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신이 있다는 거 알아?”
이 소설의 첫 문장이었다. 신이라니? <#스파이라>는 SF 장편소설이 아니었던가. 과학과 가장 대척점에 놓인, 전지전능한 존재를 갑자기 언급하다니. 흥미진진해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이 소설에는 재밌는 소재가 많이 등장한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디스토피아 세계관, 인위적인 천국을 기술로 구현하고 홍보하는 거대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을 반대하는 종교 단체... 먼 미래 세계를 그린 소설이지만 몹시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을 이미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에 대입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아래는 소설에서 인상적인 부분.
- 죽음의 의미나 그 무게가 달라져서가 아니었다. 달리진 건 우리였다. 그렇게 변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A(스포 방지)의 죽음에 의미를 찾아주는 일 말곤 없었다. P101
- 그는 오랜 시간 이 외투의 주인을 찾아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아마 스스로 나약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B(스포 방지)가 말한 것처럼 누구도 보태준 것 없는 나약함인지도 몰랐다.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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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나는 한국과학문학상 단편 수상작을 주로 봐왔다. 늘 밀도가 높고 생각할 바가 많아서, 읽은 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다녔다. 이 공모전 수상작 좋다 좋다 외친 것치고는 희한하게 장편 수상작은 한번도 읽은 적이 없었다.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기술과 과학 지식이 빼곡하게 적힌 책을 전부 읽을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추리스릴러와 로맨스 서정이 만났다는 이 작품의 소개 글을 접하고 나서 장편 수상작에도 관심이 생겼다. 어쩐지, 나같이 SF물에 그다지 빠삭하지 않는 사람들도 편히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서평단에 신청했다.
읽고 나니 확실히 그랬다. 세계관이 크지만 이해가 어렵지 않다. 암울한 세계지만 그럼에도 따뜻했다. 한국과학문학상 7회 장편 수상작다운 작품이었다. 휘몰아치는 서사에, 끝내 다른 선택을 한 두 인물의 행보에 몰두하며 읽었다.
그러니까 결론이 뭐냐고?
재밌다는 소리다! 주말에 좋은 소설을 잘 읽었다.
#스파이라#서평단#김아인작가@dongasiabook@hubble_books