

하지만 신대륙의 발견으로 인구를 부양할 토지가 증가하고, 증기기관으로 시작하는 교통의 발달은 신대륙으로 부터의 식량 접근을 높이고, 화학 비료등 농업 기술의 진보는 식량의 생산성을 높이게 되어 차츰 인류는 멜서스의 덫에서 빠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위생의 개선이나 의학 발달까지 더해 인구가 가파르게 성장하지 않는게 더 비정상일 것이다. (인구 혁명 이후에는 전쟁•기근•질병이 전 만큼 인구에 큰 영향을 줄 수 없었다.)

비약적 기술의 발달을 가져온 산업 혁명이 인구 혁명을 불러 왔으며 가장먼저 산업화를 이룬 영국이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세계를 호령하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 대영제국의 힘은 철 뿐만 아니라 피도 큰 역할을 했음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책의 한국어 제목인 인구의 힘은 영국과 스페인의 비교로 확인 할 수 있다. 먼저 대항해 시대를 열고 많은 식민지를 거느렸던 스페인이었지만 식민지에 정착할 인구가 받쳐주지 못했고, 영국은 식민지에 이주할 충분한 인구가 생겨났다. (이점에서 우연은 아니어도 운은 더 있었다고도 볼수 있겠다.) 미국이 멕시코(스페인) 땅이었던 텍사스나 캘리포니아를 합병할 수 있었던 이유도 프랑스가 루이지애나를 미국에 팔수 밖에 없던 이유도 이미 더 많은 미국인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구려나 발해에 말갈족보다 한민족이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에 빠져보았다...)

하지만 원제인 인구의 물결(the human tide)이 책의 내용에 더 부합한다. 산업 혁명과 인구 혁명(인구 전환)은 특정 국가만의 점유물이 아니었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혁명이 세계로 퍼져 나갔듯, 인구 혁명도 세계로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이 책도 산업화 순서로 영국권(앵글로 색슨)에서 유럽으로, 러시아와 동구권, 동아시아, 중동과 북아프리카, 중남미와 남아프카로 이동하는 (또는 각나라 내에서 발생하는) 인구의 물결이 시기는 다르나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 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국제적 힘의 관계가 바뀔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특히 다민족 국가 일수록) 소용돌이 치는 국내 역학 관계 또한 무시 할 수 없다.

혁명의 열기라는 것은 서서히 식어 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인지, 선진 공업국들은 점점 고령화 되고 줄어들 인구를 걱정하고, 신흥 공업국은 혁명의 열기가 식지 않아 늘어나는 인구에 희망찬 미래를 보기도 하고 삐걱거리기도 한다. 인구 물결의 끝이라고 나라별로 다를 일은 없으니 신흥 공업국도 결국에 혁명의 열기를 잃을 것이다. 인구의 물결에 따라 나라의 흥망성쇠가 달라지니 (지구에는 안된일이지만) 각 나라가 인구나 구조에 힘을 쏟는 것이 이해가 됐다. 중위 연령에 따라서 나라의 성격도 달라지므로 인구 규모 뿐 아니라 인구 구조도 중요하다.

이런 인구학적 통찰을 한국이 진작에 깨달았다면 인구 감소나 고령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었을까?

인구를 결정하는 방정식은 간단하다. 범지구적으로 보면 출생율과 사망율 그리고 개별 국가로 보면 이민율이 추가될 뿐이다. 이 단순한 공식을 통해 지난 발자취와 앞으로의 방향까지 예측할 수 있다니 저자의 통찰이 대단하다.

인구의 변화가 물리적 법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때와 장소만 다를 뿐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면 민족 • 종교 • 정치체제는 다르지만 결국 우리는 다 같은 호모 사피엔스 아닌가 싶다.
2020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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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죽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주인공의 부모는 빨치산 출신의 혁명가다.
혁명에 실패 후 수감생활을 거쳐 고향인 구례의 깡촌에 터를 잡는다.

사회주의 원칙주의자인 아버지는 여전히 구례의 한 시골에서 혁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혁명의 목표는 사회구조 타파가 아니었고, 수단은 무력도 아니었다. 주변의 민중을 챙기는 작은 혁명, 수단은 오지랖이었다.

외동딸인 주인공은 혁명이 실패한 후에도 사회주의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아버지에 대한 모습에 반감을 갖으며 자란다. 서슬퍼런 연좌제가 살아 있던 시기 주인공과 가족들의 삶이 얼마나 궁핍하고 핍박 받았을지는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그런 시대에 품었을 주인공의 아버지에 대한 냉소가 십분 이해 된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반감은 외적인 표출일 뿐일 것이다. 아버지는 혁명에 실패했지만 루저는 아니라는 걸 주인공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 는 혁명의 실패를 남탓으로 돌리지 않고, 무너지지도 않았으며, 묵묵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바뀌어진 시대에 맞춰 혁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주인공의 생각이 갑작스런 아버지의 장례식을 통해 바뀌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아버지의 지인들의 조문을 통해, 아버지와 지인들 간의 에피소드를 통해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보게되면서 아버지란 인간에 대한 전체적인 조각을 맞추게 된다. 아버지의 혁명은 나이, 외모, 국적, 성별, 지위, 위치 불문이었다. 그동안은 코끼리의 코만 만지면서 코끼리라 하였던 것이다.

조문객들을 통해 풀어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백미다. 우리는 삼차원 공간에 살고 있다. 삶도 최소한 삼차원 이상이다. 내가 모든 세상을 볼수 도 없다. 내가 보지못한 시간과 공간을 남의 눈을 통해 채워나가야 겠다.

저자는 책 제목을 ’이웃집 혁명전사‘라 지을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다 출판사의 권유로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바꿨다고 한다. 책 제목을 참 잘 바꾼 것 같다.

아버지는 죽음으로써 빨갱이라는 국가의 족쇄에서 해방된 것이 아닐 것이다.
“꼬실라서 암데나 뿌레삐리라”
유물론자에게 죽음은 그저 죽음이지 어떤 의미가 있을것 같지는 않다. 원칙주의 유물론자는 철저히 현실에 충실했을 것 같다.
아버지의 살아온 삶이 바로 유물론자로서의 해방의 길이었다. 아버지에게 빨갱이라는 굴레는 사실 족쇄도 아니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삶 자체가 해방일지 였고, 아버지의 삶은 온전히 이해한 삼일간의 기간이 딸에게 또한 해방일지였으리라!
———————————————————————
간간히 사회주의 신념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말을 할때가 있는데, 나도 모르게 피식하게 된다, 같은 사회주의자라 더 깊게 다가오나?
(역시 세상은 유물론, 구조적 문제는 개인의 이성을 통제한다.)
이건 철저한 사회주의의 표리부동함을 까는 것인가, 그만큼 신념(이상세계)와 현실의 괴리가 큰 것을 의미하는가..작가의 재치에 박수를 보낸다.

신념에 따르나 지속적인 피해를 보는 아버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지내 그랬나, 주인공이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는 것이 예리하다.

아버지의 빈소에 찾아오는 조문객들의 에피소드를 보면, 혁명이라는 것이 사회를 통째로 바꾸는 거대함이 아니라 주변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오지랖들로 쌓아지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기에 쉽지 않겠지.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창비 펴냄

2023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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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hyun Cho

@sunhyunchofs12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챗GPT의 기술 부터 응용과 부작용 까지 비전문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거대인공지능의 한계와 위협에 대하여 정확히 알아야 사람을 위한 인공지능이란 목적을 달성 할 수 있다.

우리는 생성형AI가 무엇을 생성할지 제대로 모른다.
인공지능이 현실에 가까워 질수록,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고 예기치 못한 부작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지금 21세기 프로메테우스를 목도하고 있을지 모른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신의 뜻대로 살지 않는다. 그래서 신이 당근과 채찍을 들었지만 인간은 여전히 아슬아슬하게 신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신을 믿든 말든 상관 없다.
실제 우리가 만든 것은 만들어진 목적대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창조주가 피조물을 세상에 내놓는 순간 통제력은 사용자에게 옮겨간다. 그래서 바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규제와 보상이 필요하다.

인간은 높은 지능으로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그런 인간이 인간보다 높은 지능의 인공지능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우리보다 지능이 낮은 종을 지배하면서, 우리 보다 지능이 높은 종이 우리의 지배를 받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나?

아이러니하다.
인간의 오만함은 언젠가는 댓가를 치루기 마련이다.

박태웅의 AI 강의

박태웅 지음
한빛비즈 펴냄

2023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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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hyu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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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 아님. 인류계발서??

정보의 가치는 노력에 비례한다 생각한다. 수 분 사이에 만들어지는 소셜미디어 보다는 책이 훨씬 양질의 정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이 짬짬이 소셜미디어의 피드들을 스크롤 하며 정보를 습득한다. 이런 피상적인 정보는 감정에 머무르며 사색에 도달하기 어렵다.

닐 포스트먼은 목적에 맞는 미디어를 이용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는 소셜 미디어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긴 한걸까?

도둑맞은 집중력은 집중력에 대해 수 년 간 250여명의 전문가를 인터뷰하여 집중력의 본질을 파헤치는 책이다. 집중력이란 개인의 역량 보다 사회의 역량이다.

저자는 저널리스트 답게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본질에 차근 차근 다가간다. 우리의 정신이라는 바다위에는 집중력을 방해하는 암초들로 가득하다.

집중력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여기는 잔혹한 낙관주의에서 벗어나 현대 사회가 어떻게 우리의 집중력을 뺏어가고 있는지 밝혀내며, 우리가 집중력을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집중력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면서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흔히,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집중력을 본격적으로 빼앗기 시작했다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의 집중력이 본견적으로 빼앗기기 시작한건 산업 혁명부터라고 한다.
기후변화가 상품의 대량 생산으로 부터 시작되었다면, 집중력의 문제는 정보의 대량 노출로부터 시작된게 아닐까?
저자가 기후변화에 빗대 집중력 문제를 다루는 것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문제는 온도가 올라가는 속도라고 하는데, 어떤 과학자가 계산하기로는 1초에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 4개가 터지는 꼴로 지구에 쌓인다고 한다.
집중력 저하도 급속도로 쌓이는 정보에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 아닐까? 굳이 쏟아지는 정보를 다 담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정보에만 집중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지음
어크로스 펴냄

2023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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